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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43명의 '작은 학교'인 거창북상초등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경남도교육청 산하 학교의 공교육 거부를 선언했다. 학부모들은 경남도교육청에 요구했던 '교장공모제 시범학교(5차) 지정 취소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이 결의했다.

 

학부모들은 16일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항을 18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은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우리의 순박한 순수성을 규정에도 없는 '사회통념상'이라는 잣대로 농단한 교육청의 실정법 위반과 부당한 행정조치의 실상을 보고 강하게 결의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2010년 시행되는 6차 교장공모제 학교 지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학부모들은 "이번 교장공모 취소 결정과 관련해 심사 점수 유출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을 한 관련자를 조사해 엄벌할 것"과 "비공개가 원칙인 학부모 심사위원의 개인별 채점표만 공개한 관련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또 이들은 명예훼손과 관련해 고소고발도 검토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도교육청 산하 학교의 공교육 거부를 결의했다.

 

도교육청은 9월 새 교장을 발령 낼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새 교장의 발령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고, 교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초빙해 '마을학교'를 운영할 것이라 밝혔다.

 

서원(45) 학교운영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도교육청 현관 등에서 단식농성을 벌여 왔는데, 17일 탈수현상을 보여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학부모 결의에 따라 18일로 단식을 풀었다.

 

학부모들이 요구해 이 학교는 올해 6월 교장공모(5차) 학교로 지정되었으며, 4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벌였다. 3차 심사 뒤 지원자 중 1명이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거창지역 7개 신문사 가운데 1곳에서 보도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물의 야기' 등의 이유로 지난 7월 31일 '교장공모 지정 취소' 결정을 했다.

 

학부모들은 창원지방법원에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과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도교육청 '담합 의혹'... 학부모 '담합 근거 없다'

 

도교육청은 3차(학교운영위원 학부모) 심사 때 '담합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학부모들은 담합 사실이 없고 도교육청이 학부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14일 낸 자료를 통해 일부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를 공개하면서 담합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3차 심사가 불공정한 심사로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며 "이번 취소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 끝에 일부 심사위원의 채점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심사영역(총 50점)은 지원동기(5점), 학교경영비전과 행재정관리(10점), 학교경영계획 충실도(10점), 교육실적과 교육공동체(15점), 학교특성화 과제(10점)로 되어 있다.

 

이날 도교육청은 심사위원 8명 가운데 4명의 채점표를 공개했다. 이 채점표를 보면, 심사위원 4명은 특정 후보자에게는 만점(50점)을 부여하고 나머지 2명의 후보자는 모두 0점 처리했다.

 

임성택 도교육청 초등과장은 "이는 담합하지 않고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심사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흠결"이라며 "3차 심사 자체가 불공정하기 때문에 1,2위의 순위가 무의미하고, 2명 중 어느 누구를 임용하든 학교경영 정상화는 불가능하며, 9월 1일자 정기인사에서 교장 자격자를 인사 발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학부모위원들이 일부 지원자에 대해 0점을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고, 심사위원은 도교육청에서 제시한 심사점수의 범위 내에서 점수를 부여하였다"고 밝혔다. 심사 점수 범위에서 0점이나 만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없었다는 것.

 

또 학부모들은 "지원자 중 1인의 도덕성에 대한 심대한 흠결이 공공연히 떠돌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때 서원 위원장은 "지원자 중 1인은 실정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의 감사(조사) 결과 학부모 심사위원들이 법 규정을 위반한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적발 내역은 단 하나도 없었고, 거창지역 1곳 신문의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조사를 벌이면서 심사채점표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 파악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장공모제 시행계획에 대한 실정법 위반에 대한 감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교장공모 심사 채점표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또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의 이해할 수 없는 감사의 진행과 합법적이지 못한 결과 처리에 대하여 국회 교육과학기술상임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이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서원 위원장은 "도교육청은 운영위원장한테 학교 지원에 대한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소송 취하를 전제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 ... "이성적으로 해결하라"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섰다. 경남지역 농민회,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참교육학부모회, 경남교육연대, 민언련, 마산YMCA, 어린이책읽기연대, 전교조는 '농산어촌 교육격차해소와 거창북상초교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북상초교 사태를 왜곡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는 "산골 초등학교 문제로 국회에까지 비화되기는 전무후무할 것이며, 도교육청의 행태를 보면 대단히 유감이고 치졸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교육청은 심사위원들의 담합 의혹을 제기했지만 자기들이 더 부끄러웠을 것"이라며 "0점과 만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없고, 그런 규정을 도교육청이 만들어 놓고 지금 와서 학부모들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그동안 당사자들의 대화와 타협으로 사태가 원만한 해결을 기다리며 자중해 왔지만, 공모제 운영 미숙과 준비부족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도교육청이 적반하장으로 학부모들의 순수한 열망마저 꺾는 것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에 교육발전을 위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단호히 대처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극과 극의 점수가 문제라며 오히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시행한 정부나 도교육청이 책임을 져야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담합'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 북상초교 문제를 도덕적으로 흠집 내고 깎아 내리는데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교육청 면담 '채점표 유출 조사 검토'

 

대책위는 기자회견 뒤 임성택 초등학과장과 면담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권정호 교육감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만나지 못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심사 채점표가 유출된 경위를 왜 조사하지 않느냐"거나 "심사위원들의 담합 의혹을 제기했는데 구체적인 담합 증거 자료를 왜 6학원칙에 의해 제시하지 못하느냐", "도교육청이 비공개가 원칙인 심사 채점표를 공개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따졌다.

 

또 이들은 "도교육청은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교장공모를 하고 조사를 벌여야 하지 않느냐"거나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행정기관의 조사와 조치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택 과장은 "학부모들이 법에 제소해 놓았으니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자"거나 "학교 발전의 전제를 달아 소송 취하를 제시했던 것이다", "심사 채점표를 보고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상초교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다고 인정한다"면서 "학교 공동체와 함께 학교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창덕 대표는 "심사 채점표의 유출에 대해 1주일 안에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임성택 과장은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태그:#교장공모제, #거창북상초교,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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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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