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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속에...

안개 속의 슬레타포센 폭포
 안개 속의 슬레타포센 폭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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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라 그런지 백야 현상 때문에 해가 일찍 뜬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북유럽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오늘 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온도 9도 정도로 상당히 낮다. 비교적 두툼한 가을잠바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E136번 도로를 따라 온달스네스 방향으로 간다.

한 15분쯤 갔을까, 드디어 피오르의 볼거리들이 나타난다. 우리는 슬레타포센(Slettafossen)에 잠시 들러 라우마강이 이루어내는 장관을 내려다본다. 좁은 협곡을 지나며 폭포가 생겨나고 그 사이로 물살이 급하고 장쾌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산쪽으로 넓게 퍼진 물줄기가 5단을 이루며 계단식으로 떨어진다. 이 강에는 다리가 놓여 있어 건너편으로도 갈 수가 있다. 그곳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가게 입구에는 이빨 빠진 마녀들이 쇠줄에 묶인 채로 서 있다.

온달스넬스에서 게이랑에르에 이르는 길
 온달스넬스에서 게이랑에르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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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리 옆으로 난 계단을 통해 강 쪽으로 내려간다. 물소리가 더 요란하다. 여름이라 빙하나 만년설이 녹은 물이 더 세차게 내려오는 것 같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물색깔이 선명하지 못하다. 그리고 물보라와 가는 빗줄기가 여름을 시원하다 못해 춥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보라와 물소리의 시청각적 조화를 즐긴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오른다. 다음 행선지는 트롤스티겐(Trollstigen)이다.

빗속을 둘이서

트롤스티겐으로 가려면 온달스네스 방향으로 E136번 도로를 계속 따라가다가 소게 브루(Sogge Bru) 다리로 좌회전해 63번 도로를 타야 한다. 이 도로가 트롤스티겐을 거쳐 게이랑에르 피오르로 이어진다. 그런데 트롤스티겐이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이 도로는 경사가 9도나 되고 폭이 좁아 길이 12.4m 이하의 자동차만 통행이 허용된다. 이 도로가 처음 열린 것은 1936년 7월이고, 지금도 5월 중순에서 10월까지만 도로가 개방된다.

스티그포센 폭포
 스티그포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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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스티겐 고개로 오르는 길에 우리는 낙차가 320m나 되는 스티그포센(Stigfossen) 폭포를 만난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폭포의 장관을 구경한다. 이 폭포의 멋은 수량의 많음에 있다기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높이와 길이에 있다. 그리고 폭포 주변에는 물보라와 안개가 뒤섞여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을 지나 길은 계속해서 열두 구비 구절양장을 이룬다. 도로가 180도로 회전하는 건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도로를 보지 못했다.

고개를 오르며 차안에서 지나온 도로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우리 차 운전사인 얀 베르크만 씨는 정말 차분하게 운전을 잘 한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아주 부드럽게 회전을 한다. 여행을 해 보면 유럽의 관광버스와 운전사들이 우리보다는 수준이 높음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그들은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거의 없다. 얀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트롤스티겐 고개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트롤스티겐 고갯마루에서 만난 환상적인 풍경

트롤스티겐의 폭포와 만년설
 트롤스티겐의 폭포와 만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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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스티겐 고갯마루의 해발은 850m이다. 이곳 고개 정상에는 서너 군데 전망대가 있고, 2012년 6월 10일에 완성된 현대적인 건물의 방문자 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정보센터, 박물관, 기념품점 등이 입주해 있다. 우리는 전망대와 방문자 센터가 있는 이곳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기온은 초겨울처럼 차갑다. 산위로는 녹지 않은 빙하와 만년설이 보인다.

아내와 나는 전망대로 급히 쫓아간다. 지나온 구절양장 고개와 스티그포센 폭포를 내려다보기 위해서다. 차가운 물을 따라 이어진 길 끝에 전망대가 있다. 물은 하얀 포말을 이루며 절벽 아래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떨어지는 폭포수를 볼 수는 없다. 건너편 쪽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만이 보인다. 나는 한동안 정신없이 자연의 황홀경에 빠진다. 안개비, 폭포로 인해 생겨나는 물보라,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구름, 선계가 따로 없다.

트롤스티겐 방문자센터
 트롤스티겐 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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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고 나는 다시 방문자 센터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지도를 보며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트롤스티겐 고갯마루 좌우에는 1,462m의 비스펜산과 1,583m의 스티그보튼 호르넷산이 있다. 그리고 산자락에는 빙식호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빙하와 만년설이 만들어낸 자연이다. 이곳 방문자 센터에서 나는 피오르와 트롤스티겐에 관한 자료를 한두 가지 얻는다. 차는 이제부터 내리막길을 따라 발달(Valldal) 방향으로 내려간다.  

