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지난 6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을 발령할 때, 가장 직급이 높은 공무원을 '행정실장'으로 보임해 발령하겠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교원이 가르치는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 행정실의 명칭을 '행정지원실'로 변경하고, 교감의 명칭은 '부교장'으로 변경하여 교감에 대한 지위와 역할을 보다 더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실장 보직발령'은 없는 것을 새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행적인 것을 공식화함으로써 행정실 직원들의 자존감과 책임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원의 위상이 달라지거나 피해를 보는 것이 전혀 없는데 이에 대해 교총이 왜 반대를 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행정실의 명칭을 '행정지원실'로 바꾸고, 교감의 명칭을 '부교장'으로 바꾸기만 하면 학교 교육이 더 잘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름을 바꿔서 교육이 바로서고 나라가 잘 될 수만 있다면 무슨 이름으로 바꾼다 해도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교총이 주장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런 이유가 아니어서 슬프다. 일선 학교에 수석교사제가 도입된 이후 교감과 수석교사가 서로 누가 높으냐고 싸우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이번에 교총의 위와 같은 주장을 보면서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감의 부교장제' 주장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행정실장 보직발령'은 교감이 학교의 제 2인자로서 행정실직원의 상관으로 행세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말이 아닌가?

교감은 학교장 유고시 직무 대행권이 있으므로 위계상 교장 다음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수평적 분업을 특징으로 하는 학교조직에서 교감은 교감대로 행정실장은 행정실장대로 법령이 정한 각자의 업무영역을 서로 존중하며 교육을 위해 협력해 나가면 될 터인데 굳이 높낮이를 따져서 상하관계로 규율하려고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감을 부교장으로 하여 행정실직원을 자기 통제 아래 두면 교감입장에서 좋을 것 같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예수가 재림하여 행정실에 근무한다고 하여도 감사를 받으면 최소한 주의 처분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 행정실 업무의 특성이다. 그리고 사고 나면 책임질 일이 수두룩하다. 결국 부교장은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지 못하면서 그 이름값으로 행정실 직원의 과실에 대해서 연대하여 책임만 지는 역할을 수행 할 수밖에 없는데 교감에게 왜 그런 바보 같은 역할을 맡기자는 것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부교장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교원출신인 교감이 부교장이 되어야만할 논리 필연성은 없지 않은가? 교원이 가르치는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행정을 담당하는 부교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맡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하고 명분상으로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일선학교 교감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바쁘고 행정실 일에 까지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교총은 대체 누구의 의견을 듣고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교총은 이제라도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얘기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교원들이 학생과 일반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