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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는 어느 복지단체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엄연히 관청의 이야기다. 그렇다. 안성 고삼면사무소가 사는 이야기다.

홀몸 어르신과 면사무소 직원, 자매결연 맺다

고삼면 내에 있는 한 홀몸어르신 댁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자손들의 왕래가 드문 집에서 있었던 생일잔치라 뜻깊었다.
▲ 생일잔치 고삼면 내에 있는 한 홀몸어르신 댁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자손들의 왕래가 드문 집에서 있었던 생일잔치라 뜻깊었다.
ⓒ 고삼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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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삼면의 2013년 현재 인구수는 2088명. 안성의 다른 면보다 4~5배가량 인구가 적은 편이다. 거기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549명. 자그마치 노인인구가 면의 26.3%다. 우리나라 2013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589만 여명. 전체 인구 중 11.8%다. 고삼면 노인 인구는 전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 농촌의 실태를 잘 드러내는 마을이다.

지난해 11월 6일에는 관내 홀몸 어르신들과 면사무소 직원간에 자매결연이 이뤄져다. 홀몸 어르신(총 30명) 1명 당 2~3명이 주 1~2회 방문한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홀몸 어르신의 집에 가 집안 청소, 간단한 집안수리, 병원 동행 등을 한다. 한마디로 젊은이가 없어 미뤄왔던 일을 하는 것이다.

혼자 살면, 그것도 나이 들어 혼자 살면 사람 냄새가 그립다. 아들딸 같은 면사무소 직원들이 1주일에 한 번 이상 와준다는 건 홀몸 어르신들에게는 그저 고마운 일이다. 뭘 꼭 도와줘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온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면사무소 직원이 방문하다보니 어르신들의 필요도 즉각 알아챈다. 어르신들 병원 가는 날짜가 언제인지도 알게 된다. 자가 차량이 없는 그들의 발이 돼 드린다. 지난해 11월 16일에는 안성시 자활지원센터와 함께 한 어르신의 집을 수리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단다. 공사 후 뒷마무리까지 면사무소 직원들의 몫이었다.

고삼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일잔치도 열어

홀모어르신 댁의 집수리를 하고 있다. 안성자활센터와 면사무소 직원이 함께 했다. 면사무소 직원과 홀몸어르신의 자매결연을 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다보니 어르신들의 집사정을 알게 된다고.
▲ 집수리 홀모어르신 댁의 집수리를 하고 있다. 안성자활센터와 면사무소 직원이 함께 했다. 면사무소 직원과 홀몸어르신의 자매결연을 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다보니 어르신들의 집사정을 알게 된다고.
ⓒ 고삼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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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직원들은 방문하다 보니 알게 됐다고 한다. 자매결연을 맺은 홀몸 어르신 30명 중 20명은 자손들의 왕래가 드물다는 것을. 옛날 사람들이 음력 생일을 쓰기에 집에서 실제 챙기는 생일날도 말이다.

면사무소가 가만히 있을 소냐. 조촐한 생일잔치를 기획하기도 했다. 한 어르신의 생일잔치를 벌였다. 여기에 고삼초등학교 1학년 6명이 어르신 앞에서 축하 율동을 선보였다. 관내 한길학교(장애인 특수학교)에선 학생들이 직접 구운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단다. 면사무소는 선물과 미역국을 준비했다. 지난 14일에 있었던 일이다.

고삼면사무소 직원들이 출동해서 폐비닐을 수거해 모으고 있다. 이 폐비닐을 판 돈으로 홀몸어르신을 지원하는데 쓴다.
▲ 폐비닐 수거 고삼면사무소 직원들이 출동해서 폐비닐을 수거해 모으고 있다. 이 폐비닐을 판 돈으로 홀몸어르신을 지원하는데 쓴다.
ⓒ 고삼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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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소한 비용들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바로 폐비닐 등을 수집해서 모은 돈이란다. 자가 차량이 없는 어르신들은 폐비닐이 모이면 면사무소로 연락을 한다. 폐비닐을 판돈으로 관내 홀몸어르신들 지원하는 데 쓴다기에 서로 즐거운 마음이다.

