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화개가는 길. 섬진강변으로 늘어선 벚꽃나무.
 화개가는 길. 섬진강변으로 늘어선 벚꽃나무.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섬진강변을 따라서 화개 가는 길

4월로 들어서면서 봄날은 변덕스럽게 희롱한다. 햇살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아직 차다. 봄날 여기저기서 꽃잔치는 열리고, 몸과 마음은 들썩거린다. 개나리가 노랗게 담장을 길게 늘어뜨리고, 앞산의 진달래는 화사하게 꽃잎을 붉힌다.

하동 화개로 향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십리벚꽃길을 걷고 싶다. 구례읍을 지난 19번 국도는 섬진강을 따라간다. 물길이 구불구불 아름답다. 넓은 강변에는 버드나무가 새순을 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길옆으로 벚꽃들이 발처럼 늘어서 있다. 구례 토지면 소재지를 지나고서 조금 가다보니 차들이 섰다.

화개장터십리벚꽃길.
 화개장터십리벚꽃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축제장에 가려면 길에서 기다리는 건 당연하지만 막상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축제장으로 가는 길은 즐겁지가 않다. 그나마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구경하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차가 막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뻥튀기 아저씨. 애들은 뻥튀기도 사 먹고, 차에서 내려 걸어도 본다.

연인들이 걸어가면 백년해로

쌍계사 벚꽃길이 시작되는 곳은 화개장터다. 친절한 의경 아저씨들의 안내를 받아 천변에 주차를 한다. 애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주차장이 비어 있는지까지 확인해 준다. 젊은 친구들이 멋있게 보인다.

혼례길, 한국의 아름다운길, 박경리 토지길, 화개동천 가는길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화개장터십리벚꽃길
 혼례길, 한국의 아름다운길, 박경리 토지길, 화개동천 가는길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화개장터십리벚꽃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화개장터십리벚꽃길. 쉬어가기도 하고, 전망도 볼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화개장터십리벚꽃길. 쉬어가기도 하고, 전망도 볼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상가를 빠져 나오면 벚꽃이 길 양편으로 터널을 이룬다. 안내판에는 쌍계사까지 5㎞라고 알려준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도 보인다. 벚꽃과 어울린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고 생각을 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마치 꿈길과도 같은 이 길을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한다. 다정한 연인들이 커플티를 입고서 도란도란 걷는 모습이 예쁘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청춘은 예술이다.

화개 벚꽃길은 벚꽃만 볼거리가 아니다

길 옆 밭에는 녹차를 심었다. 산으로는 자연스럽게 자라는 녹차가, 길 아래로는 잘 다듬어진 녹차밭이 펼쳐진다. 둥그렇게 정리한 녹차밭은 긴 선들을 만들어 내고, 또 다른 밭에는 새로운 선들이 이어간다. 하동은 녹차로 유명하다.

보리밭도 싱그럽다. 푸른빛이 넘실대는 보리밭 사이로 걸어가는 풍경이 마치 그림 같다. 젊은 아가씨들이 활개를 치며 걷는 모습이 모든 것을 털어내 버리듯 자유롭게 보인다.

벚꽃길 또 다른 볼거리. 하동 녹차밭.
 벚꽃길 또 다른 볼거리. 하동 녹차밭.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벚꽃길을 벗어나면 푸른 보리밭이 펼쳐진다.
 벚꽃길을 벗어나면 푸른 보리밭이 펼쳐진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벚꽃길 아래로 흐르는 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벚꽃길 아래로 흐르는 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길 아래로는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흐른다. 물소리가 힘이 넘친다. 겨우내 산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물들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고 천으로 모이면서 점점 큰 물줄기를 만들어 낸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물들은 섬진강을 만나고 바다로 흐른다.

쌍계사 가는 길은 멀다. 십리 정도? 걷다 보면 힘들다. 벚꽃을 따라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 삼신마을을 지나고 멀리 다리가 연이어 보인다. 쌍계사가 가까워질수록 벚꽃은 피지 않았다. 사람들도 뜸해졌다. 한가한 길을 걷는다. 내려가는 길로는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벚꽃길의 또 다른 볼거리 화개장터

난장, 화개장터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화개는 전라도 구례와 광양, 경상도 하동이 만나는 곳이다. 최근에는 광양과 하동을 연결하는 남도대교를 놓아서 더욱 가까워졌다. 옛날의 화개장터는 표지석으로 남고, 새로운 장터가 열렸다.

화개장터 풍경과 옛 화개장터 터에 세워진 표지석
 화개장터 풍경과 옛 화개장터 터에 세워진 표지석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장터는 먹거리를 비롯해, 각종 산야초와 약재를 파는 상점들로 즐비하다. 장터 끝에는 대장간도 있다. 애들은 기념품을 산다고 가게마다 기웃거린다. 애들은 목각인형을 사고 아내는 찻잔을 산다.

식당으로 들어서서 간단한 음식을 시킨다. 해물파전과 순대. 축제음식이자 전국 공통음식. 여기에 막걸리 한잔. 봄날처럼 혼탁한 막걸리 한잔에 몽롱하다.

쌍계사 벚꽃은 조금 이른 듯

축제는 점점 서둘러진다. 꽃이 피지 않아도 어서 오라고 축제를 연다. '화개장터벚꽃축제'는 4월2일부터 4일까지 열렸다. 화개장터 십리벚꽃길은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번 주말이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 이제 피기 시작한다.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 이제 피기 시작한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계곡을 따라 구불거리는 길, 하얗게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피었으면 더 좋을 걸. 벚꽃도 사람들과 어울려야 더욱 아름다운 길이 되는가 보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사랑하는 애들과 십리 벚꽃길을 걸어도 좋을 것 같다. 남도의 봄은 꽃으로 시작된다.


태그:#화개장터, #십리벚꽃길, #벚꽃, #혼례길, #벚꽃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