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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비율로 보는 느낌과 와이드스크린 HD 느낌, 어떤 경험 원하나?"

 

모토로라 줌을 한 손에 들고선 정철종 모토로라코리아 대표의 표정은 자못 비장했다. 정 대표는 5분 남짓한 발표 내내 와이드 스크린 등 경쟁 제품과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다음 달 한국 시장에서 맞닥뜨릴 애플 아이패드2를 뒤집기는 힘겨워 보였다. 

 

모토로라 줌 남은 필살기는 '와이드 스크린'?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10.1인치 태블릿 '모토로라 줌(XOOM)'을 발표하고 4월 중순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철종 사장은 유독 모토로라 줌의 1280×800 해상도를 강조했다. 아이패드2가 전통적인 4:3 스크린을 고수한 반면 모토로라 줌은 4인치 액정화면 비율을 16:9에 가깝게 만들었다. 덕분에 HD급 영화를 감상하거나 HD 게임을 즐길 때 공백 없는 풀스크린 영상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때문인지 이날 전시된 모토로라 줌은 '가로 본능'에 충실했다. 모토로라 줌을 꽂아 다른 멀티미디어 기기에 연결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도킹 스테이션(거치대)'이나 스피커가 달린 HD 거치대 자체가 모두 제품을 가로로만 꽂을 수 있고 전면 카메라 역시 가로면 위쪽 상단에 있어 영상 통화로 가로로 해야 했다. 지금까지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이 스마트폰처럼 '세로 모드'를 기본으로 채택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모토로라 줌의 최대 장점인 허니콤 운영체제와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비중 있게 소개되지 않았다.

 

아이패드2 역습에 두 달 만에 끝난 모토로라 줌 천하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2011)에서 처음 선보인 줌이 '베스트 태블릿'으로 뽑힐 때만 해도 올해는 모토로라 해가 되는 듯했다. 모토로라 줌은 태블릿에 최적화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3.0버전인 '허니콤'을 처음 탑재한 데다 태블릿 최초로 듀얼코어 프로세서(CPU)를 달아 큰 기대를 모았다. 

 

모토로라 줌의 아성은 두 달도 넘기지 못했다. 2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2011)에서 삼성과 LG전자가 역시 듀얼코어 허니콤 태블릿인 갤럭시 탭10.1과 옵티머스 패드를 나란히 선보인 데 이어 3월 초 스티브 잡스와 함께 귀환한 아이패드2가 결정타를 날렸다.

 

일단 기본 스펙에서 모토로라 줌 두께는 12.9mm로 아이패드2(8.8mm)보다 4mm나 두껍고, 무게도 730g으로 아이패드1과 같지만 아이패드2(3G 607-613g)보다는 120g이 더 나간다. 

 

대신 액정화면 주변 모든 실행 버튼을 없애 테두리(배젤) 크기를 줄였다. 덕분에 액정화면은 10.1인치로 아이패드(9.7인치)와 비슷하지만 폭(249.1×167.8)은 오히려 아이패드2(241×185.7)보다 좁다. 세로로 붙잡고 두 손으로 타이핑하기엔 적합했다.

 

태블릿 가운데 처음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사람의 두뇌 격인 '코어'가 2개 달려 동시 작업(멀티 태스킹)시 실행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듀얼코어 역시 아이패드2, 갤럭시 탭10.1, 옵티머스 패드 등 후속 제품들이 모두 채택해 차별성은 사라진 상태다.

 

 

가격은 SKT 하기 나름?... 아이패드2에 밀려 고전 예상

 

그래도 모토로라가 국내 처음 선보이는 태블릿인 탓에 이날 기자간담회엔 취재진이 100명 가까이 몰렸다. 하지만 이날 가장 관심이 컸던 제품 가격 '정보'는 없었다. 모토로라 줌 와이파이 버전(32GB)은 아이패드2나 갤럭시 탭10.1과 같은 599달러(약 68만 원)로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했지만 국내에서 3G+와이파이 버전만 출시하기 때문이다.

 

정철종 사장은 "가격은 통신사와 얘기 중"이라며 "경쟁사 제품보다 장점이 많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미국 시장에 선보인 줌 3G 제품은 799달러(90만 원)로 아이패드2 3G 32GB 제품(729달러, 약 82만 원)보다 높게 판매되고 있다. 설사 SK텔레콤과 협상력을 발휘해 한국 시장에서 아이패드2와 비슷하거나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선보인다 해도 두께, 무게 등 소비자 체감 '스펙'에서 밀리고 태블릿 전용 애플리케이션 경쟁에서도 뒤지는 상황이라 고전이 예상된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국내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선보이는 등 시장을 선점해 놓고도 아이폰-갤럭시S 양강 구도에 밀려 고전했다. 이미 아이패드-갤럭시 탭이 자리 잡은 국내 태블릿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야 할 모토로라 줌 처지에서 아이패드2는 첫 상대로 너무 버거워 보인다.


태그:#모토로라 줌, #모토로라 , #아이패드2, #갤럭시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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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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