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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제2도심골프장 건설 문제로 뜨겁다. 3년 전 한 민간사업자가 주도한 여수시티파크 도심 골프장은 제1도심 골프장이랄 수 있다. 당시 건설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여수환경연합 간부가 고발되기도 했다. 건립 조건으로 100억원 규모의 청소년수련시설을 건립해 시에 기부체납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최근 여수시 의회가 실시한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생활하수 무단방류와 절개지 부분이 설계도면대로 되지 않아 산림훼손 지적을 받았다. 이 골프장은 아직 정식개장은 못하고 현재 시범라운딩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제2도심 골프장을 추진해 시끄럽다. 논란에 휩싸인 골프장 건설에 대해 연대회의 및 진옥스님의 반대사유와 여수도시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기자주

 

여수환경운동연합과 여수시민협 등 지역내 7개 시민단체는 지난 1일 여수도시공사가 여수시 덕충동, 만흥동, 오림동 일원에 추진하고 있는 18홀 규모(129만4705㎡) 골프장 건설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여수도시공사는 지난 5월 (주)SS모터스로부터 1373억원의 민자를 유치하여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고, 사전 환경성 검토에 이은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연대회의 관계자들은 골프장 건설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회의는 "여수시는 골프시인가?"라는 성명에서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에 골프장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고 주민자치권을 훼손하는 행정이다. 여수시는 더 이상 도시공사에 대한 시민혈세 투입을 중단하고, 시민에게 고통을 주는 도시공사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가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장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업 대상지 주변의 두 개 해상국립공원과 박람회장 및 사적 제381호인 '충민사'의 환경 오염 가능성 ▲ 주민들의 환경오염 피해 ▲ 여수시도시공사의 주인은 시민임에도 시민의 동의 없는 골프장 공사는 부당하다  ▲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 조성에 맞지 않다.

 

여수시는 현재 골프장 3개를 승인했다. 화양면 2개 골프장 중 1개(18홀)와 도심(18홀) 골프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경도(27홀), 돌산 계동(27홀), 석천사 마래산 일대(18홀), 묘도 준설투기장(18홀)에 골프장 6개가 추가로 계획돼 있다.

 

연대회의는 "30만 소도시에 골프장만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도시공사가 주체가 되어 골프장을 건설하는 게 타당한지, 골프장 건설이 기후보호라는 여수박람회 기본취지와 어울리는지, 골프장 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지 대해 검토해보고 이미 홍역을 치른 일본 골프장업계가 한국에 충고하는 내용을 들어본다.

 

도시공사의 역할

 

도시(개발)공사란 도시 재개발과 도로 및 하천, 전기, 상·하수도 같은 도시 기반시설 건설 의 수익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마련해 설립하는 공기업을 말한다. 여수시도시공사는 설립자본금 50억원으로 작년 10월에 설립됐다.

 

지자체들이 도시공사를 설립하려는 대표적인 이유는 '개발이익 보존'과 '개발이익 재투자'다. 지역 내 각종 공사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민간 기업이 담당하면 개발이익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것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도시공사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적자 운영 시에는 시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고 시민단체는 지적한다.

 

환경보호라는 여수박람회 주제와의 관계는?

 

사업 대상지 주변에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 및 박람회장이 있다. 또한 사적 제381호인 충민사가 있다. 사액서원으로 1호에 속하는 충민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곳이다. 환경과 기후보호 및 성역이라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

 

여수시는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 조성을 주제로 여수산단저탄소산업단지 조성, 여수세계박람회장 내 CO2 무배출 건물 건립, 해양 수산 분야의 적응모델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골프장, 과연 지역 경제의 효자인가?

 

민주당 신학용 의원 의뢰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리한 자료(<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 경제 발전 효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 총 골프장 수는 277개다.

 

국내 지자체가 250여개 가량 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여수에 8개나 되는 골프장 숫자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 충남 지역 대도시인 천안시(54만7662명)가 겨우 3개 골프장(63홀)을 운영 중인 것에 비춰봐도 그렇다. 현재 29만4천명인 여수시에서 계획 중인 골프장이 완공되면 모두 8개 골프장 171홀에 이른다.

 

천안이 수도권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데 반해, 여수는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 수요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생긴다.

 

업계에서는 8개 골프장 가운데 하나인 골프리조트 완공 개장 시 기대효과로 인구유입 및 유휴 노동력의 고용(약 300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일용직 등 비정규직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충남·최길수씨가 여주군 골프장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8홀 골프장 평균 고용인원은 146명이며, 이 중 정규직은 5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캐디와 일용인부로 각각 72명, 23명이었다.(2006년 자료)

 

우석훈씨가 연구한 자료에서도 18홀 규모 평균 고용 인원은 150명이며 이 중 지역 주민 고용 창출은 30-50명 정도에 불과했다.(2004년 자료)

 

무엇보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 경제 발전 효과>(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미 골프장 수요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골프장 건설이 늘어나면서 2003년부터 이미 골프장 1개당 연간 내장객수가 이미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골프장 건설이 증가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

 

또한 우석훈씨와(2005년) 지충남·최길수씨가(2006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1개당 지방세 납부는 18홀 기준으로 연 5억원 정도이지만 종합토지세를 빼면 실제 세수는 2-3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종합토지세는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부가되기 때문이다. 

 

일본업계의 충고 "골프장으로 돈 벌 생각 버려라"

 

이미 대대적으로 골프장을 짓다 붕괴한 일본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골프장 기획기사를 쓴 경남도민일보는 '일본  골프업계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미사와(三澤) 회장을 인터뷰한 바 있다. 미사와 회장은 골프장 업계에서만 33년을 일해온 사람이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일본 골프 산업은 1952년 나카무라 선수가 캐나다컵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시작돼 1988~89년 거품 경제가 찾아왔을 때 망했다. 거품 경제 시기에 1인당 100만 엔씩 500~1000명 회원을 모집해 골프장을 짓고도 충분히 경영이 될 것으로 모두들 판단했다.

 

"일본에서 부도가 난 700개 골프장은 대부분 대도시에서 먼 곳에 있었습니다. 수도권 주변은 땅값이 비싸다 보니 먼 곳에도 장사가 잘 될 것으로 보고 마구 지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대도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곳은 망한다고 봐야 합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를 때 여수 지역 골프장 앞날을 장밋빛으로 보긴 힘들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골프장 건설을 주관하는 여수시도시공사 이경태 엑스포지원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천안은 인구(2008)가 54만 명인데도 골프장이 3개에 불과하다. 인구 30만인 도시에 골프장이 8개나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여수는 전국 어디보다도 골프장 조성하기에 적지이다. 민간업자들이 손해 보면서까지 투자하겠나. 현재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은 부족한 박람회장 주변 관광 숙박 인프라 창출로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 및 관광레저산업 진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

 

-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도시공사가  공익목적도 아닌 소수 골퍼들만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도 되는가? 만약 적자가 나면 책임질 텐가?

"사업지인 충덕중 뒤에는 39세대가 살고 있다. 주민설명회 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찬성했다. 그리고 민자 유치한 1373억원은 여수시 부채가 아니다."

 

- 기후보호도시에 역행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은?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문제를 수용하도록 노력하겠다. 골프장 입지의 경사도가 과도하다는 환경부 관계자의 지적을 수용하여 8부에서 5부 능선으로 조정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골프장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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