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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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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 2012 서울변방연극제(7.4~7.20)의 공식 초청작, 극단 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은 성북동 특정 지역 일대를 관객이 직접 도는 가운데, 하나의 작품으로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예술가 집단의 작품들을 체험하게 된다.

사방이 확 트인 공간, 바람을 맞고 마을의 정취를 체감하는 가운데 공연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롭게 쓰인다. 처음 관객들이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운집해 있을 때 이곳에서 배우들은 마을 사람으로 동화되어 있었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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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이라는 것의 익숙함은 이미 우리에게 멀어진 타자이기도 하다. 일종의 시대적 층위로서 또는 우리가 바쁜 삶에서 특히 도시 속에서 망각한 삶으로서. 우리네 삶에 대한 정감 어림의 따스함의 정서가 주는 공연을 마을 주민들이 이 연극을 편안하게 보는 것의 그 바깥에서, 관객들은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가지며 자신의 정체성의 위치를 조율해야 한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공연에 맞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연리목'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공연에 맞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연리목'
ⓒ 김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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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마을을 체험하는 것은 이 마을이 우리의 외부(우리가 어쨌거나 살지 않는)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외부성은 우리 내부의 다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객은 도시에서 이 순간의 극장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장소 특정적인 공연들의 생성에서 유령처럼 배회하며 시선과 신체의 분리, 곧 스펙터클의 체험을 하는 것에 가깝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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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안 할머니와 춘춤은 최고의 경험이었다. 마을 주민인 이 할머니는 도무지 공연자가 될 수 없는, 공연의 틀에 끼워지지 않는, 시선에 침잠되지 않는 실재(thing)다. 배우의 환영과 실재의 현실이 혼재된 양상에서 삶과 극이 교란되고 교차되는 이 순간에 극은 수행의 물꼬를 튼다.

배우와 관객 한 명, 한 명과의 눈이 맞을 때마다 그 무대로의 전이가 일어난다. 이는 영화 속 무도회장의 (중심이 된) 인물들의 요염한 날갯짓이기도 하다. 이어 사람 얼굴의 탈을 쓴 사자의 뒤를 따르며 신화가 마을에 내재화됨을 경험한다. 또한 집단 줄 서기로 그 뒤를 따르며 어린 시절 유희의 감성이 자극됨을 느낀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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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무대는 마두금을 켜는 남자와 이상한 생명체의 동거가 일어나는데, 이 동물의 바동거림에 끊임없이 남자는 연주를 멈춰야 하는 것과 같이, 이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초라한 일상성을 비추는 현실에 대한 찬가쯤으로 작용한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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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배경으로 한 공연은 준비된 성벽을 감싸는 조명, 무대 드넓은 바깥, 성벽 돌들 사이로 풀들, 신선한 바람이 극을 자연스레 감싼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네킹과 인간의 동거, 인간 모형들과 인간의 혼종된 세계, 곧 그림자로만 인식되는 검은 사물들의 그림자극이 이어졌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에서 성벽에서의 공연을 보고 내려오며 바라본 마을 광경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에서 성벽에서의 공연을 보고 내려오며 바라본 마을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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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두 명의 배우는 소원을 들고 불 붙여 날려 보내기를 관객과 함께 한다. 이 소원 빌기에는 삶이, 삶의 목소리가 자연 섞여든다. 층진 담장 사이로 조그만 집들을 펼쳐 놓고 골목길 안에 골목길을 재현해 놓은 소담한 인형극은 관객에게 잘 만들었다는 감탄이 나오게 했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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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의 장소에서 한 바퀴 공연-체험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다 모이고 탈 쓴 배우(솔문)는 탈춤을 하며 인간 얼굴을 한 사자에게 존재 물음을 한다. 도무지 정체를 알기 어려운 너는 무슨 종이냐는 말은 사자를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다.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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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놀이판이 벌어질 때쯤 차들이 유난히 많이 지나가며 극과 현실의 혼재된 양상을 또 한 차례 선사한다. 몇 명의 주민이 자연스레 춤판에 가세하며 탈을 받아쓰고 다른 이들도 춤에 동화된다.

극단 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은 이동식 장소 특정적인 공연으로서 그 규모 면에서 스펙터클의 구현이자 배제할 수 없는 실재들을 체감하며 관객 스스로의 마을 체험이 공연과 유기적으로 엮어 들게 했다. 이 공연이 갖는 낭만성은 현실에 붙박이지 않는 이질적 기억으로 이 성북동을 기억하게 만들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극단 서울괴담, #서울변방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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