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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성범죄 교사를 교단에서 영구히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를 비웃듯 인천 교육계에선 남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장애인학교 교사가 불구속 입건되고,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교사의 투서가 들어오는 등, 성추문 관련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 교육계의 성추문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시교육청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솜방망이 처분'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평경찰서는 10대 장애인 남학생 제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장애인학교 교사 ㄱ(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는 2011년 교실에서 당시 17세인 ㄴ군의 신체 부위를 한 차례 만진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ㄱ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13년 5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당시 시교육청은 감사에서 '성추행을 사실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언론사에 제보한 학부모, 이를 공개한 시의원 등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겠다는 것이다.

27일에는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에게 '교장이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등학교 여교사 ㄷ씨의 투서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교사 ㄷ씨는 투서에서 "노래방에서 교장이 엉덩이를 만진 후 술에 취해 자는 척을 하고, 회식자리에선 불쾌한 말을 하며 손과 얼굴을 만지작거렸다"며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너무 느껴 그 이후로는 회식자리에서 교장 옆에 가지 않았고 옆에 앉으라고 해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치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신고했다가 미칠 불이익이나 후폭풍(교장의 보복이나 다른 교사들의 구설수)이 가장 두려웠다"며 "성희롱 상담센터에 전화 상담을 했지만, 상담원은 '객관적인 증거를 모으라'고 하고 '처벌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직접 당사자에게 표현하라'고 해,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만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교사 ㄷ씨는 "교장은 평소에도 교사들에게 반말이나 '닭대가리들, 이XX, 저XX, 십XX들' 등 욕설을 섞어가며 질타했지만, 교사들 누구하나 교장의 행동을 저지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교장은 근무시간 중에도 술에 취해 회의에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다른 교사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사람이 교육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2012년 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이 근무성적평정(근평)을 빌미로 승진을 앞둔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접대를 받아왔다는 투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음에도 시교육청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라며 "여교사 투서와 관련해선 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을 것이기에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8월 노 의원이 여교사의 투서를 공개하자, 시교육청은 인천지역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54개교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교장 1명만을 '경징계' 처분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한편, 법무부·교육부 등 11개 중앙부처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 받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교사는 교원 자격을 영구 박탈하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26일 발표했다.

또한, '교육공무원 징계 양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교사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행법으로는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돼도 교사 자격증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다른 교육기관에 근무할 수 있고, 10년간 한시적으로만 교육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을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교사 성범죄, #인천시교육청, #성추행, #성범죄, #노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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