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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트로트 가수 장윤정과의 열애 사실을 밝힌 노홍철, '무한도전'의 리더인 유재석, '라디오스타'의 감칠맛 나는 MC 윤종신, 그리고 '골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맹활약중인 방송인 송은이. 이들의 공통점은 방송 중에 치질 수술 사실을 커밍아웃한 연예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치질에 대한 커밍아웃을 하는 연예인들이 과거와 달리 단순한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는 전체 인구의 4%가 가지고 있는 치질의 고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치질은 2500여 년 전에 쓰여진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도 치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질병인데, 이렇게 과거에 '감추고 싶은 질병'이었던 치질은 이제 '어둠의 질병'이라는 좋지 않은 꼬리표를 떼어가는 중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방증하듯 지난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지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2009년 1~3월 사이에 치질로 6만7501명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최다질환의 빈도를 기록했습니다. 치질 수술의 경우 지난한 해에만 21만7000여 건이 시행됐으며 거의 매년 입원 환자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계속 증가 추세로 우리 국민들이 '치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엄마~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엉덩이가 뜨겁다는 말은 조금은 과장되었지만 만약 어느날부터 엉덩이, 더 정확히 말하면 항문 주변이 뜨겁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당신도 치질의 사정권 내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거기에 항문 출혈이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치질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셔도 무방하므로 병의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질의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이지만, 항문에서 출혈 증상을 보이는 것은 치질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 정밀 검사가 필수입니다.

이우용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선홍색 출혈이 아닌 검은 피가 보이면 치질이 아닌 종양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과거만 해도 치질은 단순히 항문 점막 아래 정맥총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정맥총이 늘어난 것이 아니며, 혈관, 근육, 결체조직 등이 복합된 '항문쿠션'이 항문 밖으로 빠지고 늘어나 출혈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항문벽, 느슨해지는 원인은?

치질을 상징하는 것은 항문 근처의 덩어리입니다. 이러한 덩어리는 항문관의 점막하와 주위에 있는 풍부한 혈관망이 부풀어 올라서인데, 배변을 하면서 복부에 자주 힘을 가하거나 오래 앉아서 있는 경우 혈액이 혈관망에 몰리게 되면서 항문벽이 부풀어 오르고 덩어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치질은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와 오락 등으로 오랫동안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늘고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에 따른 여러 원인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여성들에게서 출산 등이 원인이 되어 악화되거나 새로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앉아서 좌식 생활을 해왔고 아직도 재래식 화장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질의 유병율은 쉽게 감소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치료는 수술밖에 없나?

치질하면 떠오르는 치료법이 '수술'일 정도로 치질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술'을 할 정도의 환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수술의 경우 배변시 돌출된 종괴를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의 중증이 아니라면 보존적 치료로도 얼마든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따뜻한 물에서의 좌욕은 치질이 있는 환자에게는 가장 좋은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김남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약 35도 내지 40도 정도의 온수에 항문을 담그면 휴식기 항문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변 후 불쾌감이나 항문출혈이 줄어든다"면서 "약 10분간 3회 정도가 좋다"고 조언합니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예를 들면 변 완화제, 섬유질 등의 처방과 식사교육이 먼저 이루어지고, 치핵의 경구제나 좌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치질 예방을 위해서는 변비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실제로 변비가 있게 되면 항문에 힘이 들어가게 되므로 치핵이 악화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치핵의 증상 개선은 우선 변비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즉 섬유질 및 충분한 수분 섭취,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식사, 변 완화제 등을 사용하여 변비를 예방하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버려야 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완화제의 사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이길연 경희의료원 외과 교수는 "준하제(drastic)로 설사를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적절한 운동으로 항문의 울혈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엉덩이 수난은 언제까지일까요?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섬유질 섭취가 치질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그:#치질, #치핵, #치질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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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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