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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 물메기가 수족관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겨울철 별미, 물메기가 수족관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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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嚴冬雪寒), 추위로 모두가 움츠려드는 계절이다.

새해를 맞아 술자리가 잦은 요즘. 전날 마신 술은 다음날이 되면 늘 후회를 안겨준다. 그러다 점심때가 다가오면 쓰린 속을 달래주는 시원한 해장국이 생각난다. 이럴 때 먹는 제철음식은 보약이 따로 없다. 이런 보약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1월 5일,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야. 오늘 시원하게 속풀이 한 그릇 하러 가자."
"흐미~. 오늘 며칠 전부터 잡아놓은 고객하구 약속 있는디…."
"그래? 그럼 담에 보자."

전화를 끊고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그런데 선약이 있다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 약속 취소하고 바로 갈게!"

한번 뱉은 말은 칼같이 지키는 친구의 맹세를 한방에 무너트리게 한 이놈의 정체는 뭘까. 친구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이 녀석은 겨울철 단골손님, 이름하여 '물메기탕'이다.

"흐미~ 물메기탕이 사람잡네 그려, 요놈이 나를 못시게 만드는구만."
"어제 조금만 마셨어야 했는디…."
"(후루룩 짭짭) 캬아! 속이 다 풀리네!"

물 메기탕은 특유의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그맛이 진짜배기다.
 물 메기탕은 특유의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그맛이 진짜배기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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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갈린 음식이 맛깔스럽다.
 기본으로 갈린 음식이 맛깔스럽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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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약속을 어긴 친구의 입담이 구수하다. 날씨가 쌀쌀한 요즘, 물메기는 속풀이의 달인이다. 쓰린 속을 달래는 데에는 물메기탕 하나면 충분하다. 물메기탕은 특유의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그 맛이 진짜배기다. 또, 추운 날씨에 건조시켜서 찜을 하기도 한다. 진정한 미식가들은 물메기를 회로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물메기의 산란시기는 12에서 3월 사이다. 수심 50~80m의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메기는 겨울철에 알을 낳기 위해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이동한다. 이 시기가 되면 남해 연안으로 몰려와 알을 낳는다. 알은 해조류나 그물 등에 덩어리 형태로 붙는다. 어릴 때에는 주로 작은 새우나 조개류를 먹고 자라지만, 어른이 되면 게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데 자신이 낳은 알을 먹기도 한단다.

아하! 네놈이 물텀벙이었구나

물메기와 삼식이가 사이좋게 함께 낮잠을 자고 있다.
 물메기와 삼식이가 사이좋게 함께 낮잠을 자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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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자산어보>에는 미역어(迷役魚)로 기록돼 있다. 옛날 어부들은 생김새가 흉하여 잡자마자 다시 바다에 던져 버렸는데, 이때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내 '물텀벙'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또한 전라도에서는 미기(메기의 방언)라고도 부른다. 강원도에서는 흐물흐물한 살집과 둔한 생김새 때문에 곰치 또는 물곰이라고 불린다.

어릴 적 이맘때 쯤이면 아버지는 그물로 고기를 건져 올렸다. 아버지와 함께 그물을 빼러 가는 날에는 두 집 걸러 한 집 꼴로 물메기가 주렁주렁 올라왔다. 그물 작업이 끝나면 아버지는 선원들과 항상 물메기회와 시원한 물메기탕으로 고단한 하루를 풀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친구가 약속을 못 지키게 만든 이놈이지만, 둘이 함께 먹는 물메기탕에 쓰린 속이 확 풀린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물메기탕, #친구, #십장생산꼼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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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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