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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발표하는 정책 중 '하우스 푸어'에 관한 정책은 이전 대선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이다. 집은 있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갚느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하우스 푸어를 위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대선후보들은 상환기한을 연장하거나, 상환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 푸어(저소득층)는?

그런데 하우스 푸어보다 정작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푸어, 다시 말해 저소득층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책들은 기존의 정책들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1년 현재 저소득계층의 규모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1인이상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하면 15.2%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보고 계산해보면 약 760만명이 빈곤층,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러한 저소득층의 확대는 불평등, 양극화의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측면의 문제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낮은 소득으로 인해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있다.

통계청의 2011년 가구동향조사 자료를 통해 이런 저소득층, 상대빈곤층의 소득과 소비 수준을 살펴본 결과, 저소등층의 상당수는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적자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통계청이 제시하고 있는 균등화 중위임금을 이용해 상대빈곤층을 구분했을 때, 이들 상대적 빈곤층 중 67.4%가 적자가구에 속해 있었다. 반면 중산층 이상 가구에 속한 이들 중 이런 적자가구에 속한 비중은 20.1%에 불과하였다.

상대적 빈곤층 중 적자가구 67.4%

이처럼 저소득층의 절반 이상 적자에 처해 있는 것은 낮은 소득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비수준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4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낮은 소득으로 인해 적자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중산층 이상임에도 적자가구에 속해 있는 이들의 경우 가구의 높은 지출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비수준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 가구별 월평균 소득 및 지출 수준 비교 (단위 : 원)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비수준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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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러한 저소득층의 현실은 이들에게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사채 등과 같은 질 나쁜 부채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적자가구의 경우 저축이나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적자를 매우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대출을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질 나쁜 대출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저소득층 지원 정책은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키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거나 질 나쁜 부채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의 처지를 해결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득이 진작되면서 전체 소비가 활성화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선후보들의 노동시장정책과 복지정책, 더 구체화되어야

주요 대선후보들의 저소득층 정책은 어떨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모두 저소득층의 현실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지만 복지의 확대,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라는 선언적인 수준 이상의 새로운, 구체적인 정책들은 내놓고 있지 못하다.

물론 지금까지 각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노동시장정책과 복지정책들이 저소득층의 현실 개선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제대로 시행될 경우 저소득층이 처한 현실에 있어 상당 부분 개선을 이루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소득 가구의 노동소득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 역시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고 있는 저소득 가구 구성원의 소득을 상승시켜 저소득층, 상대적 빈곤층이 직면한 현실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 의료 등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가구의 지출 수준을 낮춰 적자가구가 되는 저소득가구를 줄이거나 질 나쁜 부채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비 지원으로 저소득층의 낮은 생활 수준 향상

하지만 복지정책의 경우 구체적이지 않고 지원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이상 가구의 소비 수준을 비교하고 있는 아래 그림을 보면 저소득층이 중산층보다 훨씬 소비지출을 적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생활수준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은 이러한 중산층 이상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의 생활수준에 있어서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출이 필요한 소비항목에서 발생하고 있는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은 중산층에 비해 지출 수준이 매우 낮다. 특히 교육비의 경우 그 격차가 가장 크다
▲ 중산층 이상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 비교 (단위 : 천원) 저소득층은 중산층에 비해 지출 수준이 매우 낮다. 특히 교육비의 경우 그 격차가 가장 크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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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월평균 22만 9천원으로 가장 큰 격차가 존재하는 교육비 지출의 경우 현재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무상교육 정책과 함께, 지금 시행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비 지원 정책을 영유아로까지 확대하고, 자격조건을 완화해 대상자와 지원금액을 확충하는 방안을 통해 중산층 이상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의 교육비 지출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도 필요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같은 노동시장 정책의 경우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키겠지만, 그 혜택이 근로빈곤계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현재 저소득층 중 가구 내 15세이상 64세미만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근로빈곤계층은 45.1%로 절반이 안된다. 저소득층, 상대적 빈곤층 중 54.9%가 가구 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빈곤층으로, 이들의 경우 노동시장 개선으로 인한 소득상승 효과를 제한적으로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에 진입시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여성, 중고령자, 20세미만 청년 가구주에 대한 일자리 지원 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저소득층이 노동시장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는 모두 청년, 여성, 중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규모나 실행방안, 실행주체, 대상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다. 이 중 일부를 저소득층 지원 정책으로 책정해 정부가 고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원마련 위한 증세도 고려해야 

나아가 이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정책은 비용마련이 문제시 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소득지원정책, 복지정책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지원하는 정책은 상당한 규모의 자본 투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하에서 하향조정되었던 법인세를 높이는 방안이나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등과 같은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는 현재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증세방안이기도 한데, 이 때 확보된 재원이 저소득계층에 투입될 경우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유력한 대선후보 셋 모두 발표하는 공약에 따르자면, 복지확대를 통한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복지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위험한 상황에 놓인 저소득층의 현실을 개선시키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체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태그:#2012 대선, #대선 정책, #저소득층, #근로빈곤층, #상대적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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