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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암으로 사망하자 삶의 의욕을 잃은 강분열씨. 술로 세월을 보내던 그에게 일시적인 정신분열 증세가 나타나자, 그의 형이 앞장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가정법원에서 한정치산 선고를 받아내 강씨 소유의 부동산 전부를 팔아버린다. 1년 후, 완치 진단을 받고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강씨는 형에게 빼앗긴 재산을 되찾고자 법무사를 찾아오는데….

친형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하고, 전재산을 빼앗긴 강분열씨는 어떤 법적 절차를 통해 빼앗긴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까?
▲ 법무사의 의뢰인 상담장면. 친형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하고, 전재산을 빼앗긴 강분열씨는 어떤 법적 절차를 통해 빼앗긴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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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한정치산자' 만들어 17억대 재산 가로챈 형

강분열(가명)씨는 서울 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와 운동화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강북구 번동과 송파구 송파동, 강동구 둔촌동, 하남시 등에 토지와 빌딩 등을 매수하여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30세가 되던 1980년,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하여 이후 10년 동안 2남 1녀를 두는 등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유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하늘이 시샘을 했던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다.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아내가 유방암에 걸려 어떻게 손쓸 겨를도 없이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만 것이다. 강분열씨는 부지불식간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되자, 그 충격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일시적인 정신착란과 분열 증세를 보이게 되었다.

강씨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자 그의 친형인 강치열은 강권으로 그에게 정신과 진단을 받게 하고, "정신착란과 정신분열증과 같은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 결과를 기초로, 동생 강씨를 국립 S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 버린다. 

당시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강씨는 결국 형인 강치열이 자신의 재산에 탐이 나 가로챌 목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1년 여의 악몽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몰래 퇴원에 성공하게 된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러나, 자신이 살던 집과 소유 부동산들이 이미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2남 1녀도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뒷조사를 통해 그는 형이 자신을 강제 입원시킨 후 서울가정법원에서 '정신질환자로서 재산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한정치산선고를 받아내고, 형 본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함과 동시에 후견인의 법률상 사무 감독기관인 '친족회'를 구성, 그 친족회원으로 형의 처와 누나, 고모를 각각 선임하여 강씨 소유 부동산들을 모두 임의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강씨의 부동산들은 강북구 번동 소재 토지 건물의 경우는 금 5억 원에 이모씨에게, 송파구 송파동 소재 토지 건물은 금 7억 원에 오모씨에게, 강동구 둔촌동 소재 부동산은 금 3억 원에 명모씨에게, 하남시 감북동 소재 전답은 금 2억 원에 박모씨에게 각각 매각돼 있었다.

형 강치열이 서울가정법원에서 매각 동의 여부를 의결하기 위한 '친족회'를 "1995년 12월 22일 오전 10시 원고의 거택에서 소집한다"는 심판을 받은 후, 위 친족회원 3인 명의로 매도 결의 취지가 적힌 1995년 12월 22일자 친족회 의사록을 첨부해 1996년 1월 10일, 각 매수인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것이었다.

강씨는 빼앗긴 부동산을 법적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강분열씨는 혈육인 형이 천륜을 어기고 자신에게 가한 위해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자신의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처분한 부동산을 되찾고 형에게 복수하고 싶다며, 어떤 법률적인 해결책이 있는지 물어왔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다. 어찌됐든 강씨가 자신의 재산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래의 네 가지 법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① 한정치산자 선고제도는 무엇인가?
② 한정치산자 선고를 받은 강씨는 형의 부동산매도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가? 혹은, 후견인인 형 강치열이 대리하여 매매한 부동산을 되찾을 수 있는가?
③ 친족회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적법하게 이루어지는가?
④ 후견인인 형을 형사 고소할 수 있는가?

강분열씨는 가정법원에 한정치산선고의 취소심판청구와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 주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와 예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형 강치열을 형사고소 했다.
▲ 서울가정법원 현관. 강분열씨는 가정법원에 한정치산선고의 취소심판청구와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 주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와 예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형 강치열을 형사고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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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정치산자

심신이 박약한 자, 또는 재산의 낭비로 자신이나 가족의 생활을 궁박하게 할 염려가 있는 자에 대해 가정법원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한정치산의 선고를 해야 한다.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치산선고를 받은 자를 '한정치산자'라고 한다. 한정치산제도는 무능력자제도의 일반에 공통되는 바와 같이 의사무능력자의 입증을 면제함으로써 한정치산자 본인을 보호하는 한편, 거래의 상대방이나 제3자로 하여금 객관적 규준에 기하여 한정치산자를 구별·경계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손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정치산의 선고는 본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 한정치산선고의 심판 청구는 본인·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후견인, 또는 검사가 한다. 따라서 법원이 직권으로 한정치산 선고를 할 수 없다. 한정치산 선고의 절차는 가사소송법과 가사소송규칙의 규정에 의한다.

한정치산의 선고가 있는 때에는 한정치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기관으로 1인의 후견인을 두어야 하고, 후견인은 법정대리인이 된다. 후견인은 그의 권한으로서 동의권·대리권·취소권을 가진다. 후견인이 될 사람은 한정치산 선고를 받을 자의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위로 하되, 최근친이 우선하고, 최근친이 여러 사람 있을 경우에는 연장자가 우선한다. 후견인의 사무집행에 대한 감독기관으로 친족회가 있다.

