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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내 임기동안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 한 마디를 끝내 듣지 못하고 회담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내 임기동안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 한 마디를 끝내 듣지 못하고 회담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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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기 동안에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자 회담에 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대표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 그 나머지는 거기에 부속되는 각론"이라며 "그 말이면 많은 것들이 풀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즉, 박 대통령이 현재 민주주의가 훼손 당했음을 인정한 후 이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해주길 바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 훼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3자 회담은 거대한 벽과의 대화나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사과에 대한 갭이 너무 컸다"며 "사과를 요구하면 '댓글 때문에 내가 당선됐다고 생각하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화의 전제는 '나도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가 전제 아니냐… 전혀 생각이 섞이지 않는… 내가 얘기한 걸 경청했지만 받아들인 건 별로 없었다."

김 대표의 한숨은 길기만 했다. 다음은 김한길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노숙 오래 했다. 뭐가 제일 불편한가.
"처음엔 엄청 불편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게 몇 개 안 되더라. 첫날은 우선 휴지가 필요했고, 이제는 그걸 버릴 쓰레기통이 필요하더라. 그렇게 살림이 하나하나 늘었다. 요새는 더 필요한 게 없다. 그런데 잠을 못잔다. 여긴 사방이 다 열린다. 이 앞에서 사람이 불쑥 들어온다. 밤마다 와서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고. 주말에는 밤 12시까지 시끄럽다. 머리가 너무 아프길래 국회 의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탈수증이라더라. 화장실 가기 귀찮으니 물을 안 먹었더니 그렇게 됐다. 그래서 요즘엔 물을 많이 마신다."

- 비가 많이 오면 천막이 무너져 내린다고 들었다.
"비오면 샌다. 노트북도 몇 번 젖었다. 비오면 입고 자는 옷이 다 젖는다.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불편함이나 고생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가치, 이런 것과 비교될 사항이 아니다.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삭발 이런 것도 동의를 안 했다. 머리카락 길이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가치를 비견하는 게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 뭔가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운 여건인 것 같다.
"그게 광장이다. 그야말로 밀실이 그리워지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보면 광장과 밀실을 비교한 게 있다. 어떤 밀실도 광장의 함성이 들리지 않을 만큼 아늑하진 않다. 광장과 밀실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청와대 대통령은 작은 밀실에서 광장을 그리워하는 대표적 자리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좀 다른 거 같다."

"사랑재에서 나오며 처음 든 생각은 '정말 큰일이다'였다"

- 어제 회담을 마치고 사랑재를 나오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가.
"'정말 큰일이다'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면 뭔가 접점 같은 걸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7가지 요구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하면 '그 점은 동의하지만 이런 이런 게 내 입장이다' 이런 게 아니더라.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전혀 생각이 섞이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나. 대화의 전제는 '나도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인데… 협상이라는 게 별거냐. 상대 생각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 아니냐."

- 대통령은 어제 야당의 소리,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생각이 없던가?
"내가 얘기한 걸 경청하긴 했다. 그렇지만 받아들인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얘기에) 공감하는 부분은 아주 적었다. 내가 전혀 무리한 얘기나 엉뚱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렇더라."

- 박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은 없었나?
"나는 청와대나 누구한테든 비공식적인 접촉을 지시한 적이 없다. 매달려서 만나는 것처럼 되면 성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 네고(협상)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하고 저 쪽에서 뭐라더라 이런 것만 전해 들었다."

- 회담 전에 '여야가 국회 내에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에 합의했고, 민주당이 청와대에 남재준 해임 등을 요구했다'는 설이 있었다.
"있었어도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지 내 지침으로 그런 협의를 한 건 아니다. 노웅래 비서실장이 내 공식 채널이고 그런 역할을 할 자리인데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고, 안 했다.

