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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에 앞서 치러질 4·27 재보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통합과 연대 논의가 무성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이반과 지난 지방선거 승리에 힘을 얻은 진보진영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의 맏형격인 민주당과 대선 예상 후보들의 지지도가 한나라당과 대표주자인 박근혜에 비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힘을 합쳐야만 거대한 한나라당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래서 연대나 통합, 더 나아가 단일정당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민주당을 위시로한 진보진영의 정당과 시민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군끼리 확실하게 합치거나 모두가 연합해야 하며, 민주당이 민주진보 진영의 중심에 서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양대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 연대나 통합이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4·27 재보선에서 호남의 순천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순천의 당원이나, 선거구민의 의사를 물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순천 유권자의 의견을 물은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예비 후보자들이 1등에서 4등까지를 차지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 합계가 63%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6.1%와 4.5%의 지지에 그친다. 민주당이 민주당에 대한 절대 지지를 묵살하고 다른 당에 투표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1등만을 뽑는 경기에서 자기 선수들 4등까지는 출전에서 제외시키고 허약한 5등인 사촌을 출전시켜 경쟁시킨다는 논리다. 대의제도하의 민주정당이 표방하는 정책과 인물을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데서 시작된다. 정당이 각기 정체성과 정책을 가지고 역량을 강화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집권에 이른다.

 

야권연대를 위한 순천에서 공천조차 하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의 의사결정은 민주주의 기본정신이나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의 자체역량 강화하여 외연을 넓혀야

 

민주당은 연대에 앞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함께 하고자 하는 제 정당은 정체성이 다르고 이제까지 민주당의 정책 추진과 정당 활동에 반대를 일삼았던 전례가 있다. 특히 특정 정당과 지도부는 본인이나 자기가 속한 소집단에게 유리하면 창당, 탈당을 반복하고 소집단 이익만을 좇아서 연대나 합당을 요구하는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무장한 신뢰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호남은 한국정치사에서 또는 민주당에서 어떤 존재인가. 김대중이라는 정치인 이전에도 호남지방에서는 동학 농민운동, 광주학생운동을 주도했었던 지방이다. 5.18광주 민주화 운동의 성지이며, 김대중을 통한 최초의 정권 교체는 물론 부산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켜 민주진영의 정권 재창출을 이룬 민주주의 본류가 아닌가.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무기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역민의 정서와 의사에 반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지도부가 강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 하겠다.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인위적인 구도를 만들어, 야권연대라는 구실로 여론을 왜곡하는 정치가 이뤄진다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호남인들의 자존심을 짓뭉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민주당은 호남지역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호남 지역이외에도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호남과 관련이 있다는 쓰디쓴 사실이다.

 

만약에 호남지역 주민 의사와 반대되는 결정으로 호남지역의 주민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서울 등 많은 호남 출신의 지지가 타당으로 옮겨간다면, 민주진보진영에서 구상하는 연합과 연대가 허물어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도부의 비합리적인 결정이나 조치에도 호남인들이 언제나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의심스럽다. 진심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여 양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지자를 보호함은 물론 자체역량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치 중심 감동적 연대필요

 

특정 지역을 희생시키는 인위적인 구도를 만들어 연대 할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연대하여 정권을 찾는데 관심 있는 제 정당들은 그들의 당원, 지지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연대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은 복지문제, FTA문제, 북핵문제, 교육문제, 일자리 문제, 저 출산 고령화 문제, 농어촌 대책 등 중요한 어젠다를 설정하여 가치 중심의 그릇을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정당과 집단들이 연대나 연합 또는 통합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먼저 사랑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부터 한다거나 본인들의 뜻에 의하지 않고 제3자에 의해 강제된 결혼이 행복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지만, 민주진영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후보가 낙선하였다. 7.28 보선에서 역시 민주진영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은평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그러나 끝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와의 연대가 아쉬웠지만, 사실상 한명숙 후보의 승리로 볼 수 있는 지지를 확보했다. 이들은 단일화가 국민의 투표 결정 과정에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지역주의나 지역주의를 볼모로 한 호남지역과 출신 정치인을 희생시켜 손쉬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방침을 접어야 할 것이다. 정치 전문가로 익히 알려진 호남인들이 이런 저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인생을 걸고 민주당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단지 호남지역이라는 사실 때문에 희생을 전제로 한 명분 없는 연대에 순천을 비롯한 지역민들이 계속해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정체성, 정책, 이념과 지지기반이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가 인위적인 방법으로 구획정리하듯 연대하여 국민의 감동을 얻어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할 수 있다.

 

제 정당과 정치인들은 연대라는 미명아래 자기를 위해서 상대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깨끗이 버리고, 국민 속에 파고들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 능력을 보여주어 확실한 지지를 확보하는 길이 진보진영의 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채순 기자는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상무위원입니다. 


태그:#야권연대, #순천 무공천, #가치중심 연대, #감동적 연대, #호남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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