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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노란색)와 고라니 똥(검은색)
 산토끼(노란색)와 고라니 똥(검은색)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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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산속의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우리 전래 동요인 옹달샘 노래가사 일부이다. 그러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토끼' 노랫말이 자칫 전설 속 이야기로 남겨질 위기에 처했다.

옛날 야산에는 산토끼가 지천이었다

야생조수 관련법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인 30여 년전 만해도 농.산촌 사람들은 겨울철에 산토끼를 포획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눈이 내린 다음날, 철사 또는 삐삐선이라고 불리던 전화선을 이용해 올무를 만들어 토끼 사냥에 나섰다. 야행성 동물인 산토끼가 밤에 다닌 흔적(눈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낮잠을 자는 산토끼를 만나게 된다. 인기척에 놀란 산토끼가 달아나지만 자신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대로 움직인다는 습성을 이용해 산토끼가 지난 간 길에 올무를 놓아 몰아서 생포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귀한 손님들이 오면 산토끼 요리를 대접 할 정도로 산골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취급되었고, 산토끼를 사냥하는 것은 위법사항에 해당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겨울철에 농가에서 산토끼를 포획해도 이듬해에는 농민들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콩밭이며 배추밭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산토끼가 지천이었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전부터 산토끼의 개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젠 산에서 산토끼를 발견한다는 것이 힘들 정도로 산토끼들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산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산토끼가 사라진 것은 야생 고양이들 때문이지."

어느 산속 마을 김씨 노인의 말이다. 산속 일에 대해서는 야생동물 관련 박사나 전문가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산골에서는 이곳 사람들이 전문가로 통한다.

야생고양이가 환경 파괴의 주범.
 야생고양이가 환경 파괴의 주범.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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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고양이를 버리거나, 집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집 괭이(고양이)들이 밖으로 나가서 야생이 되고 지들끼리 번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산에 가면 고양이 천지야."

그랬다. 야산에는 산토끼며 들쥐가 많기 때문에 버려진 고양이들은 인간들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또 개에 비해 100여 배나 높다는 고양이의 번식력은 삽시간에 고양이가 지천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덩치가 큰 토끼를 무슨 수로 고양이들이 잡아먹었을까요?"
"이 양반 모르는 소리 하시네. 산토끼들의 새끼가 큰 쥐 만하잖우. 새끼 때 몰살을 시키니까 산토끼가 사라질 수 밖에..."

김씨 노인은 멍청한 내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한다. 그래서 일까! 산토끼도 그렇지만 청설모나 다람쥐 또한 과거에 비해 그 개체가 현격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야생 고양이들로 인해 동물들의 먹이사슬 구조가 깨졌다

한국 산짐승들의 먹이사슬 구조는 들쥐와 다람쥐, 산토끼 등 초식동물이 하층구조를 형성하고 부엉이 참매, 황조롱이 삵 등의 육식동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개체 수 조절이 이루어져 왔다(농촌 사람들이 겨울철에 잡는 것은 개체 수 증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농.산촌 하늘에 황조롱이나 매가 먹이 탐색을 위해 떠 있는 장면을 보는 것은 과거에는 흔한 경우였고, 그곳 사람들은 이들로부터 닭이나 병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튼튼히 만들었다. 또 겨울철 한밤중에 부엉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산골마을에서는 정겨운 소리였다.

그런데 고양이들로 인해 들쥐나 산토끼, 다람쥐가 사라짐에 따라 이들을 먹이로 삼는 참매나 부엉이 등의 육식 조류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 농촌에서 그 흔한 소쩍새나 부엉이 소리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또 있다. 고양이 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는 천적이 없다보니 자신들의 영역이 비좁아짐에 따라 민가에 까지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풍경이 종종 목격된다.

야생고양이들로 인한 환경파괴 및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고양이)은 들쥐, 다람쥐, 어린 산토끼를 비롯해 봄철 풀숲에 집을 짓는 멧새, 딱새 또는 멧비둘기처럼 나무에 집을 짓는 산새들의 집을 습격하는 것도 가리지 않는다. 또한 시골 아파트 단지나 읍내까지 내려와 쓰레기봉투를 파헤쳐 놓기도 하고 특유의 괴음공해도 유발한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가!

이 같은 야생고양이들로 인한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인식한 지자체에서 산토끼를 방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산토끼가 사라지고 있는 원인분석도 없는 무조건적인 방사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증가한 야생고양이 수효를 일시에 감소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시도는 해 보는 것이 옳다. 방법은 산고양이나 들고양이 잡이틀을 만들어 이들을 모조리 생포해 일정 장소에 집단 수용하거나 가능하면 애완용으로 길들여 분양을 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일이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각 지자체에 유해조수 퇴치를 위한 보조금의 지급을 통해 야생고양이 수렵 등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하겠다. 


태그:#야생고양이,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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