메뉴 건너뛰기

close

녹조라떼와 한국교회의 공통점은?
 녹조라떼와 한국교회의 공통점은?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한국 교회와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강연에 난데없이 '녹조 라떼'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녹조 현상이 발생한 강을 배경으로 플라스틱 컵에 든 녹조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사진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가 이 녹조라떼 사진에 담겨 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잘 알게 되었습니다. 흐른다는 것은 소통을 뜻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4대강 사업과 같습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아 병든 교회가 됐습니다. '개독교'라는 욕을 먹는 것도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교회 안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한국 교회 향해 '돌직구'

한국 교회를 향해 발칙한 발언을 쏟아낸 주인공은 최병성 목사입니다. 그는 생태환경운동가로 더 유명한 인물입니다. 동시에 사진작가와 파워 블로거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 열혈기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일 그의 강의가 열린 서울 YMCA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강의실 한 귀퉁이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황폐해진 강의 모습이 비칩니다. 사진 속 풍경에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모두 인상을 찌푸리긴 매한가지입니다.

"놀랍게도 성경에서도 강은 흘러야 살고 바다도 건강해진다는 말이 기록돼 있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4대강 사업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자, 이 부분을 함께 읽어보죠."

그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스크린에 비친 글귀를 읽어 내려갑니다.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 가므로 바닷물이 소성(蘇醒.중병을 치르고 난 뒤에 다시 회복함)함을 얻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 에스겔서 47장 9장

순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의 집사이자 4대강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이 대통령은 성경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것을 알았을까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가 돌아와도 목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생태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가 돌아와도 목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유민 아빠 외면한 한국 교회는 병든 교회"

한국 교회를 향한 그의 거침없는 일침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교회를 향한 신랄한 비판의 강도는 더 강해졌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은 소통도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교회와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말도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강을 막으면 강물이 썩고 바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듯 교회도 세상을 향해 흐르지 않는다면 썩은 영혼으로 가득한 죽음의 교회, 병든 교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볼펜으로 끼적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몇몇은 아예 스크린의 글귀를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덩달아 기자의 손놀림도 빨라졌습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지금의 위치에서 더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내려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수는 성전이 아닌 길과 들, 산에서 소외되고 병든 자들을 만났고 그들을 치유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예수가 돌아와도 목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교회에 많은 성도가 비정규직이고 그들이 성금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성금만 이야기합니다. 재벌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고, 사람보다 돈이 우위에 서 있고, 사람이 경제의 기계부속품으로 여겨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최병성 목사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최병성 목사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그는 사회문제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한국 교회를 향해 꽤 긴 시간을 할애해 날카로운 낱말을 내뱉었습니다.

"만약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사랑의 교회 목사들이 유민아빠가 단식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으로 나와 그와 같이 아픔을 함께했다면 어땠을까요. 세월호 유가족, 밀양과 청도 송전탑 주민들, 강정마을과 쌍용차 문제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를 외면한 채 오로지 하느님을 믿으면 복을 받는다고만 말합니다. 악한 사회 구조를 바꾸고 치유해야 하는 게 교회의 몫입니다.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가로), 하늘과 나의 소통(세로)에 있습니다."

쉼 없이 달려간 두 시간 남짓한 강의 끝에, 그는 마침내 강좌명이기도 한 '세상을 깨우기 위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손가락 무기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말에 따라 아파하는 현장에 가십시오. 그리고 손가락 무기를 장착해 세상과 소통하십시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십시오. 그게 바로 세상을 깨우는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태그:#최병성 목사, #한국교회, #소통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