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고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4월 27일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6월 26일 사표가 반려됐다.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로 인한 총리 공백 장기화' 그리고 '이로 인한 국정 공백과 국론분열'이 청와대가 내놓은 이유였다.

실제는 총리후보자 재선정의 부담, 세 번째 인사실패가 정부·여당에 미치는 악영향, 재보선 패배로 인한 조기 레임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게다.

정홍원 총리의 재신임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선방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에게는 정반대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회피와 주권자로서 국민의 지위 훼손 때문이다.

먼저, 책임 회피다.

6월 27일 기준 세월호 인명피해는 승선 476명에 사망 293명, 실종 11명, 구조 172명이다. 정부와 정부업무를 위임받은 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었다. 1991년 정부는 여객선 사용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함으로써, 18년 된 낡은 배를 수입하고 20년 넘게 운항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

정부의 선급(船級) 위임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증축 후 선박개조 검사에서 합격점을 줬다. 해수부 위임으로 선박의 안전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은 부실한 검사와 점검으로 일관했다. '해경'은 안개에도 출항허가를 내줬고, 침몰 당시 소극적 구조활동으로 일관했다.

사고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관리 의무가 있는 정부의 책임도 이들보다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정홍원 총리까지 유임됐다.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행정부는 책임 없음'이라는 시그널 이외 달리 해석할 여지가 매우 협소해진다.

다음으로, 국민의 지위 훼손이다.

4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4월 27일 정홍원 총리가 사표를 제출하자, 당일 청와대는 "세월호 사건을 수습한 후 사표를 수리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6월 2일 "총리 임명 후 개각을 통해 국정운영을 일신하고 새롭게 출발하며…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총리는 돌고 돌아 정홍원 현 총리가 재신임을 받게 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청문 절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낙마한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적 총리 및 장관과 합심해 국가를 개조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라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여론에 밀렸다. 바로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지명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홍원 총리의 재신임은 개혁적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 사표수리 결정의 의미가 국가 개혁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미였기 때문에, 계속 과거처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신호 이외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매우 협소해진다.

책임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발전이 없으며, 결국 사건과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대통령 자신의 신뢰 추락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주권자로서 국민의 지위가 훼손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개혁적이고 참신한 총리를 물색해서, 처음 약속한 대로 인사쇄신과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청문회 과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인사청문법'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다. 이념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검증된 사람 중에서만 총리를 찾기 때문에, 청문회장을 밟아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선정 범위를 조금만 넓혀도, 얼마든지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정홍원 국무총리, #정홍원 총리, #정홍원 유임,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정홍원 총리 유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