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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투표 당일 출근을 해야하는 사정 때문에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다. 지난 13일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신청해 24일 역사적(?)인 부재자용 선거공보물과 투표용지가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에 걸쳐 퇴근 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떨리는 마음으로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봤다.

 

지방선거인지라 시·군의회 후보들 중에서는 아는 이들도 종종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들의 공보물을 따로 보관해 놓고 꼼꼼히 살펴보며 다른 이들보다 먼저 투표에 임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투표 준비의 즐거움은 부재자 투표소에 도착해 깨지고 말았다. 사무실이 위치한 가락동 주변에는 부재자 투표소가 없었다. 다행히 외근을 나가는 동선에 있는 서울 서초구청에서 투표가 가능해 그곳에서 투표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후 2시에 교육문화회관에서 행사가 있어 사무실에서 점심을 빨리 먹고 잔무를 처리하고 12시 50분쯤 출발했다. 전철을 타고 30분이면 도착하니 바로 투표를 하고 버스를 타면 행사 장소에 10여 분 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잠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벌써 서초구청엔 서울 소재의 크고 작은 부대 장병들이 단체로 투표를 하러 와 있었고 끝을 알 수 없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서초구청 지하식당을 투표장소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무려 40분을 줄 서서 기다린 끝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줄을 선 뒤 경찰특공대와 의무경찰들이 몰려 와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투표를 포기하고 행사장인 교육문화회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0분 기다려 투표...부재자 투표소가 없어 발길 돌린 아내

 

그런데 얼마 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맞벌이 하는 아내로부터 온 것이었는데 평택에 부재자 투표소를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결국 여기저기를 헤매다 사무실 귀가 시간이 되어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드넓은 평택 관내에 부재자 투표소는 달랑 3곳으로 하나는 송탄출장소 옆 문예회관, 다른 하나는 팽성읍에 위치한 다목적주민복지관, 마지막 한 곳은 민간인이 가기 힘든 평택 2함대 사령부내에 위치해 있었다.

 

평택은 김영삼 정부 시절 평택군, 평택시, 송탄시를 통합해 출범시킨 도농복합도시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구 송탄시권역, 평택시청이 위치한 평택시계권역, 옛 평택군청이 위치해 있던 안중읍 권역 등 세 곳이 인구밀집 지역이자 생활권이다.

 

그런데 평택에 시민접근성이 원활한 투표소는 송탄권역인 평택시 송탄출장소 옆에 위치한 북부문예회관 투표소뿐, 2함대 사령부는 안중읍 부군이지만 부대안에 있어 일반인의 투표가 어렵고 팽성은 그나마 인구밀집지역인 읍소무소 소재지가 아닌 충남지역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평택권역에 있는 사람들은 송탄으로 차를 타고 30~40분 이상 가든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재자 투표 대부분이 군경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투표 당일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히 군인들이 100여 명씩 단체로 투표를 하는 바람에 일과시간을 쪼개 투표를 하려던 직장인들은 몇 십분씩 줄을 서 기다리다 지쳐 투표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투표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까지로 되어 있어 직장인들의 투표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일반 투표 때와 마찬 가지로 오전 6시부터 투표를 하게 하고 투표용지 발송 등을 감안 하더라도 첫날 투표는 오후 7시까지 둘째날은 오후 4시로 하는 등의 행정적 편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던 해 처음 투표를 했던 기자는 모든 선거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이번 부재자 투표만큼 떨리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 불쾌한 맘으로 투표소를 빠져 나왔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선거를 통해 앞으로 4년의 지방 자치가 결정되는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다음 선거에서는 꼭 실행시켜 주기를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바랄 뿐이다.


태그:#62지방선거, #부재자투표, #선관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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