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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 성공회대로 장소를 옮겨 개최한단 소식.

하려고 하면 해결방법을 찾고,
안하려고 하면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어찌 하고 싶어 하는가, 하려 하는가 바로 그것이다.
행사차량을 막아서고 '연세산성'을 쌓아올리고선 마치 행사준비인원들 보라는 듯이 공고문 붙인 연세대 당국은 전혀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막말로 다음날 사시2차 시험이 열린다는 소식에 정말 부담이 되기는 하겠다. 그런 심정적 이해가 안 가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행사 개최가 그렇게 부담스러웠다면

첫번째로는 이 행사가 이렇게까지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했다.

우린 학생들한테 이미 우리 의사를 말했다며 수수방관, 행사차량이 들어오기 전까지 팔짱끼고 먼산 구경하듯 지켜봤다는 것 아닌가. 이 행사가 망쳐지든 아니든 내 알 바, 내 소관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던 거 아니냐는거다. 행사 개최를 도무지 할 수 없겠다 싶었다면 진작 학생들과 대화하고 결정해야 했다.

두번째로는 공문의 인쇄물이 아닌, 책임있는 이의 직접적 양해가 있어야 했다.

어찌됐든, 물은 엎질러졌고, 홍보는 인터넷상에서 들썩거리며 이뤄졌다. 2주만에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무료로 공연참여 뜻을 밝혔고, 일사천리로 자발적 입장료는 2천여만 원이 모이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콘서트 참여에 뜻을 나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건 분명 '돌발' 혹은 '도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행사라 여겨졌다면, 설령 처음부터 동의의 입장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예를 갖춘 사과가 필요했다. 아, 정말 괘씸한 일이다. 일을 이렇게 크게 준비해갈 때까지 잠자코 있었던 학교는 막상 본격적 행사 준비에 들어서려고 하니 온갖 문을 걸어잠근 거 아닌가.

아, 물론 처음부터 반대했던 학교측이 왜 사과해야 하나 당황스러울지도 모르니 덧붙여야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의 3주체는 학생, 교수, 교직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콘서트 개최의 의지가 학생들에게 있었다면, 학교에서 반대한다 할지라도 그 관계가 상하구조가 아니라 학교 운영의 양 주체이기 때문에 콘서트는 열 수 있었던 거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운영상 도저히 열 수 없겠다 싶어진다면, 날짜를 조정해보든, 장소를 물색해보든, 학생대표자들과 함께 논의했어야 했던 거다. 잠자코 있다가 행사 직전에 이런 식으로 불허통보를 내놓는건, 사람들로 하여금

"연세대가 자기네 거구만!"
이런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게끔 하는 행동이며...내 생각엔 실제로 정말 학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상황인 거겠지만...)

상습적인 연세대학교의 외부행사 거부,
오블리스 노블리제는 입 아프니 올리지도 마라.

닫힌 연세대 정문이 왜이리 낯설지 않은가 가만 생각해봤더니,
그래...2005년에도 이랬던 적이 있다.

그 해 8.15 행사를 한강변에서 하기로 했었다. 대학내 개최가 예전과 다르게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도 포함되어 결정된 장소였다. (그 부담이라 하면 당연히 탈정치화라는 가장 정치적 기재를 작동시키고 있는 학내 분위기였다.)

근데 갑작스런 비 피해로 수도공사 일정상 한강변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서둘러 장소를 물색했다. 전체 학내 규모나 노천 유무, 그 크기까지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에 서울 내 대학 중엔 적당한 대학들이 몇 개 없는데 그 중 한 대학인 연세대에 6.15 남측본부에서 직접 여러통로로 행사허가를 요청했다. 말이 좋아 요청이지, 빨리 장소가 정해지지 않으면 행사가 끝도 없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사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연세대는 강경했다. '무단 침입' '불법 행동' 온갖 무법적 험악한 단어들이 6.15 행사 준비위로 쏟아졌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총학생회(당시 반운동권) 학생들은 '우린 이 행사를 허가한 적이 없습니다.' 는 문구가 적힌 판을 목에 걸고 1인시위를 했다.

