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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에서 점심 때 내 놓는 유기농 비빔밥. 유기농 야채나물 3가지와 유정란 부침, 강된장 그리고 된장국이 전부지만 제법 맛이 괜찮다.
▲ 유기농 비빔밥 문턱 없는 밥집에서 점심 때 내 놓는 유기농 비빔밥. 유기농 야채나물 3가지와 유정란 부침, 강된장 그리고 된장국이 전부지만 제법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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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은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빔밥을 다 먹고 난후 사진처럼 숭늉에 절임무 한조각을 넣어 깨끗이 비워야 한다. 비우지 않으면 그 만큼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게 돼 있다.
▲ 빈그릇운동 문턱 없는 밥집은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빔밥을 다 먹고 난후 사진처럼 숭늉에 절임무 한조각을 넣어 깨끗이 비워야 한다. 비우지 않으면 그 만큼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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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수상한(?) 밥집이 계양구청 맞은편 3층에 들어섰다. 밥집은 분명한 밥집인데, 밥값에 가격이 없을뿐더러 점심 메뉴는 달랑 비빔밥 하나다. 게다가 주문한 음식을 다 비워야 한다. 안 비웠다간 주인장으로부터 큰소리를 듣는다.

자기돈 주고 자기가 먹는 밥인데, 메뉴가 부족한 것도 못자라 제 손으로 직접 담아야 하며 먹는 것까지 제재를 받아야 한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식당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문턱 없는 밥집'에 다가서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은 환경과 내 몸을 살리고 나아가 파괴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이상한 기업, 바로 사회적 기업 식당인 것.

정부로부터 아직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식당을 설립한 목적과 운영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제도화된 경제영역의 식당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식당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계양구 '문턱 없는 밥집'은 사회적 기업 인증을 준비 중이다. 인증 유무와 상관없이 4명의 직원들은 오늘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고 취지를 알리기에 분주하다.

계양구청 앞 '문턱 없는 밥집'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1호점에 이은 2호점이다. '문턱 없는 밥집'은 '가난한 사람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선언에 기초해 민족의학연구원이 예방의학 차원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사람에게 공급하고, 동시에 지구환경을 살리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이들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연 사회적 기업 식당이다. 1호점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모든 음식은 생활협동조합 등과 직거래를 통해 100%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2호점 역시 100%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밥값을 내는 방식 또한 1호점과 동일하다. 다만, 아직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 계양구 ’문턱 없는 밥집’ 2호점 이희례 대표. ‘문턱 없는 밥집’은 정해진 밥값이 없다. 밥에 담긴 가치를 스스로 알아서 내면 그게 곧 밥값이다.
▲ 문턱 없는 밥집 인천 계양구 ’문턱 없는 밥집’ 2호점 이희례 대표. ‘문턱 없는 밥집’은 정해진 밥값이 없다. 밥에 담긴 가치를 스스로 알아서 내면 그게 곧 밥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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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의 밥값은 형편에 맞게 내면 되는데 음식을 절대 남기면 안 된다. '문턱 없는 밥집' 2호점 이희례 대표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 밥에 담긴 가치를 생각하며 저마다 밥값을 내고 있다"며 "평균 밥값은 3000원 내외"라고 전했다. 수익성을 위해 비빔밥 외에도 저녁에는 술과 다양한 안주를 파는데, 이 역시 모두 유기농이다.

이희례 대표가 '문턱 없는 밥집'을 열면서 염두에 둔 것은 사람 몸과 환경, 그리고 먹을거리를 통한 공동체 운동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해 내 몸을 살리고 동시에 환경을 지키는 것. 하루 세 끼 중 두 끼 이상을 밖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 건강한 먹을거리에 건강한 소비를 지출하면, 다시 그 돈이 건강한 경제적 자본과 사람과 사람 간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으로 돌아오는 공동체. 이희례 대표가 그리는 세상이다.

이 대표는 "현대인들은 많이 먹는다. 먹을거리의 과잉이다. 더 큰 문제는 안 좋은 먹을거리의 과잉이라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 4명 중 1명에게 발생한다는 아토피 현상이 가장 단적인 예"라며 "밥상은 우선 소박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여야 한다. 헌데 세상은 거꾸로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산물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도시의 소비자들이 몸에 안 좋은 것을 과잉 섭취하니, 많이 생산하기 위해 또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사람 몸과 자연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밥상은 소박한 게 좋고, 먹을거리는 유기농이 좋은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문턱 없는 밥집'의 비빔밥 한 그릇에는 이렇듯 소중한 가치들이 버무려져 있다. 유기농 채소에는 재배한 농민들의 땀이 배였고, 계란 부침 하나에도 친환경의 가치가 스며있으며, 된장국 하나에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먹을거리하면 다들 좋은 것은 안다. 하지만 비싸서라며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 계란 한 판에 보통 4000원 내외인데, 유정란은 그 가격에 10~15개밖에 못 사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유정란을 먹는 게 내 몸에 더 경제적이다. 물론 누구나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턱 없는 밥집에 들러 밥을 먹는 자체가 어쩌면 우리 몸과 지구를 살리는 착한소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릇을 다 비우면 그 자체가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
▲ 사회적 기업 문턱 없는 밥집에 들러 밥을 먹는 자체가 어쩌면 우리 몸과 지구를 살리는 착한소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릇을 다 비우면 그 자체가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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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에선 반드시 식판을 깨끗이 비워야한다. 비우지 않으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냥 비우는 게 아니라 정말 깨끗이 비워야 한다. 숭늉에 무 조각 한 개를 띄워 남김없이 비워야 한다. 다행히 개점 후 아직까지 비우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남김없이 먹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 먹을거리 운동이면서 동시에 여기서는 빈 그릇 운동도 하고 있다. 설명을 해드리면 다들 공감하고 두 번째부터는 알아서 착착"이라며 "소박한 밥상, 건강한 먹을거리 운동, 빈 그릇 운동, 착한 소비…. 이 같은 가치들은 더욱 확산돼야한다. 모든 것을 돈이라고 하는 화폐로 가치를 측정해선 우리 사회가 더 험악해 질 수밖에 없다. '문턱 없는 밥집'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작은 밀알"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사회적 경제, #문턱 없는 밥집, #사회적 기업, #빈그릇 운동, #소박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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