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편 얼굴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27일 오후 1시 30분, 쌍용차 공장 정문 인근에서 파업 노조원의 아내 조현정(46)씨가 호소했다. 그와 함께 온 파업 노조원 아내 30여 명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길바닥에 쓰러져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들 앞에는 비해고자 100여 명이 공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모자를 쓴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온몸으로 파업 노조원의 아내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들이 입고 있던 근무복은 그녀들의 남편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조현정씨는 이들을 향해 "어제 새벽 창원에서 올라왔다, 40일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남편을 보게 해 달라"며 앞에 있던 비해고자의 허리춤을 붙잡고는 스르르 쓰러졌다. 이 비해고자는 조씨의 팔을 붙잡고는 같이 무릎을 꿇었다. 아무 말 않던 이 비해고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조씨의 울음 사이로 그의 흐느낌도 섞였다.

 

이들의 흐느낌은 다른 비해고자들에게 전파됐다. 일부 욕설을 내뱉던 비해고자들은 입을 닫았고, 많은 비해고자들은 흐느꼈다. 누군가는 연신 눈가에 손을 가져갔고, 또 다른 이는 붉게 물든 눈시울을 들킬까봐 고개를 푹 숙였다.

 

공장 안에서는 한때 한솥밥 먹는 동료였던 해고자와 비해고자들이 서로 '핏빛'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었지만, 공장 밖에서는 30여 분 동안 파업 노조원의 아내들과 비해고자들이 손을 맞잡고 서럽게 울었다.

 

조현정씨는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비해고자들이 말을 안 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어쩔 수 없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며 "이 모습에 더욱 서러움에 복받쳐 더 울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남편의 일터였던 쌍용차 창원 공장은 그 어느 곳보다 가족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형수, 언니, 제수씨…. 공장은 참 정겨웠다. 남편 직장 후배들에게 '데름(시동생·도련님을 이르는 경상도 사투리)'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내게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남편이 16년간 회사에 다녔는데, 내가 남편 후배들을 다 결혼시켰다고 할 만큼 공장 분위기는 정말 정겨웠다. 그랬던 회사 선후배, 동료들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

 

조씨는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회사를 성토했다. 그는 "사측은 '관제데모에 안 나오면 무단결근'이라고 협박하고, 해고자 명단을 제대로 안 밝혀 '잘 하면 해고되지 않을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노동자끼리 싸우게 만드는 회사가 너무 악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자끼리 힘을 합쳐 회사·정부와 싸워야 한다, 정부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파업 노조원 아내, #비해고자, #눈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