사실은 박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성과를 낼 생각이 없었던 거다. 의제 등이 정리가 돼야 핵심적인 걸 얘기해서 답이 나오는데… 어제 회담에서도 내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거니냐고 하면 적어온 걸 보면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또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 거기에 대해 몇 마디 하다가 또 다른 말을 한다. 그래서 의제나 이런 걸 사전에 정하는 거 아니냐. 박 대통령은 서로 할 말 하고 국회 가서 (야당 대표를) 만나줬다는 게 국민에게 큰 추석 선물이라고 생각 한 거 같다. 드레스 코드까지 정해주고 지침 주고 오라고 하고.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회복에 의지가 있는지다. 내가 얻고자 했던 게 그거다. 선물 꾸러미를 구체적으로 달라는 게 아니라 의지를 확인해 달라는 거였다."

- 박 대통령과 만나서 한 마디 듣고 싶었던 게 그거였나.
"'내 임기 동안에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었다. 나머지는 거기에 부속되는 각론이다. 그럼 많은 것들이 풀린다. 그러려면 (현재) 훼손당한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인정)이 전제가 돼야 그런 말 할 텐데 (박 대통령은) 전제를 인정하지 않는 거 아니냐."

- 대통령은 개인 박근혜로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과 요구에 대해 '나 개인 박근혜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사과에 대한 (양 측 인식의) 갭이 너무 크더라. '그건 전 정권 때의 일인데, 나한테 왜 그래?' 그거다. 대통령이 '댓글 때문에 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으로 말하더라. 그래서 '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계량할 수 없는 거니 모르죠, 그렇다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국정원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 말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냐, 이 사안을 매듭 짓고 민생을 살리려고 노력을 해야지 왜 아직도 풀지 않는 거냐.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8개월이 돼 가는데 (국정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오점 아니냐. 매듭 짓고 가야죠. 다시는 국정원이 정치나 선거에 개입못하게 하겠다, 내 임기 동안 민주주의 제대로 굳건하게 세우겠다 왜 이렇게 말을 못하냐'라고 말했다.

- 그랬더니 박 대통령의 답은 뭔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책임자들을 확실하게 책임지우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건 법원이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 박 대통령은 자기가 준비해 온 것 이상의 발언은 안 하건가.
"내가 얘기한 걸 듣고 변하거나 한 건 없다."

정부·여당 vs. 야당 "모양새부터 불공평한 만남이었다"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간이 침상에 걸터앉아 책을 펴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 회담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보름달은 차 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고 말했다.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간이 침상에 걸터앉아 책을 펴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 회담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보름달은 차 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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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상황이 일단락 되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
"처음에는 그런 기대도 있었다. 내가 잘 설득하면 공감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냈다. 그 이후부터는 우리 당 의원들이 '이건 야당 대표와 담판해서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아주 분명한 신호다, 그러니 만나서 얻는 걸 기대하지 말자', '차라리 회담을 깨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었다. 일단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주장을 분명하게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거 자체가 좋으니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거다."

- 당시 대표의 판단은 무엇이었나.
"어려운 지점이었다. 전에 생각했던 것과 (대통령은) 많이 다른 사람이더라. 먼저 회담을 요구했던 게 대선 전후에 벌어진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인데, 그 진상 규명에 책임자인 검찰총장을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냈다. 국민들은 그 배후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뭘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박 대통령은 너무 자신 있게 (채동욱 총장 사건에 대해) '인터넷 안 보셨어요? 난리가 났어요' 라고 하더라."

- 상황 인식이 전혀 달랐던 거 아닌가.
"그래서 내가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계속 채동욱 총장 사퇴 압력을 가해왔다고 하는데, 신문 안 보셨냐'고 했다. 그랬더니 박 대통령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확실하게 얘기하더라. 그래서 내가 '진실 규명에 대해 대통령이 말하는 혼외 자식이 있냐 없냐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관심이 없다. 민주당이 관심 있는 건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그거에 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옳고 정상적인 일이라면 평검사까지 술렁 거리는 게 설명이 되냐'고 물었다. 그거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반론하지 않더라."

- 한 시간 반 동안 대통령을 독대 한 셈인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대통령이 말할 때 '이건 그렇다'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다. 흔히 정부 여당이라고 하지 않나. 2:1로 만난 거다. 모양새 부터가 굉장히 불공평한 만남이었다."

