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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가락시영 아파트 종상향을 통과시켰다. 재건축되면,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13일 오후 가락시영 아파트 단지 모습이다.
 지난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가락시영 아파트 종상향을 통과시켰다. 재건축되면,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13일 오후 가락시영 아파트 단지 모습이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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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단지. 이곳 곳곳에는 '3종 종상향 결정 축하'라고 쓰인 펼침막이 내걸렸다. 집주인들은 "안전진단을 통과한 2000년 이후 11년 만에 재건축이 될 기회를 잡았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6600세대 중 70%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한 주민은 "전세값이 6000만 원 수준인 13평(43㎡) 이하 소형 세대에 사는 사람들은 재건축되면, 시세의 80% 수준으로 책정될 장기전세주택에는 못 들어가고 외곽으로 쫓겨날 것"이라며 "또한 억 단위의 분담금을 낼 수 없는 늙은 집주인들 역시 비슷한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영아파트 종상향 논란이 거세다. 지난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증가시켜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나아진 사업성을 통해 재건축 기회를 잡게 됐다. 서울시는 용적률 증가로 1179세대의 장기전세주택이 확보돼 서민 주거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 역시 종상향으로 용적률이 높아져 재건축이 진행되면, 집값이 오르고 값싼 주거지가 사라져 서민들이 외곽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사와 투기꾼의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계획위원회, 종상향 통과... 박원순 시장 입장 반영됐나

논란의 시작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용적률 285%를 허용하는 내용의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 신청안을 통과시킨 일이다. 1982년 지어진 가락시영 아파트는 용적률 한도가 250%인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최근까지 내부 갈등과 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이 지연됐다. 하지만 3종(용적률 최대 300%)으로 종상향이 이뤄져 재건축에 재시동이 걸렸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8903세대 초대형 대단지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중 1179세대가 장기전세주택이다. 당초 장기전세주택은 220세대뿐이었다. 용적률 상승으로 늘어난 주택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장기전세주택이 크게 늘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장기 지연되고 있는 가락시영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활성화되고, 아울러 1179세대의 장기전세주택 확보와 소형주택의 공급 증가로 서울시민 주택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결정이 (종상향을 요구하는) 강동구 둔촌지구 등 대규모 단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락시영 아파트 종상향 요구는 지난 2005년부터 나왔다. 오세훈 시장 재임 때인 9월 7일에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소위원회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보류된 바 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용적률 상승을 통해 장기전세주택을 크게 늘리는 방법으로, 박원순 시장의 장기전세주택 8만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은 박원순 시장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도시계획위원회는 위원 30명의 심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독립기구다. 30명 중 26명이 외부 전문가거나 서울시의원이다. 박원순 시장은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

하지만 도시계획위원장이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인 탓에 박원순 시장의 입장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관련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에야 종상향이 받아들여진 것은 박원순 시장의 입장이 반영된 탓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전문가는 "도시계획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 포함되는 공무원들이 심의 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대로 보고를 안 해, 박 시장이 제대로 검토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민 내쫓기고, 건설사 큰 이익... "박원순 시장, 명확한 철학 제시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앞에서 '서울시 재건축 종 상향 허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실련은 박원순 시장이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의 '종 상향'('2종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일반주거지역'으로)을 허용해서 해당 아파트의 시가가 하루밤새 3,000만원이 상승하고 다른 재건축 단지의 '종 상향' 요구로 확산되는 등 부동산거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앞에서 '서울시 재건축 종 상향 허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실련은 박원순 시장이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의 '종 상향'('2종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일반주거지역'으로)을 허용해서 해당 아파트의 시가가 하루밤새 3,000만원이 상승하고 다른 재건축 단지의 '종 상향' 요구로 확산되는 등 부동산거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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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영 아파트 종상향 결정이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내린 결정은 아니라 해도, 어떻게든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종상향 결정은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도 영향을 줘 도시계획의 근간을 허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순 시장은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큰 대로변과 역 옆에 있으면, 고밀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상향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헌동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 중에 대로변이나 역 주변이 아닌 곳은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서울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들이 오세훈 당시 시장을 찾아가 뉴타운 지정을 요구했듯, 내년 총선에서도 박원순 시장은 후보들에게 종상향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에도 퍼져 있다. 정책자문위원회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을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장기 정책으로 만들고 있는 곳이다. 한 자문위원은 "14일로 예정된 자문위원회 중간보고회와 토론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도 "다른 단지에서도 종상향을 해달라고 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헌동 단장은 또한 "종상향은 서민은 쫓겨나고 건설사와 투기꾼들만 배불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정 지분 이상의 모든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확정지분제를 통해 재건축을 하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결정으로 1조 원 이상의 이익이 예상된다"며 "투자자가 많은 집주인 다수도 분담금이 낮아지는 이익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이번 결정은 공공재인 용적률을 집값을 떠받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파급력인 크다"며 "SH공사 후분양 기조 포기 논란에서도 지적됐듯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색깔이나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진 점을 살피고 명확한 철학을 제시해 관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종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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