2) 친족회

'친족회'는 특정한 사람 또는 가를 위하여 중요한 사항을 결의하는 친족적 합의기관이다. 친족회는 친족 전세의 회합도 아니고 또 반드시 친족만의 회합도 아니다. 따라서 연고자도 친족회원이 될 수 있다. 친족회를 열어야 하는 경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견인의 한정치산자 대리권과 동의권의 행사, 피후견인의 재산상황 조사를 하고자 하는 경우, 후견인의 임무수행에 관한 보고와 재산목록의 제시 요구 등이다.

친족회의 소집은 가정법원이 맡는다. 친족회의 의사는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친족회의 행동은 그 형태에 따라 결의를 해야 하는 경우와 결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친족회는 후견인이 취임하여 피후견인의 재산을 조사하고 재산목록을 작성할 경우에 친족회가 지정한 회원이 참여한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그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해 피후견인을 대리한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에 갈음하여 부동산 또는 중요한 재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에는 친족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피후견인이나 친족회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3) 한정치산 선고의 취소

한정치산 선고 후 한정치산 선고의 원인이 소멸한 때, 법원은 본인·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그 선고를 취소해야 한다. 한정치산 선고의 취소심판은 장래에 본인의 행위능력을 회복시키는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취소심판이 있어도 그 확정 이전에 본인이 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고, 후견인이 본인을 위해 한 행위는 유효하다. 즉, 한정치산 선고가 취소되면, 한정치산자는 완전한 행위능력자로 회복되는 것이다.

4) 한정치산자나 후견인이 한 법률행위의 취소(취소권)

'법률행위의 취소'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행위시에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취소권자는 한정치산자와 미성년자, 금치산자, 하자있는 의사표시를 한 자와 그 대리인 또는 승계인에 한한다.

후견인이 권한 외의 행위를 한 경우, 친족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피후견인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취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법률행위다.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불가결의 요소로 한다. 따라서 어떠한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으면 그러한 의사표시는 무효이며, 전체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게 된다.

'취소권'은 이미 발생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권리다.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법률관계의 변동을 초래하는 권리이므로 '형성권'이라 할 수 있다. 취소권의 행사는 재판 외에서 할 수 있으며, 소송상으로는 이미 행한 취소권의 행사결과인 급부반환청구나 이행청구의 거절을 주장함으로써 행사하게 된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5) 후견인 횡령행위의 위법성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위에 거론한 이외의 친족 간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강분열씨는 형의 감금이나 횡령, 배임에 대해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처벌의 여부는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에 있다 할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강씨의 형과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의 저항이 매우 거셌다. 결국 민사소송은 여러 가지의 법리 다툼으로 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면서 대법원까지 가서야 강씨의 승소로 종결될 수 있었다.
▲ 대법원 전경. 소송 과정에서 강씨의 형과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의 저항이 매우 거셌다. 결국 민사소송은 여러 가지의 법리 다툼으로 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면서 대법원까지 가서야 강씨의 승소로 종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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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치산선고 취소심판청구' 등 5년간 소송, 결국 승소해

필자는 강씨에게 다음과 같은 법적 해결 절차를 알려주었다. 먼저 한정치산자 선고를 취소하는 심판을 가정법원에 제기한다. 한정치산 선고가 취소되면, 각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을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의 결정이 나면 다시 위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함과 동시에 위 부동산에 관해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소송 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나아가 형을 횡령과 배임 등으로 형사 고소하여 친족회의 진정 성립 여부와 사건 전반에 관한 수사결과를 도출, 민사소송에서 증거자료로 활용한다.

강씨는 필자의 조언을 듣고, 한정치산선고의 취소심판청구와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등 소송(주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예비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의 제기, 형에 대한 형사고소 등의 모든 사건처리를 의뢰하였다. 소송절차에서 그 형과 강씨의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의 저항이 매우 거셌다. 민사소송은 여러 가지의 법리 다툼으로 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면서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야 강씨의 승소로 종결될 수 있었다.

형사고소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형인 강치열이 제시한 친족회의 의사록은 실제로 친족회가 소집되거나 개최된 바도 없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고, 동생의 부동산을 매도하여 받은 매매대금 중 소비하지 않은 금원으로 다른 부동산을 매수한 사실도 밝혀지면서 이후 패소한 자들의 빚잔치 대상이 되었다.   

수사과정에서 모든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강씨는 필자의 권유에 따라 형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이런 계기로 두 형제는 그간의 묵은 감정들을 해소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전의 우애 깊은 형제관계로 거듭나는 일도 일어났다. 한편, 처음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강씨의 2남 1녀는 그의 처제가 돌보고 있었는데, 모두 아버지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와 건강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인간의 탐욕이 혈육의 정도 저버릴 수 있다는 씁쓸함과 동시에 그래도 혈육의 정은 쉽게 끊을 수 없는 천륜이라는 경이로움을 동시에 안겨준,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법무사인 필자가 실제 의뢰 받았던 가사소송 사례를 이야기 형식으로 각색한 글로, 2009년 <법무사저널> 3, 4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태그:#생활법률, #가사소송, #가족법, #법무사, #한정치산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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