지난해 태풍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태풍 때문에 슬레이트 지붕이 날아갔다는 소식이 새벽에 면사무소로 날아들었다. 직원들이 집에서 한참 자고 있다 출동했다. 망연자실한 주민을 위로하는 걸 넘어서 대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미 날아간 슬레이트 지붕 대신 대형천막으로 지붕을 임시로 만들었던 것.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비바람을 피하게 했다고 한다.

올해 초에는 화재를 당한 주민이 있었다. 면사무소에선 할 수 있는 지원방법을 최대한 동원했다. 고삼면 농촌지도자회와 면사무소에서 성금을 모아 위로금을 전달했다. 대한적십자 안성지회와 고삼농협에서 각각 구호품과 식료품을 전달하도록 했다. 안성시 무한돌봄센터에선 무너진 주택을 복구지원 한다고 약속도 했다.

윷놀이대회를 크게 실시한 이유, 알고 보니...

고삼면 정월대보름 윷놀이대회는 이틀에 걸쳐 한다. 올해도 1월 23~24일에 했다. 고삼면사무소 마당에서 펼쳐진 이 윷놀이의 찬조금은 면 어르신 효도관광에 쓰인단다.
▲ 윷놀이대회 고삼면 정월대보름 윷놀이대회는 이틀에 걸쳐 한다. 올해도 1월 23~24일에 했다. 고삼면사무소 마당에서 펼쳐진 이 윷놀이의 찬조금은 면 어르신 효도관광에 쓰인단다.
ⓒ 고삼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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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정월대보름 윷놀이를 해도 화끈하게 한다. 올해도 1월 23~24일, 이틀간에 걸쳐 했단다. 면사무소·새마을지도자회·이장단 등이 함께 준비했다고. 해마다 하는 이 대회는 주민 500여 명이 참가하는 큰 행사다.

이 대회 상품을 위해 지역의 한 기업에서는 황소를 부상으로 걸었다. 그 외 세탁기·대형 텔레비전·청소기·가스 히터 등 다양한 상품도 마련됐다. 이 모든 것이 지역의 단체·기업 등이 힘을 모은 결과였다. 마당을 마련하니 힘이 모인 게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규봉 주무관. 지금 그는 "바로 그겁니다"를 외치며 웃고 있다. 일 많은 고삼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도 얼굴이 좋아보이는 건 보람 때문일 게다.
▲ 이규봉 주무관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규봉 주무관. 지금 그는 "바로 그겁니다"를 외치며 웃고 있다. 일 많은 고삼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도 얼굴이 좋아보이는 건 보람 때문일 게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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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윷놀이를 해도 이틀에 걸쳐 하는 건 전국에서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규봉 주무관(고삼면사무소). 그가 밝히는 윷놀이대회의 진짜 목적은 이랬다.

행사를 크게 벌이니 여기저기서 찬조금이 들어온다. 그 찬조금은 행사를 치르고도 남을 만한 액수가 된다. 바로 올해 5월에 있을 효도관광을 위해 쓰인다. 관내 어르신들에게 효도관광을 시켜드리기 위해 거창한(?) 윷놀이대회가 있었던 것.

이런 면사무소에 간혹 이런 전화들이 온다. "우리 미꾸라지 잡았어. 추어탕 먹으러 오라고" "오늘 다리 밑에서 고기 구워 먹어. 직원들 데리고 다 오시게" 등. 여름엔 면사무소 에어컨이 시원하다고 어르신들이 오기도 한다. 시원한 커피 한 잔 타드리면 "여기가 천국일세"란다고.

이 면사무소, 가만히 보니 119도 했다가 사랑방도 했다가 복지관도 했다가 관광회사도 했다가 이벤트회사도 한다. 딱 봐도 바빠 보인다. 이런 바쁜 곳에 면사무소 사람은 13명. 박두희 면장을 비롯해 팀장들을 빼고 나면 직원은 9명. 놀랍다. 역시 마음만 있으면 하는구나 싶다.

이규봉 주무관이 넌지시 일러줬다. "그래도 공무원들은 여기 근무를 선호한다, 몸은 바쁠지 몰라도 면 어르신들의 정으로 인해 마음이 좋기 때문"이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관청만 많아진다면야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늘어나도 무슨 걱정이 일까 싶다.


태그:#고삼면사무소, #안성고삼면사무소, #노인인구, #홀몸어르신,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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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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