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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의 배터리 할인판매를 강하게 성토하는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박의수 연합회장
 인터넷 쇼핑몰의 배터리 할인판매를 강하게 성토하는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박의수 연합회장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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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톤 트럭을 몰고다니며 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김아무개씨. 최근 그는 차 시동이 잘 걸리지 않자, 이른 아침 인근에 있는 한 동네 카센터로 향했다. 정비사와의 대화도 잠시, 그는 다른 곳으로 가겠다면서 차를 되돌렸다.

"인터넷에서 약 5만 원 내외로 판매되는 가격을 보고서 '동네 카센터도 똑같겠지'라는 생각에 왔는데, 주인장이 10만 원을 달라는 거야. '완전히 도둑놈 심보네'라며 한마디 건네고 나왔어. 근데 왜 이렇게 가격차가 많이 나는 거지?"

또 다른 카센터를 찾기 위해 차를 몰고 나온 김씨의 얘기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주장에 정비사들도 할 말이 많다고 주장한다.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공급가가 있는데, 어떻게 인터넷 판매가로 교환을 해줄 수 있습니까? 저도 가끔씩 인터넷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하고 있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울화통이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금천구에서 동네 카센터를 10년 이상이나 운영해온 이아무개씨의 얘기다. 실제로 동네 카센터는 업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80A 기준 배터리를 10만 원 내외를 받고 교환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보다 휠씬 저렴한 가격인 5~6만 원에 동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소위 '야매'라고 하는 무허가 업소에서도 약 6만 원 내외로 교환해주고 있다는 것이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의 주장이다.

특히 연합회는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의 가격차가 너무 나다 보니, 동네 카센터를 대하는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연합회는 19일 서울 금천구 소재 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동차 배터리시장의 유통질서를 교란시키는 인터넷 할인판매 등을 강하게 성토했다.     

지난 11월 19일 '인터넷 시장의 배터리 할인판매 행위에 대한 강력 대처'를 위한 기자 간담회가 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지난 11월 19일 '인터넷 시장의 배터리 할인판매 행위에 대한 강력 대처'를 위한 기자 간담회가 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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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장 개입 드러날 시 상표계약 위약금 및 미수금 지불거부 등 강경조치"

"배터리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인터넷 시장의 할인판매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할인판매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우리 회원사인 동네 카센터들은 '더 비싸다', 심지어 '도둑놈'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제조사들도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원칙만 강조하지 말고, 상생 차원에서 동네 카센터들이 현재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 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의수 연합회장은 작심이나 한듯 인터넷 시장의 무분별한 배터리 할인판매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박 연합회장은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로 배터리 유통시장을 문란하게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연합회와의 상표계약을 통해 '카포스'란 브랜드를 달고 공급되는 제품이 더 비싸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줌으로써 조합원들이 심각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합회는 차량용 배터리의 원활하고 안정된 공급을 위해 세방전지, 델코배터리와 상표계약을 통해 회원사가 대부분인 동네 카센터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2개 제조사의 대리점들이 동네 카센터와는 별도로 인터넷 쇼핑몰과의 거래과정에서 더 낮은 가격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80A 기준 배터리가 동네카센터에 8~9만 원에서 공급되고 있지만, 인터넷 시장에서의 소비자가는 회원사의 공급가보다 더 낮은 가격인 개당 5만3700원(폐품 미반납 시 6만37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건전한 부품시장의 유통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또 이러한 가격 파괴에 대해 해당 쇼핑몰과 대리점이 밝히길 꺼리는 부분이어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리점이 쇼핑몰이나 도매상 등으로 공급처를 넓혀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과도한 판매요구나 매출실적에 의한 판매장려금 차별지원, 여기에다 본사의 재고물량 밀어내기로 인한 덤핑 등이 대리점으로 하여금 영업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만들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일부 특정 제품이 주기적으로 올라와 터무니없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넷 쇼핑몰에 대리점이 제품을 공급하든지, 아니면 대리점으로부터 재고처분을 위한 땡처리로 물량을 넘겨받은 일부 도매상들이 제품을 공급하든 간에, 대리점을 투명하게 관리감독해야 될 제조사로선 도의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의수 연합회장은 이날 기자 회견 말미에 "왜곡된 배터리 시장의 가격 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배터리 제작사들의 거래 유통경로, 대리점 공급가격의 적정성 등을 소상히 파악해 대응방안을 제출해줄 것을 (두 제조사) 요구했다"며 "인터넷 가격 형성 과정에 제작사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확인될 경우 그 간의 조합원 피해에 대한 위약금 청구는 물론 미수금에 대한 지불거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연합회장은 또 "인터넷 시장에서의 차량용 배터리의 비정상적인 유통 근절을 위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자가범위 축소에 '배터리 교환행위'가 포함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된 차량용 배터링 중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세방전지 팝업창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된 차량용 배터링 중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세방전지 팝업창
ⓒ 세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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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인터넷 할인판매, 우리는 모르는 일"

연합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관련 제조사는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로케트밧데리로 더 잘 알려진 세방전지 관계자는 대리점이 어떤 루트를 통해 인터넷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지 확인된 바 없다며 특히 동네 카센터와 인터넷 쇼핑몰의 공급가에 차이가 있다고 해 제조사가 공급가격을 맘대로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또 연합회가 주장하고 있는 5만3700원의 인터넷 판매가는 사실과 다르며, 매출실적에 따른 판매장려금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델코배터리 관계자도 "인터넷 쇼핑몰의 공급 루트를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며 "설령 알고 있다 해도,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그 루트를 쉽게 알려주겠느냐"라며 말을 아꼈다.

결론적으로 두 업체 모두 이번 인터넷의 배터리 할인판매는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들도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 인터넷 할인판매의 일차적 책임은 대리점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두 관계자 모두 "그건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현재 두 제조사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인터넷 판매로 인한 불량제품 구매가 늘고 있다며 이를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팝업창이 뜨고 있지만, 이 역시 대리점의 인터넷 쇼핑몰 공급자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태그:#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박의수 연합회장, #세방전지, #델코배터리, #차량용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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