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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밤 교과부 앞에서 사분위 결정 기다리면서 촛불집회 중인 학생들.
 14일 밤 교과부 앞에서 사분위 결정 기다리면서 촛불집회 중인 학생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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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기사 대체 : 14일 오후 11시 40분]

"도둑놈에게 다시 도둑질하라고 학교를 줘버렸다"... 학생들 '절규'

"사분위 나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슬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진입을 가로 막는 수십 명의 경찰들을 밀어내며 절규했다. 전형수 대구대 교수는 "도둑놈에게 다시 도둑질 하라고 학교를 줘버렸다"고 분노했다. 학생들은 "사분위 해체하라"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 하던 비가 또 다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14일 대구대와 동덕여대에 '구재단 복귀'를 결정했다. 덕성여대는 1년 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선임된 정이사 가운데 과반이 '구재단' 측 인사... "사분위 해체해야"

주저앉아 울고 있는 이슬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주저앉아 울고 있는 이슬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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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는 구재단 추천 인사 3명, 구성원 추천 인사 2명, 교과부 추천 인사 1명을 정이사로, 1명은 구성원 추천 임시이사로 선임했다.

전형수 교수는 "이사 명단 확인 결과, 구재단 추천인사에는 대구대 설립자의 부인인 고은애 전 이사 측 인사가, 구성원 추천인사에는 고은애 전 이사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대구대 구성원 80% 이상 동의를 받아 제출한 정이사 명단이 있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7년 전인 1994년, 교육부는 고은애 전 이사의 학교운영상의 전횡과 독선, 등록금 유용, 학내공사 입찰비리 등을 이유로 이사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그 이후 대구대는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동덕여대의 경우도 선임된 9명의 이사 가운데 5명이 구재단인 '조씨 일가' 측 인사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조원영 전 동덕여대 총장은 교비 78억 원을 불법으로 재단에 빼돌렸고, 이은주(조 전 총장의 어머니) 전 이사장은 8억여 원을 불법으로 전용했다. 이후 동덕여대에 임시이사가 파견된 것은 지난 2010년. 1년 만에 다시 구재단 체제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나머지 4명의 이사는 교과부 추천 2명, 구성원 추천 2명으로 이루어졌다.

이진주 동덕여대 부총학생회장은 "동덕여대의 설립자가 조씨가 아닌 이씨인 것으로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어떻게 설립자도 아닌 구재단 측 추천 인사가 5명이나 이사로 선임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슬 총학생회장은 털썩 주저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흐느꼈다.

눈물 흘리고 절규하는 학생들을 보는 정대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의 표정은 착잡했다. 1년 전, 상지대도 교과부 앞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 정 위원장은 "사분위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비리재단이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분위 폐지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비리재단 복귀가 결정된 대구대와 동덕여대는 교과부에 재심의를 청구할 예정이다.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이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이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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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대구대 학생들이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대구대 학생들이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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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4일 오후 8시 5분]

"'거기 비리 저지른 학교라며' 소리, 듣고싶지 않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거기 비리 저지른 학교라며, 거기 이사장 이상하대'가 되지 않도록, 이번에 수능 보고 들어올 신입생들이 '언니, 우리학교 구재단 들어와서 이상한 학교라면서요' 하지 않도록."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비리재단 복귀에 반대하며 지난 3월 삭발한 머리는 여전히 짧았다.

14일 오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 위원장 오세빈) 심의에서 대구대·덕성여대·동덕여대·오산대 등에 구 비리재단 복귀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시각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는 비리재단 복귀반대와 사분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분위, 대구대·덕성여대 '비리재단 복귀' 결정 내릴 수도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지난해 비리재단이 복귀한 상지대 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교과부 앞에서 지난해 비리재단이 복귀한 상지대 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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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는 대구대·덕성여대·동덕여대·오산대 등 이날 심의가 이루어지는 대학 학생들은 물론이고 사분위 결정을 통해 이미 비리재단이 돌아온 상지대·서일대·세종대 등도 함께했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500여 명의 학생, 교수,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집회 사회는 이승현 상지대 부총학생회장이 맡았다. 이 부총학생회장은 "여러분들이 상지대처럼 힘들어하고, 상지대처럼 눈물흘릴까봐 연대하러 왔다"면서 "(비리재단 복귀) 강행되면 그 대학 죽습니다"라고 결연하게 말했다. '김문기(전 상지대 이사장)를 반대한다'라고 적힌 빨간 손팻말을 든 상지대생들이 대오의 맨 앞에 앉았다.

또한 상지대 총학생회 10여 명은 지난 8일 원주를 출발, 자전거로 700km를 달려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른바 '사학비리대학 순례'. 정창훈 상지대 이공대 학생회장은 "구재단 복귀반대, 사분위 폐지를 외치며 7일을 다녔는데 몸도 아팠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면서 "교과부에서, 나라에서 나오는 좋은 차타고 한번만이라도 그 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역시 지난해 구 재단이 복귀한 세종대의 유제승 총학생회장은 "구 재단 복귀 이후 제가 1학년 때(구 재단 복귀 전) 선배들한테 '그게 말이 되느냐'며 들었던 말 같지 않은 학교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농활비도 집회 참여했다고 안 주려 한다"며 "다른 대학들은 저희 세종대처럼 안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니라, 잃어버린 소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김동우 세종대 교수는 "임시이사 체제 당시, 대학이 민주화 되면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 그런데 (구 재단 복귀 이후) 새로 부임한 총장은 세종대가 4년간 혼란을 겪었다면서 용서 못한다고 협박을 했다"고 개탄했다.

상지대와 세종대는 덕성여대와 대구대의 미래일 수도 있다.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오늘 심의에서 덕성여대와 대구대 비리재단 복귀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정대화 상지대 비대위원장 등은 이날 오후 참여연대를 찾은 홍준표 원내대표를 찾아가 사분위 결정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오후 7시 30분 현재까지 사분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과부 앞에서는 집화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태그:#사학분쟁조정위원회, #비리재단, #상지대, #대구대, #덕성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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