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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에 '직권상정'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법'' 제85조 2항에 정의된 내용을 '직권상정'으로 명명하기 때문에, 이는 법률 용어라기보다 일종의 관행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국회법 85조 1항: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2항: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
                  의에 부의할 수 있다.

'직권상정'은 국회법 개정으로 1973년 도입된 이래, 12대 국회 2회, 13대 국회 1회, 15대 국회 7회, 16대 국회 2회, 17대 국회 5회, 18대 국회 6회 등 총 23회 사용되었다. '직권상정'이 정부여당이 필요한 순간에 궁극적 무기로 사용되어 왔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직권상정' 폐지에 대한 논의가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직권상정' 제도는 독재정권의 산물이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으로 '직권상정'이 도입된 1973년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수립하고 있던 시기다. 야당 및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체계로는 권력유지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 마음대로 법안을 제·개정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직권상정' 제도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토론을 통한 합의'가 최선의 정책결정과정이다. '토론 후 다수결'이 차선이지만, 여기에는 양측 모두 표결에 임하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는 조건이 붙는다. '직권상정'은 물리적 힘으로 자신의 의사를 강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차선에도 한참 못 미치는 독재적 제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민주화된 선진국에 '직권상정'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앞의 두 주장은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가 의회에서 의장이 직권상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2009년 2월 8일,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의장 직권상정 해외사례'). 특히 의장 권한이 매우 강력하고 당파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 하원도 상임위 심사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의장이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직권상정' 제도는 다수당에게 소수의 합리적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혹을 주는 위험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국회의장은 여기에 유혹된 다수당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운용의 묘를 살리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조심스럽게 운용해야 하지만, 자신이 속한 다수당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태그:#직권상정, #국회의장 직권상정, #FTA, #한미 FTA, #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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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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