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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예능의 역할을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정짓기에는 예능을 너무 얕잡아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10년 예능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역동성과 의외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한 예능들은 우리에게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지금부터 그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예능 도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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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천하무적 야구단> 출처:공식홈페이지 단체사진
ⓒ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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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능에서 '도전정신'을 빼놓고는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직접 도전하고 부딪치면서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티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시초인 MBC '무한도전'은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에 진행된 F1 특집, 프로레슬러 도전, 락 페스티벌 참가,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등 거의 매회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평균이하의 남자들이 평균이상을 해 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KBS '청춘불패'와 '천하무적 야구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청춘불패'는 7명의 여자아이돌의 농촌 생활 적응기를 담고 있으며, ''천하무적 야구단'은 오합지졸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단의 성장드라마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철부지 아가씨들의 농촌 생활 도전기는 낯선 상황에 대응하는 엉뚱한 행동에서 웃음을 유발하며, 성장과정에서는 대견함을 느낀다. '천하무적 야구단' 역시 스포츠가 가지는 승패에 대한 재미와 더불어 초보선수들이 겪는 좌충우돌 야구 성장기는 도전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도전'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한다. 도전은 늘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반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웃음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장르보다 예능에서의 '도전'은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아마추어적인 사람들을 내세우면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예능 감동을 말하다

최종우승자 허각
▲ Mnet <수퍼스타 K> 출처:Mnet 최종우승자 허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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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해 올 해 대박을 친 프로그램들은 재미와 감동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 때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M.net <슈퍼스타 K>는 매 주 드라마를 한 편씩 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톱 11의 오디션 참가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노래로 승화했다. 그들의 진심을 담은 노래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기 충분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 친구 같은 내 이웃 같은 사람들이 멋지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는 모습에서 감동을 넘어 짜릿한 역전승의 승리감마저 느끼게 했다. 

MBC<놀러와>는 기존 토크쇼에서 볼 수 없던 게스트들을 과감히 TV로 끌어들여, 새로운 토크쇼의 지평을 열었다. 나는 전설이다, 뜨거운 친구들, 괴짜 특집, 울엄마 스페셜 등 매회마다 게스트들의 독특한 조합으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충분했다. 특히, '세시봉' 특집은 40년간 우리 음악계의 거장으로 자리한 그들의 노래인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곧 감동이 되었다.

감동 코드에서 KBS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을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하다. 처음 본 사람들이  마음을 맞춘어 화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은 웃음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보여준 합창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과 여운을 만들었다. 사회가 갈수록 팍팍하고 차가워지는 현실에서 예능은 웃음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그 안에 깃든 진정성을 통해서 다가가려는 새로운 전략적 시도였다.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은 오히려 과장된 행동과 말보다 더 임팩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예능 사회를 말하다

나비효과 특집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방송했다.
▲ MBC<무한도전> 출처: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나비효과 특집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방송했다.
ⓒ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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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대한민국 예능은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와 소통했다. 특히 다양한 사회적 관심거리를 적극적으로 예능에 개입시켜 사회적 문제환기 및 프로그램 특유의 웃음 코드 찾기를 시도했다.

KBS<남자의 자격>은 버려진 애완동물을 직접 길러 유기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독려함으로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공익 예능을 표방했던 MBC<일밤-단비>는 종영됐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들의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출산장려 버라이티인  KBS<해피버스데이>는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프로그램의 메인 주제로 선정하여  프로그램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MBC<무한도전> 나비효과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뤄 명품예능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이렇게 직접적인 사회적 개입이외에도 MBC <일밤> '오늘을 즐겨라' 같이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을 통하여 책을 제작해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사회참여 방식도 있다. 몇 년째 진행되는 MBC<무한도전>의 달력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이 같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웃기는 예능에서 벗어나 시청자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예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공익 예능을 표방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양심냉장고, 러브하우스, <느낌표>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단순 토크쇼나 꽁트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다가, 리얼버라어티의 등장과 함께 사회 참여적 프로그램들이 속속등장했다. 예능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공익적 가치들은 대중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고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능의 사회 개입은 긍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KBS<전국 노래자랑>이 30년을 맞았다. 말이 30년이지 강산이 변해도 세 번 변했을 시간이다. 전국방방 곳곳을 돌며 시청자와 함께 한 세월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십 년 동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 무대를 거쳐왔고 시청해왔다. 예능을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많은 예능들이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도 역동적이며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예능 그 이상을 해내는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변화하는 예능들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재밌는 일이다.


태그:#예능,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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