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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원안 때에도 삼성전자, 한화,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대기업의 유치가 이미 추진되었다는 신동아 폭로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연기군민들은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연기군에서는 100일째 촛불집회가 지났고 90일째 지역민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 간부들이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대전충남 민주당 의원들을 위로하러 간다기에 동행취재를 했다. 이날 동행에는 조선평 연기군대책위 상임대표, 김성구 집행위원장, 장인성 상황실장, 김일호 비서실장이 함께 했다.

 

먼저 대전에서 연기까지 행정도시 원안사수를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김원웅 전 의원을 만나러 대전 대덕구 중리동으로 차를 몰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3일부터 대전역을 출발해 9일째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연기군청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리동 4거리에서 농수산시장 쪽으로 가는 길에 김 전의원 일행의 삼보일배 행렬이 보였다. 아스팔트 위에 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삼보일배는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수도의 길을 가는 스님들의 수행방법이다. 그만큼 웬만한 체력과 정신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로 김원웅 전 의원은 아직도 건재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제대로 못해 부끄럽습니다."

 

김원웅 전 의원 일행은 세종시 수정안 저지를 위한 침묵 삼보일배를 하고 있었다. 김 전 의원측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 이런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 우리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며 "이런 잘못을 반성하는 뜻을 담은 침묵의 삼보일배를 대전에서 연기군청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강추위가 몰려와 쌀쌀해져가는 날씨에도 이들 일행은 추위에 굴하지 않고 땅바닥을 기어 연기군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굼벵이처럼 한 발 한 발 원안사수를 위해 나아가는 이들이 있어  연기군민들의 세종시 원안사수는 힘을 얻어가는 것 같았다.

 

한편,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조정래 소설가 등 '우리시민사회 원로 100인'은 국토균형발전의 초석인 세종시 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김원웅 전 의원의 신념을 지지하고  침묵으로 삼보일배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김원웅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차를 대전역으로 몰았다. 대전역에는 선병렬 전의원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 선병렬 전 의원은 "충청도 사람들은 뜨뜨미지근하다고들 하는데 죽을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김성구 집행위원장은 "대전역에서 단식을 한다니까 연기지역 주민들이 걱정이 많다"고 위로의 말을 하자 선병렬 전 의원은 "총리가 왔을 때 지역 유지들이 뼈 있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까 충청도 민심은 부드럽다고 말한다"며 "성명서만 내면 그들이 밀고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 전의원은 "연기군민들이 고생하는 걸 알고 나도 언젠가는 단식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다시는 이 문제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신경 쓰지 않게 대전역 단식농성도 계속 릴레이 단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옆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단체인 '수도분할이 아닌 더좋은 세종시를 위한 국민회의(서경석 공동대표)' 회원들이 모여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국회의원실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양승조 의원은 "연기군의 촛불집회가 100일을 넘은 건 쇠고기 촛불집회, 용산 촛불집회 등과 함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며 "단식농성을 하며 하루에 한번씩 성명서를 발표하고 세종시 수정안의 허구성을 분석하고 엉터리 사기라는 걸 밝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승조 의원은 "충청권 여론이 흔들리면 심각한 현상이 나타난다. 충남의 여론이 흔들리지 않게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양 의원은 또한 "민주당 의원들이 흔들리면 안된다"면서 "다른 지역 의원들이 직결되는 정도가 달라도 세종시 수정안이 옳다는 말을 한번도 안했다. 또한 그동안 민주당이 8%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질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이런 의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국회를 나와  여의도를 빠져나오는데 누가 "이젠 우리나라도 대통령과 총리가 입법기관이 정한 법을 지키지 않고, 사법부에서 판결한 판단도 행정부와 정치권들이 흔들고 있다. 이래서 언제 3권분립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국회를 나오면서 국회의원들이 법을 정해도 지켜지지 않고 국회의원들 자체도 법을 지키지 않으니 이처럼 국회의원이 몸으로 투쟁하며 단식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은 복잡한 서울시내를 빠져나와 한강을 달렸다. 한강가에는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고 차량들이 앞을 가로막아 밀리고 있었다. 순간 숨이 콱 막히고 이렇게 복잡한 서울을 나누어 국가균형발전하자는 세종시 건설을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연기군대책위 김성구 집행위원장은 지난 행정수도 사수 투쟁때도 중심적으로 일했던 일꾼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생계를 때려치고 일을 하다 행정도시가 다시 추진돼 본업으로 돌아가 '강태공'이라는 별명이 불었었다.

 

요즘 뭐하냐고 하면 고복저수지서 붕어나 잡고 있다고, 이젠 절대 속세로 나가지 않겠다던 그가 다시 낚시대를 내던지고 머리띠를 두르게 된 건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로 시작된 세종시 원안 백지화 때문이었다.

 

또한 얌전하기로 소문난 조선평 연기군대책위 상임대표도 마이크만 들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연설에 익숙해진 것도 연기지역민들의 고통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 연기군대책위 일행들이 조치원역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넘어가고 촛불집회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그들이 다시 발길을 옮긴 곳은 101번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조치원역 광장이었다.

 

조치원역에는 아직도 연기군민들의 열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매일 보는 사람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사람들, 100일이 넘게 돌아가며 끝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연기군민들의 세종시 원안사수에 대한 열의는 연기군대책위 간부들의 피곤했던 하루의 몸을 사르르 풀어주고 있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연기군청에서 열리고 있는 91번째 릴레이 단식농성장이었다. 이들은 연기군청에서 열리고 있는 91일째 릴레이 단식농성장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정도시 ,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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