- 대통령을 만나는 등 어떤 계기가 있어야 야당이 움직일 여지가 만들어질 텐데, 오히려 차단된 거 아니냐.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우리가 움직일 여지가 많고 이후에는 없다, 그런 건 아니다. 지난 8월 초에 담판으로 풀자고 제안했던 건데, 대통령에게 설명하면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담판 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민주주의 회복에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 됐으니 대통령에게 기대하기는 무망하다고 판단한 거다. 우리 상황으로 보면 더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봉착한 것이지만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면 기꺼이 어려움, 고통을 인내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해졌다. 국력, 정치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해 담판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길은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하든 더 어려울 거다. 추석 연휴 때 깊이 고민하고 23일 의총에서 결론 낼 거다."

- 그렇다면 담판 외에 다른 어떤 길이 있는 건가.
"이 문제는 대통령의 결단이 결과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의 하나로 대화 혹은 회담으로 풀려고 했다. 결국 무망하다는 게 결론이다. 크게 보면 원내외 병행 투쟁을 통해 풀 수밖에 없는 건데 구체적인 전술적 판단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127명이 움직이는 원칙을 제시하고 진로를 제시하려고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몇 가지 구상하고 있다. 연휴동안 구체적으로 다듬어야겠다."

- 평화적인 방법으로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결국 폭력을 요구하는 사회가 된 건가.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대통령한테도 '내가 투사가 아니지 않냐, 왜 날 투사로 만드냐' 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 대해서는 충분히 (박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

- 박 대통령과 만나서 소통하는 방식이 안 되는 걸 확인했으니, 하반기 국회 전략이 매우 중요할 거 같다.
"국회는 의원에게만 허용된 투쟁의 장이다. 천막으로 나올 때 국회를 내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나온 건 내가 여당 원내대표일 때 당시 박근혜 야당 당 대표가 국회를 팽개치는 걸 보고 배운 거다. 정말 저러면 안 되겠다 반면교사를 삼은 거다. 그래서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게 된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정상의 비정상화가 원칙이냐"

- 새누리당은 대화 파트너로서 함께 뭔가를 바꿔낼 수 있다고 보나. 어제 박 대통령이 정보위 안에 따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논의하자고 발언했더라.
"'민주당은 국회 정보위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에게 얘기했다. 황우여 대표에게 '이미 지난 달 여야 대표가 만나서 국정원 특위와 정치 개혁 특위를 구성해서 문제를 풀자고 원칙적인 의견 일치를 본 거 아니냐, 왜 이제와서 정보위냐'고 했더니 황 대표는 한참 다른 소리를 하더라."

-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직접 만나보니 어떻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취임 7개월 아닌가. 그동안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있었다. 모두가 정상의 비정상화였다. 가장 최근의 것이 채동욱 총장에 대한 거다.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도 초유의 일이다. 국정원에 의한 정상회담 대화록의 무단 유출, 국정원장이 선거법으로 기소돼서 재판 받는 일, 또 이와 관련해 국정조사 증인들이 증인 선서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일. 모두 정상의 비정상화다. 이걸 누가 원칙이라고 하냐."

-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높다.
"그런 조사 결과에 기반한 오만과 독선을 고집하면 한 순간에 (인기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90%까지 지지도가 올라갔지만 퇴임할 때 한 자리 숫자였다. 그런 과도한 지지율, 호감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 민주당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지지율이 안 오를까.
"그러게 말이다. 내가 대표 되고 이석기 의원 사태 전까지 지지율이 오르다가 많이 떨어졌다. 그나마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크게 보면 총선과 대선 패배 뒤의 상황이 그랬다. 큰 선거를 뺏기고 나서 대선에서 진 당의 지지도라는 건 상당한 조정기를 거쳐야 다시 기반을 갖게 되고 지지율이 올라가게 된다. 상처를 극복해서 정상적인 제 1야당으로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걸 토대로 제대로 된 제 1야당으로서 재고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사막의 여우라 불린 롬멜 독일 장교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때였는데 독일 전차 군단의 퇴각 시 상처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그걸 잘해서 영국군들이 그런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민주당도 대선 패배 이후 전열을 가다듬고 기반을 갖추고 난 다음에 여당과 제대로 대적하는 경쟁력 갖춘 당으로 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일을 겪고 있다."

