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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수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는 천등산

 

5월 햇살이 따스하다. 쨍쨍 내리는 햇살과 산들거리며 부는 바람이 잘 어울린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푸른 빛으로 가득하다. 엊그제 봄이 온 것 같더니…. 벌써 모내기를 하려고 물을 가두고 써래질을 마친 논들도 보인다. 차는 15번 국도를 달린다.

 

오늘(5월 14일) 찾아갈 산은 고흥 천등산이다. 지난 여름 송정마을에서 오르다 월각산(429m)을 넘고서는 천등산을 바라만 보다 다시 돌아 내려왔던 터였다. 정상부 암릉이 아름다운데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더욱 오르고 싶었던 산이다.

 

천등산(天燈山)은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해서 '天燈'이라고도 하고 금탑사를 비롯해 많은 사찰들이 있었을 옛날, 금탑사 스님들이 도를 닦으려고 많이 올라 밤이면 수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 해서 '天燈'이라 했다고도 한다.

 

천등산은 553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바닷가에 접한 산이 그렇듯 오르면 힘들고 높게 느껴진다. 오늘은 금탑사 방향에서 오를 생각이다. 시간이 되면 천등산에서 조계산(473m)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 볼 계획이다.

 

이름은 화려한데, 너무나 조용한 금탑사

 

고흥읍을 지나 나로도 방향으로 가다보면 포두면이 나오고 금탑사 가는 길을 알려준다. 포두면에서도 금탑사까지는 한참을 들어간다. 한적한 포장도로를 타고가면 금사마을이 나온다. 금모래마을.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아래 정자가 있다. 정자 앞으로 작은 개천이 흐른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한다.

 

금탑사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새순을 낸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시원하다. 물소리도 귀를 시원하게 한다. 길은 작은 벌레들 세상이다. 딱정벌레들이 떨어진 나뭇잎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며 부지런을 떨고 있다. 자벌레는 실을 길게 늘이고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금탑사까지 1km 정도 오른다. 산능선을 배경으로 아늑한 절집이 자리를 잡았다. 금탑이 있는 절일가? 절이름이 좋다. 절집 주변으로 비자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1700년대에 심은 것으로 300년 넘게 자라고 있단다. 비자나무 숲 특유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서늘한 길을 따라 금탑사로 오른다. 금탑사는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너무나 조용하다. 얼마 전 부처님오신날이 지났는데도 연등 하나 걸리지 않았다. 절집은 오밀조밀하고 정감있게 꾸며졌다. 작은 화단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다. 축대 위에 있는 아담하면서도 웅장한 맛을 주는 극락전이 조용한 절집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금탑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정유재란 때 전체가 불탔으나 선조 36년(1603)에 중건하였다. 그 후 숙종 18년(1692)에 또 참화를 입고 현재는 극락전만 남아 있다가 최근에 건립한 명부전, 삼성각, 종각, 요사체가 들어섰다. 지금도 절집은 계속 지어지고 있다. 극락전 옆에는 약수가 '콸콸' 넘쳐 흐른다. 한모금 들이킨다.

 

바다가 보이는 산정에서 즐기는 5월

 

절을 나와 등산로로 들어선다. 숲길은 새로 돋아난 잎들로 하늘을 가렸다. 햇살을 가린 나뭇잎들은 반짝이며 더욱 싱그럽게 보인다. 땀이 살짝 배어날 정도 오르니 능선이다. 잠시 쉬었다가 산길을 재촉한다. 숲은 전체가 소사나무 군락이다. 소사나무는 바다 근처 산에 군락으로 자란다.

 

소사나무는 키가 그리 크지 않지만, 여러 그루가 모아서 자란다. 울퉁불퉁하고 구불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은 마치 동화 속에 요정이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무도 구불구불, 산길도 구불구불. 햇살이 살짝 비치는 숲을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소사나무 숲을 빠져 나오면 하늘이 보인다. 정상은 봉화터가 있고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다리로 연결된 소록도와 거금도가 보이고, 나로도도 보인다. 산에 올라와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 이 맛에 바닷가 산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날씨만 쾌청하다면 더욱 좋겠지만, 바닷가 날씨는 안개가 낄 때가 많다. 천등산 정상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아니 누웠다. 하늘을 보니 기분이 너무나 좋다. 5월 봄볕에 나른한 낮잠이 몰려온다.

 

바다를 바라보며 정상부 암릉을 오르내린다. 내려가는 길은 아주 가파르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부드러운 능선길을 오르내린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미인치까지 왔다. 미인치에서는 내려가는 임도가 있다. 미인치를 가로질러 계속 오르면 조계산이 나온다. 임도와 만나니 더 오르기가 싫어진다.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내려오니 원봉림마을이다. 택시를 부른다. 5월 봄볕이 좋다.

덧붙이는 글 | 5월 14일 풍경입니다.


태그:#천등산, #금탑사, #비자나무, #소사나무, #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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