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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과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열린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될 예정인데, 핵심 쟁점은 '영리병원' 허용 여부다.

영리병원 허용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강력하게 추진된 바 있다. 2008년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려 했지만,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했다.

영리병원 도입을 철회할 듯했던 정부는 촛불이 꺼지자마자 또 다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반대 의견을 제출한다. 같은 정부 내에서조차 영리병원 도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만큼 영리병원 도입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 정부는 제주도에서만 한시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일종의 실험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영리병원을 한 번 도입해 보고 그 영향을 판단해 보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가? 제주도에서만 한시적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는 이야기 자체도 신뢰가 가지 않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영리병원의 돈벌이가 잘 되는지 실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 의료기기회사, 제약회사들에게 종속될 우려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제주도 의료특구 내 영리 주체를 상법상의 회사로 규정하여 모든 형태의 영리병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법상 규정된 회사는 합명, 유한, 주식, 합자회사로서 누구든지 회사를 설립할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의료특구 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다. 심지어 민간보험사, 의료기기회사, 제약회사도 새로운 회사 설립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학적 원칙에 입각해 진료가 이루어져야 할 의료기관에서 민간보험사의 이익, 의료기업체의 이익, 제약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과거의 리베이트가 영리병원 개설 회사의 지분 투자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기획재정부가 주장하는 일반인의 약국 개설 조치가 병행될 경우, 약사가 회사 지분에 투자하면 사실상 의료특구 내에서 의약분업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전면 허용은 제주도 내 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화를 본격화 시킬 것이다.

부대사업은 장례식장, 주차장, 의료기관 내 매점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만 의료기관에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비영리의료법인에 대해 제한 없는 부대사업을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기존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의 영리적 부대사업 운영을 제한하던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의료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아픈 환자들의 병을 치료해주고,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곳이다. 영리목적의 부대사업 전면 허용은 의료기관을 쇼핑몰로 만들지 모른다.

셋째, 제주도 의료특구 내 전면적 영리의원·병원 허용은 결국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의 의료특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여 영리병원의 전국적 허용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제주도에만 한시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미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가 지정되어 있다. 이 역시 지역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는 바, 제주도 의료특구 내 영리병원 전면 허용 조치는 다른 특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의 여러 특혜조치에 대해 다른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들이 동일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의료기관의 종별, 그 규모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 영리병원 전면 허용은 좁게는 제주도 보건의료체계, 넓게는 한국보건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말 신중해야 한다.

넷째, 의료기관 방송광고 허용도 문제다.

의료광고는 의료소비자에게 적절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왜곡된 의료정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의료정보만을 집중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소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 의료기관은 이런 점이 나쁘다고 광고할 광고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그대로 의료비에 포함되어 의료비를 상승시킴으로써 고스란히 환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공급자와 소비자간 정보비대칭성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이는 의료서비스를 시장의 관점이나 경제논리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다. 정보비대칭성이란, 의료행위에 관한 모든 지식과 정보가 의사와 의료기관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재경부와 KDI에서도 인정한 사실인 바, 그동안 재경부와 KDI는 의료정보 및 의료기관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시장논리에 따라 의료서비스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의료광고는 의료공급자의 일방적 홍보로써 의료소비자의 정보력을 높이는 것과는 배치되는 조치이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외국의료기관을 수련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의 외국사례에서 보듯이 영리병원의 경우 소속 의사들이 교육, 연구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 활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양질의 수련과 교육 훈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료기관에 대해서 전문의 수련기관을 지정해주고자 하는 것은 전문의 수련기관으로 지정되면 싼 값으로 젊은 의사들을 고용하여 활용토록 하는 특권을 부여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윤 창출에 목을 매는 영리병원에서 수련된 의사들의 경우 의사 입문 초기부터 잘못된 의료행태에 젖어 여타 인력에 대해서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 또한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영리병원 도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제주도특별자치도법에 포함된 영리병원 도입 조항을 삭제해야한다. 그것이 제주도민을 위한 일이며, 국민을 위한 일이다.


태그:#영리병원, #제주도, #특별자치도, #의료민영화,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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