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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토사가 유실돼 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도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 위험 경고했지만.. 돌아온건 예산 부족 지난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토사가 유실돼 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도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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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부족해 올해 해준다고 하더니... 미동도 없다가 결국 이 꼴 날 줄 알았습니다"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7일, 경남 거창군 웅양면에 거주하는 김훈규씨의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인근 절개지에서 유실된 다량의 토사로 인해 유실됐다. 설상가상으로 배수로가 막힌 옆 하천도 범람했고, 이로 인해 인근 호두농장의 묘목과 밭 일부가 유실됐다.

흘러들어온 토사로 인해 통행이 불편한 진입로는 김씨뿐만 아니라 현재 농가주택을 지어 입주를 앞둔 귀농인을 포함, 3개 가구가 함께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무이파로 똑같은 피해를 당해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담당 공무원도 사후 피해예방공사를 해준다고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내년에 해준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면사무소의 이런 대답과는 달리 올해 5월까지 전혀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김씨는 다시 방문해 항의했다. 담당 공무원은 '인사 이동 등으로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했다.

이에 김씨는 다시 한 번 공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과 군청 담당 공무원이 함께 방문해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또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힘들 것이라며 향후 피해 발생 시 복구지원비 등을 청구해 공사를 진행하자고 답했다.

지난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토사가 유실돼 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도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 위험 경고했지만.. 돌아온건 예산 부족 지난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토사가 유실돼 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도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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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올해 7월, SNS를 통해 세 번째 거창군에 항의했고, 하천담당이라는 공무원과 통화했을 때도 소관업무가 아니라 이관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날까지 손도 대지 않아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원인을 무시한 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라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이 지역은 기존의 사과농장과 호두농장, 오리사육농가, 한우사육농가 등 최근 3년 내 세 가구가 전입해 거주하기 시작한 신생 주거 지역"이라며 "가로등 하나, 반사경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아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원만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가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거창에서 야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수(가명)씨도 수해를 예상해 지난해부터 군청을 방문해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약 10만 ㎡의 벌목허가가 원인이었다. V자 협곡이었던 이 지역에 벌목허가를 내주며 민둥산이 됐고, 비가 오면 수해가 날 것이라 예상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이 부족해서 힘들다'였고 결국 태풍 산바로 인해 인근 논과 밭이 침수됐다.

이씨는 "한 번에 물이 몰리면서 흙이 3톤 정도 무너져 길을 덮쳤고, 물길을 막아 인근 야콘 밭과 아래 논둑이 터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벌목 담당자는 예산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허가 전에 피해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거창군 관계자는 "사실상 군의 예산이 부족해 사업 우선순위를 정한 뒤 순차별로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민원 요구가 수백 군데나 되는 상황에서 모든 곳을 다 해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또 "연차적으로 복구할 예정이며, 위 지역도 올해 복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거창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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