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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다. 그러나 거의 하지 못했다. 아니 다 막혔다. 대북교류사업은 철저하게 중앙정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지방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가능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2010년 7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김두관 경상남도지사와 함께 '공동지방정부'를 이끌어왔던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한 말이다. 경남도는 '통일딸기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대북교류사업을 계획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막혀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내 동포도 살리고 우리 농민도 살리려고 했지만, 통일부가 허용하지 않았다. 평양에서 싹을 틔운 묘종을 갖고 와 밀양·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 '통일딸기사업'도 벌이다가 통일부가 대북교류사업을 허용하지 않아 중단됐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옆에 부인인 김미영 진주시의원이 앉아 있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옆에 부인인 김미영 진주시의원이 앉아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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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 전 부지사는 우리 농민도 살릴 수 있는 대북교류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했다. 강 전 부지사는 지난 28일 퇴임했다. 민주노동당 출신인 데다 공직경험이 없어 처음 임명될 당시 일부에서는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투쟁과 강경한 이미지로 각인된 야권 인사가 민선 5기 초대 정무부지사직을 맡아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강 전 부지사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도정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하는 자세로 새로운 경남도정 건설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민주도정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맡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도정에 소외되었던 야권과 사회시민단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왔던 것이다.

다음은 퇴임식(28일) 뒤 강병기 전 정무부지사를 만나 나눈 대화다.

- 소감은?
"큰 잘못 없이 직을 수행했다는 안도감과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으로 농업과 관련해서 경남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만들어 놓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쉽다. 경남도의회나 중앙정부와 소통 연결에 있어 지적도 많이 있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김두관 지사를 보좌하는 데 도움을 많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공동지방정부의 상징으로 있었는데, 평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공동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가를 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경남을 하나의 모델로 여기는 것 같았다. 공동지방정부가 정착하도록 노력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 김두관 지사가 중심이 되어서 하기는 했지만, '노인틀니보급사업'이라든지, '보호자없는병원사업'을 전국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앞서 시행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경남도청과 관련해 여러 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좀 더 나아지도록 했던 일이 생각난다."

- 처음에는 투쟁과 강한 이미지였는데?
"처음에는 공직사회에서 저에 대해, 진보진영에 대해 갖고 있었던 선입견이나 편견이 많았던 것 같다. 저는 그런 것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평가를 받았다고 자부한다. 김두관 지사의 도정 철학에 부합해서 하려고 했고, 튀지 않고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맞았다고 본다."

"대북지원사업 중앙정부에 끌려갈 수밖에... 안타깝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강병기 부지사는 2010년 7월부터 맡아 왔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강병기 부지사는 2010년 7월부터 맡아 왔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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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이미지와 관련해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은 사례는 없는지?
"특별한 사례는 없었다. 공무원들이 저한테 들려준 이야기는 있었다. 처음에는 저보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사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 자기 생각과 다르다면 고함지르고 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만나보고 나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 공무원들이 처음에 선입견을 갖고 긴장을 하고 있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 친근감을 가졌던 것 같다."

- 공동지방정부의 바람직한 형태는?
"여러차례 말을 했다. 과연 '공동지방정부'라는 용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동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쓰려면, 주요 권한이 정확하게 배분이 돼서 하는 것이다. 인사나 예산이 배분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지방정부라는 표현보다는 정책공조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본다. 다른 지역에서도 공동지방정부라는 말을 그냥 편하게 쓰는 정도라고 본다. 함께 지방정부의 정책을 펴고, 서로 협조하고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 행정 집행에 있어 과도한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 김두관 지사와 의견이 맞지 않았던 일이 있었는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저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바깥에서 무리하게 지사의 생각을 미리 알고 더 강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 항간에 김두관 지사의 대권 도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혹시 나눈 대화가 있는지?
"그런 이야기와 관련해서 직접 언급하며 나누지 않았다. 지사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다. 지사께서 도민들의 기대를 아시고 있다고 본다."

- 정무부지사로 있는 동안 경남도의회,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과 갈등은 없었는지?
"많은 분들이 정무부지사와 도의회가 소통하고, 서로 협조하는 것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는 평가를 했다. 제가 봐도 부족함이 있었다. 가장 많이 대립했던 게 4대강사업과 관련한 사안들이었다. 김두관 지사와 저는 4대강사업을 그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반대였다. 좀 더 소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제 후임으로 오는 정무부지사는 저보다 조건이 더 나아질 것이라 본다. 좀 더 대화하고 해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경남도가 '통일딸기사업' 등 여러 가지 대북교류사업을 해왔고, 기대도 컸지만 제대로 못했던 것 같은데?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의 하지 못했다. 아니 다 막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북지원사업은 철저하게 중앙정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 이명박정권에서는 가능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강병기 부지사는 2010년 7월부터 맡아 왔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퇴임식이 28일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강병기 부지사는 2010년 7월부터 맡아 왔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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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계획은?
"이제 정무부지사 자리에서 나왔으니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다 아시는 거지만, 2012년 총선을 준비할 것이다."

- 민주노동당 복귀는?
"의논 중이다. 현재 제가 당장 입당을 바로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진보대통합이 추진되는, 변화하는 시점이다. 바깥에서 그런 노력에 동참해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정무부지사를 그만두었다고 해서 당장 내일 재입당은 아니다."

- 지난 10·26 재보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는데?
"국민들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그 요구는 엄청나다. 거기에는 여든 야든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국민 요구에 적극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상당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 차기 정무부지사로 허성무 전 청와대 비서관이 내정됐는데, 해주고 싶은 말은?
"허성무 차기 정무부지사와 그동안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잘 모른다. 그런데 그 분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국정을 경험했다. 매사에 치밀한 분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무적인 일을 잘 챙기면서 김두관 지사를 잘 뒷받침하실 것이라 본다."

강병기 전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전 민주노동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있다가 김두관 지사와 야권후보단일화를 한 뒤, 김 지사의 당선을 위해 애썼다. 진주 대곡 출신인 그는 부산대를 나와 농민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정치위원장,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더큰경남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의 부인은 김미영 진주시의원이다.


태그:#강병기, #경상남도, #공동지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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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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