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넷 경제논객 '상승미소' 이명로씨는 '상승미소' 다른 경방 논객들과 달리 실제 이름과 직업, 얼굴까지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경제논객 '상승미소' 이명로씨는 '상승미소' 다른 경방 논객들과 달리 실제 이름과 직업, 얼굴까지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MBC <100분토론>에 (이 책의) 저자들(과) 김수행, 윤증현, 윤창현 등을 모셔서 방송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2월 인터넷 경제 논객 '나선'과 이명로(상승미소)씨가 펴낸 <똑똑한 돈>에 한 독자(알라딘 'ohn21')가 남긴 서평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얘기되는 흐름들과 일반인들이 현 상황을 보는 입장과 내용에 대한 분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토론이 되나요? 제가 '깜'이 안 되죠."

'100분 토론' 패널이란 말에 이명로(41)씨는 고개부터 내젓는다. 매일 고객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다 보니 깔끔한 정장 차림에 '겸손'이 몸에 배 '경방 고수'라기보단 평범한 40대 직장인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경제, 그러면 숫자로 써 있고 어려운 얘기가 많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 시각에서 평범한 사람의 경제를 해석하는 게 좋은 거 아닐까요. 그만큼 언론이 제 역할 못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점쟁이' 원하는 분들께는 영양가가 없어요" 

2008년 말 '미네르바 사태'를 계기로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경방')에서 '암약'하던 인터넷 경제 논객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경방 고수'로 통하던 이들은 국내 언론이 주목하지 않던 시절부터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나 리먼 브라더스 부실 등을 경고하며 누리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당시 미네르바, SDE, 세일러 등과 함께 손꼽히던 논객이 '상승미소' 이명로씨다. 특히 이씨는 베일에 가려있던 다른 논객들과 달리 실제 이름과 직업, 얼굴까지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만난 곳 역시 이씨가 '라이프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서울 잠실 푸르덴셜생명보험 사무실이었다.

신분을 노출한 상태에서 대놓고 경방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미네르바 사태' 이후 익명으로 활동하던 경방 고수들조차 상당수 활동을 접은 상황이다.

"처음 아고라에 글 쓸 때만 해도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댓글이나 메일로 만나자는 분들이 있어서 보험사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확 돌아서더라고요. 이럴 바에야 절 만나자는 분들은 각오하고 연락하시라고 2008년 9월쯤 아예 직업을 공개했어요. 덕분에 전엔 글도 격하게 쓰고 했는데 훨씬 더 부드럽게 쓰게 된 것 같긴 해요."

그 때문에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글이나 투자처를 짚어주는 글은 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들은 인터넷 논객들이 '점쟁이'가 되길 바라죠. 미래에셋 같은 데서 전망 틀렸다고 뭐라고 하나요? 전망은 틀릴 수 있는 건데 유독 아고라(경방 고수들)에게만 그런 걸 요구해요. 핵심을 비켜가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은 이렇다고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내 생각이 이러니 나를 따라오라는 건 아니죠.

제 글의 핵심은 부채 때문에 일어난 경제 위기는 부채가 사라지거나 갚아야 끝난다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러죠. 그래서 어쩌라고? 부동산 사라는 얘기야, 주식 사라는 얘기야? 제 글은 이런 조급한 분들에겐 영양가가 없어요. 오랫동안 현상을 차분히 이해하려는 분들에겐 부족하지만 조금 도움이 될 듯합니다."

"부채 디플레이션 아직 안 끝나... 대출과 고용지표 주목해야"

<똑똑한 돈>이 나온 지도 1년이 다 돼 간다. 당시 저자들은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상황을 과다한 빚 때문에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는 '부채 디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면서 최소 2012년까지는 진행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정부에선 올해 GDP 5% 성장 전망을 내놓는 등 이미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예측은 빗나간 것일까?

"한국은 예측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빚이 너무 많아 빚부터 갚으려다 보니 (시중에) 돈이 사라져 어려워지는 것인데,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재정 지출과 '신용(일종의 빚)'이 함께 늘고 있거든요. 문제는 그 돈이 생산에 쓰이진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가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더 늘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 가계부채가 느는 게, 소득이 늘어 이자를 감당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면 아직 부동산 초과 수요 환상이 있는 것이죠. 결국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거품이 깨지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GDP(국내총생산)를 앞세운 정부나 경제연구소 올해 경제전망은 온통 장밋빛인데 정작 국민들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것도 태생인 'GDP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개인 입장에서 주목할 지표는 뭐가 있을까?

"고용지표와 대출에 주목해야 합니다. 연구소나 정부 주도 리포트를 보면 핵심은 GDP입니다. 5% 성장 좋죠. 그런데 정부는 내 소득 5% 느는 데는 관심이 없거든요. 정부지출 늘리고 소비 장려책으로 소비 늘더라도 내 소득이 안 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 빚 느는데 소비는 안 늘고, 고용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경기가 돌아섰다는 판단은 근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가계 대출이 사상 처음 700조 원을 돌파하면서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주택담보대출 상승세는 꺾이지 않은 탓이다.

