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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는 울산·창원을 잇는 '진보벨트'다. 노동자 밀집으로, 어느 곳보다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거제가 이전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진보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관심이 높다.

 

현재 거제는 국회의원(윤영)과 시장(권민호)이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광역·기초의원은 야당 우세다. 3명의 경남도의원 가운데 2명이 야당 소속으로 김해연(진보신당)·이길종(통합진보당) 의원이다.

 

통합진보당 이세종(56) 예비후보는 거제에 진보의 깃발을 꽂겠다는 각오다. 그는 1982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뒤, 30년 동안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온 대우조선노조의 산증인이다.

 

부산기술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노동자로 있으면서 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를 나왔고, 경남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또 그는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을 지내는 등 시민운동 활동에도 앞장섰다.

 

현장 노동자 출신인 이세종 예비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심이 높다. 그는 "정당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며 "비정규직은 구호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약에 의원이 된다면, 사회양극화 해소에 제일 역점을 두고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월 29일 오후 거제에서 만난 이세종 예비후보와 나눈 대화다.

 

"노동 현장에서는 두 진보정당이 하나로 합칠 것을 지금도 요구하고 있어"

 

- 이전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이상현 전 예비후보와 경선했지만 논란이 일어났는데?

"여론조사와 시민참여경선으로 하기로 합의했고, 후보가 되지 않는 쪽에서 선대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결과가 나왔는데 여론조사기관의 문제가 있었다. 특정 후보한테 유리하게 진행했다기 보다 미숙함이 있었다고 본다. 나중에 이상현 전 예비후보가 보도자료를 내고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 거제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돼 가는지?

"지난해 11월 거제에서 야당들은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연말에 하려고 했지만 미뤄지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후보가 3명인데 경선 중에 있다. 저는 통합진보당 당원을 대상으로 찬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진보신당 후보까지 포함해서 2월 말 내지 3월 초 안으로 단일화 것이다."

 

- 거제는 울산·창원 못지않게 노동자 밀집인데, 지역의 정치 성향은 어떠하다고 분석하는지?

"전체 인구는 23만 명인데 유권자는 17만 명 정도다. 대우조선이 있는 옥포와 삼성중공업이 있는 고현은 도시 성향이라면 나머지 9개 면은 농어업 중심이다. 도시 쪽은 야권이 강하다고 본다. 그동안 이곳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됐다. 그런데 지난 17대와 18대 총선과 거제시장 선거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단일화가 되면 뒤집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그 뒤 광역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현재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광역의원(3명)은 한나라당(김성길)과 통합진보당(이길종), 진보신당(김해연) 소속으로 돼 있다."

 

- 최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처음에 통합진보당이 출범하고 나서 지지율은 10%대였다. 그 뒤에 민주통합당이 만들어졌고, 대표·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하면서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다. 통합진보당 지지층이 민주통합당으로 넘어간 것이라 본다. 국민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헷갈린다. 아직 홍보가 부족하다."

 

- 여전히 진보정당들은 분열돼 있고, 특히 노동현장은 그런 상황이다. 노동현장이 분열된 상황에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과거 분당 상황보다 나아진 측면이 있다. 서로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서로 아픔을 들추어내는 것보다 조심스러워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두 진보정당이 하나로 합칠 것을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빠를수록 좋다고 보는데, 언젠가는 합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비정규직은 구호로 해결될 문제 아냐... 사회양극화 해소에 최선 다할 것"

 

- 거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윤영 의원에 대한 평가는?

"윤 의원은 초선이다. 야권의 시각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해왔다고 본다. 지역 발전을 위해 예산 확보에도 노력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금품수수 사건이 불거졌다. 광역의원이 법적 책임을 지면서 의원직을 상실하기까지 했고, 윤 의원의 부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원직을 유지했지만, 거제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샀다. 그 부분은 아쉽다."

 

- 거제가 고향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총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대한민국에서 헌법에 보장된 피선거권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 김현철씨는 그동안 거제에서 살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일뿐이다. 김현철씨가 거제 발전에 기여한 게 없다고 본다. 아버지가 대통령일 때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실형도 살았다. 시민들 사이에 차이는 있겠지만,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많다."

 

- 18대 총선을 앞두고 거제에서는 김현철씨의 출마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 같은데?

"18대 때 거제에 사무소를 내고 출사표까지 던졌다가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때 김현철씨의 출마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김현철씨가 어느 후보보다 열심히 지역을 다니고 있다. 그런 부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대우조선해양의 정부 지분 매각 추진에 관심이 높은데?

"국민기업화를 해야 한다. 대우그룹 부도 이후 워크아웃 되었던 기업체 가운데 제일 먼저 졸업했다. 구성원 전체가 뼈를 깎는 아픔의 고통을 겪은 탓이다. 거기다가 지역민들의 애정과 사랑이 컸다. 지금 정부는 자산관리공사 지분 19.1%를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해외매각해서는 안 되고 투기자본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 국민주 방식이어야 한다. 고용 창출과 조선업 발전을 위한 차원이어야 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해 후유증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는 다른 지역의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영시가 거제시·고성군과 통합을 바라고 있는데?

"지금 정부의 방침을 보면, 두세개 시군을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거제는 부산과 생활권이 가까워졌다. 거제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으로 인해 지역생산성이 높다. 통영․고성과 통합한다면 지역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것이다. 마산·창원·진해 통합은 전체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통합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크다. 마찬가지로, 통영·고성·거제도 지역여론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이 60%에 달한다. 사회양극화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정치권이 제대로 해야 한다. 정당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저는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비정규직은 구호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약에 의원이 된다면, 사회양극화 해소에 제일 역점을 두고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태그:#이세종 예비후보, #통합진보당, #거제, #김현철, #김영삼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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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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