급기야, 행사를 강행하면 절수, 절전시키겠다고까지 했다. 정상적인 행사진행이 어려웠다. 장소는 갑작스럽게 행사 시작 당일 경희대로 옮겨졌다. 경희대마저 못한다 그러면 정말 행사는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선 남,북 통일축구가 열리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근데, 경기의 열기가 채 다 식기도 전에, 대학가에서 행사를 받지 않아 6.15 민간 기념행사 취소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희대에선 행사를 받았고, 그동안 크고 작은 행사를 여러번 치러온 학교였지만, 그 행사 개최 1~2달 전부터 학우들에게 설문도 받고 양해글도 올리는 등 다방면의 선전사업들을 벌여왔던 터라 개최학교로 결정된 지 반나절도 안 되어서 행사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모로 부족함이 있었고, 결국 학우들의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해에 8.15 행사 책임을 물으며 총학생회 선거에서 낙선의 결과를 안게 됐다.

개인적 역사에서 돌이켜봐도 그리 기분좋은 기억이 아니니 넘어가자. 중요한 건 연세대의 외부행사에 대한 상습적인 거부와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들을 지켜봐온 이로써, 그들에게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요구하는 건 입만 아픈 일이라는 사실, 이거다.

이제 연세대,
연세대와 상관없는 독수리를 자유케해라.

연세대는 내가 가고싶은 학교 중 하나였다. 물론, 웬만한 고3들의 로망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난 고려대와 연세대 중에도 연세대가 더 좋았다. 연세대 농구팀을 좋아해서였을 수도 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가 한참 우지원, 조상현, 서장훈 등으로 연세대 농구팀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어찌됐든, 내가 연세대를 좋아했던 이유들 중 확실한 하나는 연세대의 상징 '독수리' 때문이었다.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늘을 수호하는 독수리처럼 '진리를 수호' 하는 연세대란 의미라더라.

한 때는 그 멋드러지는 얘기에 두 눈에 하트 만들어 입 헤벌쭉 벌린 적이 있었다. 근데 이게 새삼스레 지금 들어보니 듣기 민망할 만큼 온 몸이 간지럽다.

이 땅 첫 번째로 지켜져야 하는 진리는 그 보편적 의미로도 민주주의이며,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수호의 의미를 담은 추모콘서트였다.
이 행사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그 방식도 아주 유치하고 가여웠다.
그러니 이제 연세대와 독수리, 연세대와 진리수호, 영 매치시키기가 어려워졌다.

독수리, 안 그래도 멸종위기라던데, 그냥 날려보내라.

연세대 총학생회도 유감이다.

미안하다. 지금쯤 기운이 쭉 빠져있을텐데 독한 얘길 해서.
하지만, "20대"는 무력하지 않다던 불과 어제의 총학생회장 발언이 무력해졌다.
물론, 애써온 바를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7월 30일이내로 열어주겠다는 학교 말에 농성을 정리했단 소식은 그간 활동들로 연세대 총학생회에 가졌던 기대가 와르르 쏟아지게끔 했고, 날 무기력해지게 했다.

위에서 말했듯, 할 맘이 있었다면 방법을 얘기했을 거다. 하기 싫음 핑계를 대는거고.
연세대학교는 개최의 맘이 없다. 할 맘이 있었다면, 22일 지나 최대한 빨리 열자고 공손히, 예를 갖춰 얘기했을거다. 아니면, 음향 조절이나 기타 다른 장치들로 면학분위기에 방해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겠지.

하기 싫었으니, 2차 사시가 마침 있었을 뿐인 거고, 그 이유를 댄 거다.

7월 30일 이내는 빨리 개최를 취소 '할 맘이 있는' 학교의 의지가 드러난 한 모습일 뿐, 그 어떤 약속의 의미도 아니란 사실이다. 추모제 준비위측도 7월 이내라면 너무 멀고, 지금까지의 모든 준비를 다시 해야 하고, 섭외도 다시 해야하고, 너무 많은 게 어그러지며, 학교의 태도로 봐선 30일 이내 개최 보장을 '믿을 수도 없다'고 못박고 성공회대로 옮긴 거 아닌가.

너무 순하고 착한 학생들이라서 속은 건지, 할 만큼 했다고 대충 선을 긋고 마무리 지은 건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니 언급하지 않을 손쳐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호락호락 믿지 마라.

이건 마치, 불법 행위가 없으면 시청을 열어놓겠다던 경찰이 국민들을 도발해서 바로 '불법이다!' 하고선 폭력을 휘두르고 연행했던 지난 6월초의 기억과 무엇이 다를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무력하지 않은 20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부디 조금 더 맘 단디 먹을 필요가 있겠다.

덧붙이는 글 | http://our-dream.tistory.com/68 중복게재



태그:#연세대, #추모콘서트, #노무현서거, #노무현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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