"지금 거의 정점 수준에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국처럼 부채 디플레이션이 없었던 건 그만큼 국가 재정이 더 튼튼하고 가계가 건실했던 건데 지난 2년 동안 부채가 늘면서 더 악화됐습니다. 부동산에 (가계대출) 70%가 몰려 한계에 다다른 시점입니다.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품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바람을 조금씩 빼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런 거 잘 안하죠. 한쪽에선 은행에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100% 맞춰라 해놓고 다른 한쪽에선 기준금리 못 올리게 하고. 한마디로 장기 플랜이 부족한 것이죠. 그게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명로씨는 정부가 초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해 출구 전략을 망설이곤 있지만 무작정 기준금리 인상 차단만이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기 회복 단계에서 모든 나라들이 빚을 줄이고 있는데 유일하게 빚 늘어난 국가가 중국, 한국, 호주 등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거품 빠졌다가 성장할 때 빚을 다시 늘리면 되는데 이 나라들은 그렇게 못하는 것이죠. 가장 좋은 건 남들 어려울 때 고통을 같이 감내하는 건데, 그런 면에서 호주가 금리를 올린 건 적절한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채뿐 아니라 가계 부채 총량이 늘어 이 상태에서 금리 올라가면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개인에게도 더 큰 부담이 되는 거죠. 우리도 호주처럼 연착륙을 유도해야 합니다."

상승미소의 글을 보면 이처럼 국내 경제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경제 상황을 주시하는 글들이 많다. 주로 외신을 분석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일반인들 관심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사실 사람들 피부에 와 닿는 건 두 가지죠. 주식과 부동산이 오를까? 내릴까? 그런데 우리나라가 왜 2008년에 왜 갑자기 망가졌죠?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 때문이에요.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은 미국 중국 한국 유럽 등에 분산투자 했는데 동시 폭락했잖아요. 이미 세계 경제 위기 체제가 결합된 거죠.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커 해외경제 위기는 직격탄이에요. 결국 숲을 보지 못 하면 똑같이 당해요.

전 2007년 말부터 고객들 펀드 다 해지시키고 다녔어요. 그런데 2008년 초 위기 조짐에도 한국 언론에선 계속 펀드 부추겼죠. 언론이 세계 경제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자기 입맛에 맞게 재포장하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기사 뒷얘기 보여주는 글들을 많이 쓰게 돼요."

"언론 보도, 사실만 믿고 의견은 무시하라"

'상승미소' 이명로씨는 나선, 양원석과 함께 블로그에 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상승미소' 이명로씨는 나선, 양원석과 함께 블로그에 주로 글을 올리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상승미소 글 가운데 언론 보도를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글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대중들이 좋게 평가하는 <한겨레> <경향>조차도 기사 읽으면 가끔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요. 한쪽에선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전망해 놓고 다음엔 수익률 어디가 좋으니 어디 어디 투자하라, 이러니 헷갈리는 거예요. 언론에서 얘기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 부동산 가격 올라야 좋은 사람들인데, 자기네들 유리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명로씨가 부동산 보도를 비판하면서 한 "오로지 사실만을 믿어야 하고 향후 어떻게 되리라는 의견은 무시해야 한다"는 말은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가 아고라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 역시 일부 누리꾼들에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300억 달러(통화스왑) 받았을 때 단기적으로 환율이 내리겠지만 결국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쓴 적이 있어요.(FRB와 300억달러 통화스왑 대한 해석 -2008년 10월 30일)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약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인데 지금으로선 원화 강세로 가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본 것이긴 하지만 혹시 제 글 때문에 손해를 본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한때 맞춰보려다 시행착오 겪어... 이제 제자리 찾은 느낌"

이명로씨가 아고라에 '데뷔'한 건 '서프 프라임 위기'가 고조되던 2008년 초였다. 96년 대학 졸업 후 종금사, 자산운용사 등에서 일하긴 했지만 지금 같은 경제 분석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투자하다 돈을 많이 잃었어요. 나는 왜 안 될까 하며 책으로 공부하던 차에 누가 아고라에 내가 알고 있는 비슷한 얘기를 올리더라고요. 저도 그냥 올렸어요. GM 얘기며, 리먼 브라더스 얘기 등등. 외신만 봐도 다 아는 건데 사람들은 신기해 하더라고요. 조회수 추천수 느니까 기분 좋아져 가속도가 붙었던 것 같아요."

이씨는 요즘 아고라에 발길이 뜸하다. 대신 나선, 양원석과 함께 블로그 '상승미소와 함께 춤을'(http://blog.daum.net/riskmgt)에 주로 글을 올리고 있다. 딱딱한 경제 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도 올리는데 지난해 4월엔 간이식 수술비 마련 때문에 애태우던 4살 아이의 글을 올려 500만 원이 넘는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한때는 자꾸 맞춰보려고 하고 관심 더 받아보려고 시행착오 겪었던 것도 있었어요. 지금은 되도록 현상이나 분석에 초점을 맞춰 혹시 투자하더라도 이런 게 뒤에 있으니까 잘 알고 하셨으면 좋겠다, 이 정도가 제 정체성인 것 같아요."


태그:#상승미소, #이명로, #경방고수, #경제논객, #미네르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