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24차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8월 27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생계형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업'까지 확대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방안이 논의됐다.
 제24차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8월 27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생계형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업'까지 확대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방안이 논의됐다.
ⓒ 김영욱

관련사진보기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성장위)가 도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7월 이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난 달 초부터 연이어 회의를 열고 있다. 태스크포스는 유통업계, 중소기업중앙회, 학계, 소상공인진흥원 등의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TF 논의의 초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계란유통협회·한국베어링판매협회·한국산업용재협회·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현재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해 온 도매업종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둘째는 여타 도매업도 신청을 받을 것인지 등이다. 중고자동차경매·산업용지·식자재 유통업계 등에서도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동반성장위는 서비스업 중에서 빵집, 음식점 등 생계형 서비스업에 대해서만 중기 적합업종을 지정했다. 생계형이 아닌 다른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업의 경우 업종 특수성 때문에 별도의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 6월 동반위의 서비스 적합업종 확대 방안 공청회에서도 도매업은 일단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지지하는 측은 이미 대기업들이 우회적으로 도매업에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롯데슈퍼, GS수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대기업슈퍼마켓(SSM)들이 동네 슈퍼와 '상품공급점' 계약을 맺고 물품을 대주는 방식으로 도매업에 뛰어들었고, 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마트 트레이더스, 빅마켓 등 창고형 매장을 열어 소매상 물품공급을 싹쓸이하려 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은 소비자 가격을 한푼이라도 낮추고 유통·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도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효율성과 전문성 차원에서 오히려 유통산업이 낙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해 논란이 예상된다"며 "올 연말까지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협 "계란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 필요" 주장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일등급 계란이 중도매인들이 공급하는 일반 계란에 비해 더 비싸게 공급되고 있지만, 정작 안정성 측면에서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일등급 계란이 중도매인들이 공급하는 일반 계란에 비해 더 비싸게 공급되고 있지만, 정작 안정성 측면에서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김영욱

관련사진보기


일각에선 계란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같은 계란이지만 세척과 대기업 유통시스템을 통해 공급된다는 이유 하나만을 갖고서, 중도매인들이 직배송하는 계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식자재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어 계란 종사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계란은 전체 물량의 약 30%에 이른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중도매인들이 직배송하는 슈퍼마켓이나 식당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지막 남은 70%마저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계란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계란도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계란인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일각에선 계란도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물류센터와 대리점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유통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도매업에 눈독

실제로 그럴까. 계란을 포함한 대다수 중도매업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유통망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대형유통재벌들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찌감치 창고형매장으로 전환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상품공급점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동네슈퍼를 하나 둘씩 집어삼키고 있다.

대형유통재벌들은 창고형매장이나 상품공급점이 도매업이 아닌 신업태라고 우기지만, 인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광고까지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은 "상품공급점 출현 이후 기존 동네슈퍼와 식당에 공산품과 식자재를 납품하는 지역 중도매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상품공급점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란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한국계란유통협회의 지적이다. 계란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은 "대기업들은 '세척란이 더 좋다'는 거짓 정보까지 흘리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계란도매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거짓 마케팅으로 동네슈퍼나 식당을 잠식해나갈 것"이라고 힐난했다.

"연말까지 결론 내겠다"
[인터뷰] 동반성장위 이우용 홍보실장

-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동반위의 입장은?
"도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한 후 지정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 태스크포스 구성도 그런 맥락인지.
"그렇다. 동반위는 지난달부터 도매업 단체, 학계 등 관계 단체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도매업을 적합업종 지정 범주에 넣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서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이 꼭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 언제쯤 결정이 날 것인지.
"늦어도 연내에는 결정될 것이다."

- 최근 동반위가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생계형에서 생활밀착형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혹 도매업이 지정 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또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 이를 대비해 동반위도 적합업종 관련 기존 조직을 지원단으로 승격시켰으며, 직원 또한 배로 늘린 상황이다."

- 계란 도매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같은 계란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통해 유통될 경우, 15구 기준으로 평균 1500원이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계란은 국민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제품이기에, 사견이지만,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시켜나가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태그:#계란, #중소기업적합업종, #동반성장위, #한국계란유통협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상공인들의 진실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