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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8월 초, 저의 아들 영대(고등학교 2학년)가 미국교환학생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의 인구 3천명 남짓한 작은 읍내 헤이즌으로 지역이 확정되고, 1년 학기동안 영대를 재워주고 먹여주며 그곳에서 단순히 가디언의 역할을 넘어 실제적인 페어런트십을 갖게 된 호스트패밀리의 확정 통보를 받은 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영대는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서툰 영어, 생소한 지역, 낯선 이웃, 낯익은 친구 한 명 없는 학교, 처음 만나는 가족을 부모삼아 1년을 지내야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었습니다. 특히 호스트패밀리는 어떤 가정을 만나느냐에 따라 교환학생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과연 이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분이기에 영대를 1년 동안 아들로 들이는 봉사를 자처했을까, 그분들의 인생관이 궁금했습니다.

 

그 때 호스트파더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메일에는 제가 궁금해 하던 내용이 명징하게 담겨있었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한 에세이를 예로 들었습니다.

 

'여유를 가져요!'라는 제목을 단 이메일에 예로 든 것은 '당신도 세탁이 필요한가요?'였습니다.

 

일상을 채워가는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들이 얼마나 귀중한 지를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알렌Arlen가족이 극동에서 온 영대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매일 특별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영대가 있음으로 그 소중한 하루 하루의 일상이 더욱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지요. 영대는 물론 우리가족 모두는 알렌의 그 메일을 읽고 궁금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알렌의 그 메일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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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당신도 세탁이 필요한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알렌입니다. 이 글은 친구가 보내 준 건데, 영대군도 이 글이 말하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이글을 보면서 영대군과 시간을 보내면서 배우고, 매일 특별한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생각이 나서요.

 

당신도 세탁이 필요한가요?

 

6살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녀가 엄마와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빨간 머리의 순수해 보이는 주근깨 있는 얼굴의 예쁜 소녀였습니다.

 

바깥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배수로 위로 물이 넘치고 배수관으로 들어가지 못한 물줄기는 도로 위를 내달릴 만큼 세차게 쏟아지는 비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월마트 문 앞의 차양 아래에 서있었습니다. 우리는 침착하게 기다렸고, 어떤 사람들은 폭우가 그들의 바쁜 하루를 망쳐서 짜증내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비가 많이 오는 것에 매혹되곤 합니다. 세상의 먼지들을 다 씻어내는 천국의 관경과, 소리에 정신을 잃게 되지요. 비는 내 일상의 걱정을 잠시 잊고, 비가 오는 날 달리고 물을 튀겼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로 안내합니다.

 

그 소녀의 목소리는 너무 감미로워서 우리가 빠져있던 최면 상태를 깨웠습니다. '엄마 우리 빗속을 달리자!'라고 소녀가 말했습니다.

 

"뭐라고?"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엄마 우리 빗속을 달려요!"

그녀가 다시 말했습니다.

 

"안 돼, 우리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엄마가 말했습니다.

 

소녀는 몇 분을 기다리다가 다시 '엄마 우리 빗속을 달리자,'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그럼 우리 다 젖게 될 거야' 라고 했습니다.

 

"아니야 안 그럴 거야 엄마, 엄마가 오늘아침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소녀는 엄마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내가 언제 빗속을 달려도 안 젖는다고 말했지?"

 

"엄마 생각 안나? 엄마가 아빠 암에 대해서 말할 때, '만약 신이 우리가 이걸 극복하게 해준다면, 그는 우리가 모든 걸 극복하게 해 줄 거야' 라고 했잖아!"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빗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침묵한 채 서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을 웃어넘기거나, 소녀를 바보 같다고 꾸짖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소녀가 말한 걸 그냥 무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인생에서 그 순간은 확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수한 희망이 믿음으로 피는 시간이었습니다.

 

"딸아, 네 말이 전적으로 옳단다. 우리 빗속을 달리자, 만약 신이 우리를 적게 한다면 아마 우리는 빨래를 해야겠지."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달렸습니다. 우리는 서서 모녀가 차들을 지나 흙 웅덩이로 내달리는 것을 보면서 미소 짓고, 웃었습니다. 물론, 모녀는 흠뻑 젖었지요.

 

몇몇의 사람들이 그 모녀를 따라 아이처럼 소리 지르고, 웃으면서 그들의 차쪽으로 뛰어갔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나는 달렸고, 젖었고, 빨래를 해야 했습니다.

 

환경이나 사람이 당신의 물질적인 것들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돈을 뺏을 수 있고, 당신의 건강을 뺏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당신의 소중한 기억은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추억을 만들 기회를 잡고, 추억을 만들 시간을 가지십시오.

 

하늘아래 모든 것에는 목적에 알맞은 계절이 있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아직까지 빗속을 내달릴 시간을 허락할 마음의 여유를 가지신 분이길 바랍니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분이 걸리고, 그를 이해하는 데는 한 시간, 사랑하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추억, #여유, #알렌 , #AR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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