굿브란트 호수

중간에 우리는 굿브란트(Gudbrand) 호수를 지나간다. 이곳의 경치가 좋아 우리 모두는 차를 내려 발될라(Valldøla) 강이 이루는 폭포와 호수를 돌아본다. 여름이라 수량이 많아 폭포의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내린다. 이곳의 폭포는 크다기 보다 좁으면서도 물살이 세다. 폭포 주변에는 습기가 많아선지 이끼가 잘 자라고 있다. 폭포 주변으로는 한여름의 초록이 강렬하다.

굿브란트 호수 폭포
 굿브란트 호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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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가까운 지방일수록 여름에 낮이 길어 초목이 더 잘 자라고 싱그럽다. 호수 주변에는 자작나무 같은 활엽수와 가문비나무 같은 침엽수가 적절히 섞여 있다. 우리는 하천 위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며 폭포의 멋을 즐긴다. 조금 전에 본 스티그포센 폭포만도 못하고, 앞으로 만나게 될 장대한 폭포에는 비교도 안 되지만 첫날 만나는 피오르의 폭포에 우리 모두는 만족한다.

다시 버스에 오른 우리는 발달 방향으로 달려간다. 중간 중간 길가 밭에서 딸기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 농부는 노동력이 부족해 여름철에만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인구가 500만 명 밖에 안 되니 그럴 만도 하다. 버스는 피오르 내륙 해안에 위치한 노르트달(Norddal)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링에(Linge)로 가고 좌회전하면 발달로 갈 수 있다.

지척의 호수를 건너가는 페리,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절양장 길

링에와 에이즈달을 연결하는 페리 피오르1
 링에와 에이즈달을 연결하는 페리 피오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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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버스는 우회전해 링에 방향으로 이어진 63번 도로를 따라 간다. 도로는 피오르 해변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곧 이어 링에 마을이 나오고, 조금 지나 링에와 에이즈달(Eidsdal)을 연결하는 카페리 선착장에 닿는다. 링에와 에이즈달 사이는 페리로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여름 성수기에는 20분마다 배가 한 대씩 있고, 평상시에는 30분마다 한 대씩 있다.

우리가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에이즈달로 가는 배가 이미 떠나고 있다. 그렇지만 건너편에서 오는 배가 호수에 보인다. 게이랑에르사에서 운영하는 페리다. 이 페리는 사람과 차를 함께 태울 수 있는 배다. 그러므로 63번 도로도 링에에서 에이즈달을 거쳐 게이랑에르(Geiranger)로 연결된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페리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2층 갑판으로 올라가면 선실이 있다. 차는 페리의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간다.

게이랑에르 가는 터널
 게이랑에르 가는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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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하자 나는 선실 밖으로 나와 주변 경치를 살펴본다. 안개가 끼고 빗방울이 떨어져 조망이 좋질 않다. 10분이 지나 배는 에이즈달에 닿는다. 이곳에 내리니 게이랑에르로 향하는 교통표지판이 보인다. 에이즈달에서 남쪽으로 25㎞를 가야 게이랑에르에 이를 수 있다. 처음에는 길이 하천을 따라 이어져 있어 평탄한 듯하지만 이내 산길과 터널이 나온다. 길은 에이즈 호수를 지난 다음 외르네베겐(Ørnevegen)에서 다시 구절양장을 만난다.
  
열한 구비 고갯길의 정상에 이르면 그 아래로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고개 주변에는 해발 1500m 전후의 산들이 감싸고 있다. 이곳 고갯마루에 잠시 쉬었으나 안개비 때문에 아래 호수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안타깝다. 최고의 장관을 놓치다니. 우리는 고개를 내려와 호수를 따라 게이랑에르 피오르 페리 선착장으로 간다. 호숫가에는 오토캠핑장이 있고, 대형 크루즈선도 정박해 있다.

게이랑에르
 게이랑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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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리 피오르1(Fjord 1)을 기다린다. 피오르1은 30분마다 한 대씩 운항한다. 페리가 도착하자 우리는 배에 오른다. 배 안에서 나는 피오르1의 운행 루트를 안내하는 소책자와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소개하는 가타로그를 받는다. 그곳에 보니 이 배는 게이랑에르에서 헬레쉴트(Hellesylt)까지 간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길게 S자형을 그리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다. 이 피오르는 중간에 볼거리들이 많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태그:#트롤스티겐, #스티그포센 폭포, #굿브란트 호수, #페리, #게이랑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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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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