- 이를테면, 계파 싸움 같은 건가?
"당 내 파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그 부분은 많이 희석되어 가고 있는 거 같다. 요새 모여서 얘기할 때 '어디는 어떻다' 이런 말 거의 없다. 무슨 위원회를 만들 때도 어느 계파 몇 명,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라고 본다."

- 민주당 국회의원 몇몇이 트위터에 국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얘기를 올렸다. 당 안에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나?
"이청준이 소설에서 '사회라는 배에 백 만 명이 타고 있으면 저마다 노를 가지고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고 얘기했다. 우리 당도 그렇다. 힘의 합성 법칙이 있지 않나. 노 젓는 방향이 모이는 게 이 쪽이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 사람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이 젓지 않으면 진행 방향에서 틀어지게 된다. 우리 당 안에도 많은 목소리가 있다. 그런 다른 목소리들이 우리가 가능 방향에 기여해주길 바란다. 대표가 하는 말과 정반대로 말 할 때도 그렇다. 균형과 방향이 생기는 거다. 127명의 합성에 의한 최종 방향이 정해질 거다. 그래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게도 심하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징계하라, 경고한다는 말 잘 안 한다.

지난 번에 최고위원들끼리 모였을 때 '최고위 회의 모두 발언은 지도부가 공유한 걸 각자가 분담해서 얘기하는 거지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만약 각자의 의견을 말할 거면 모두 발언을 없애겠다. 지도부는 당 목소리를 모아서 내야지 분열의 발화점이 돼서는 안 되지 않냐'고 얘기하긴 했다. 그랬더니 최고위원들도 다 맞다고 하더라. 옛날엔 사전 회의 때 현안에 대해 하나씩 뜯어주면서 '당신이 이거에 대해 말해' 하면 그렇게 얘기를 했을 때도 있다."

-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대한민국의 원칙과 신뢰가 바로 설까.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 최우선 과제는 서민과 중산층의 먹고사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을 살리기 위원회'도 만들었다. 제대로 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걸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1단계에 있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했다. 정치 민주화가 달성된 걸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니 민주 정부 10년 간 해온 게 다 무너져 내리고 있더라. 전 단계로 후퇴한 거다. 그래서 한 손에는 민생, 다른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얘기한 거다. 현재 진보 단계의 퇴행이 심각하다. 그래서 내가 노숙하는 거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민주주의 최소한의 근본을 세웠다고 생각했고 누구도 허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정보기관이 다하고 있다. 중정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냐. 갈 길이 멀다."

- 박 대통령이 정치 민주화를 더욱 악화시킬 거라고 보나.
"더 후퇴할 거 같다는 우려가 현실로 들어나고 있으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경제 민주화도 부의 집중을 통한 경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걸 인정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에 대해 얘기하다가 대통령이 '가진 사람을 쥐어 짜는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런 구조로는 대기업이나 못 가진 사람이 다 어려워 진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있으려면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게 경제민주화다'라고 말했다. 또 내가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는 지켜야죠'라고 했더니 박 대통령은 '한 쪽을 쥐어짜는 게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라고 답하더라."

- 암울한 시대가 오고 있으니 대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울한 민심이 퍼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더 많은 고통과 인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당 의원들이 그걸 피할 거 같지 않다. 다만 더 많은 고통이 따를 뿐이지 반드시 우리가 이겨야 하고,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 추석 연휴 때도 천막을 지키는 건가.
"매일 여기 있을 거다. 원래 차례는 형님 댁에 가서 지내고 오려고 했는데 천막에서 지낼까 한다. 의원들 열 댓 명이 여기 와서 함께 차례 지내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추석 당일) 10시 반에 차례 지내려고 한다."


태그:#김한길, #3자회담, #노숙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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