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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창부와도 같은 것이며 당신이 당신의 귀한 보물, 즉 청춘을 잃었을 때 그것은 당신을 버릴 것이다.'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이문환 씨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이문환 씨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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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인 헝가리를 위해 싸우다 절명한 어느 시인의 노래다.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청춘, 그 이름엔 앞선 시인의 자조 섞인 노래처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들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을 보자. 무언가 좀 수상하다. 우리의 청춘들이 너무도 조용한 것이다. 도서관, 학원을 전전긍긍하며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아무도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한다. 지금 우리의 젊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우리나라의 청춘들을 보고 기성 세대는 '88만원 세대'라면서 탄식하기도 하고 G세대라면서 열광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비단 대한민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로스 제네', 유럽의 강소국 아이슬란드의 '크루크 킨슬로틴(껴안고 싶은 세대)'이라는 말 역시 어른들의 관점으로 청년 세대들에게 탄식하며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기성 세대들의 규정짓기에 젊은이들이 발끈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올해로 21살이 된 이문환씨는 "20대의 대변자가 없는 현실에 개탄하며 20대가 직면한 문제들을 가장 민감하게 품고 있고 그들과 더불어 대안을 던지고자 한다"고 밝힌 뒤 6·2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당찬 그의 결심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였고, 서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사표를 던진 만큼 정식으로 예비 후보자 등록을 위한 각종 서류들을 챙겨 해당 지역 선관위로 향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한창 서류를 살피던 지역 선관위 직원은 이문환씨에게 피선거권 나이제한으로 자격미달이라며 예비후보자 등록이 안되겠다고 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 후보자의 등록 자격은 ①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여야 하고, ②1985. 6. 3 이전 출생자 (25세 이상인 자)로서 2010. 4. 4 이전부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되어 2010. 4. 3 후에 귀국한 자는 2010. 5. 14부터) 계속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이어야 한다.

송파 선관위에서 예비 후보자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문환 씨
 송파 선관위에서 예비 후보자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문환 씨
ⓒ 2030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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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피선거권 나이 제한은 전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던 사안으로, 여러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선거법 개정안을 제시할 때 많이 언급되었던 부분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을 현행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올해 2월에는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출마연령 제한을 현행 25세에서 20세 이상으로 낮추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피선거권의 나이 제한을 낮추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의 침해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참정권의 확대로 더욱 적극적인 젊은 층의 정치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에 그 장점이 있다. 또한 정치적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주요 국가들은 18세 이상의 국민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고 있다.

이문환씨를 주축으로 한 '영맨프로젝트'는 이런 피선거권 제한으로 인해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나아가 직접 지방선거에 뛰어들어 선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투표율 또한 높이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청어람 정치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를 통한 액션이다.

지난 3월에 개봉한 다큐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의 포스터
 지난 3월에 개봉한 다큐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의 포스터
ⓒ 영화사 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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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티브와 맥을 같이 한다. 영화에서 예스맨들은 굴지의 다국적 회사, 주요 정치인들, 각종 기업들의 대변인임을 자처하여 그들에게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들, 해당 주민들에게 '시원한 보상 약속'과 '명쾌한 해결 방안'을 약속한다.

세간의 시선은 이런 예스맨들을 보고 거짓말을 일삼는 무리라며 손가락질 하지만 그들은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과 정치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이다'라고 항변한다. 이번 영맨프로젝트도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정치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주지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이번 6.2 지방선거에는 실제로 위와 같은 생각으로 현실 정치에 출마를 선언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4월 22일 현재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낸 30대 미만 예비후보자는 총 32명으로 시·도의회 의원과 시·군·구의회 의원직에 주로 출마할 것이라고 알려진 상태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30대 미만 예비후보자는 광역과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총 72명이었다. 최종 후보 등록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연 몇 명의 청년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질지 그리고 실제로 당선되는 젊은 후보들이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의 6선 의원 우치다 시게루를 누르고 도의원에 당선된 20대 회사원 구리시타(26)는 이번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젊은 후보들에겐 하나의 롤모델이 될 법하다. 물론 자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반사 이익의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보수성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 구리시타의 당선은 전세계적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의 피선거권 연령도 참의원과 도도부현 지사를 제외한 의원직은 25세 이상으로 우리와 같다. 또한 세계 최연소 국회 의원인 독일의 안나 뤼어만(22)의 존재 역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피선거권 연령이 18세 이상인 독일에서 그녀의 존재는 청소년과 청년 문제의 직접적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문환씨의 영맨프로젝트 팀은 앞으로 20,30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여 주요 정책 공약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선거사무소도 꾸려보고 청년 대표로서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주요 대상인 젊은 층은 물론이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 일색이었던 기성 세대들에게까지 이들은 선거 과정 전반의 이해를 돕고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청년들의 이러한 현실 정치 참여로 제 2, 제 3의 구리시타와 안나가 우리나라에서도 곧 나타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우리 청년들의 청춘이 지나갔을 때 희망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태그:#6?2 지방선거, #20대 출마자, #이문환, #풀뿌리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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