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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은 안 묵어본 사람은 몰라요. 천하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생전에 묵어봤다면 아마 놀라 자빠졌을 거예요. 강굴향이 시원하니 정말 좋아요. 강에서 바로 따서먹으면 기가 막혀요. 힘들어도 이 맛에 살아요.”

 

섬진강 강굴채취 작업은 2월초부터 시작해 4월말까지 3개월간 계속된다. 올해는 예년보다 물량이 많아 제주도 해녀 2명이 잠수부로 투입됐다. 물질이 20년째라는 곽 해녀(54. 가명)아주머니는 섬진강 물속에서 자생하는 강굴의 첫맛은 달착지근했으며 물속 바위에 붙은 강굴은 아주 예쁘다고 말한다.

 

“섬진강 물속에서 보니까 벚꽃이 활짝 핀 것처럼 참 예쁘더라고요. 그렇게 예쁜 건 처음 봤어요. 안 짭지, 달큼하지. 바다 것은 짭쪼름한데 강굴 맛은 달착지근해요.”

 

강굴 따러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다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에 정박중인 운영호(선장 이성면· 52) 선장과 어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하루 전 채취해 온 강굴을 컨베이어에 실어내고 강굴을 따러 떠날 채비를 한다. 어부는 닻을 또 잃어버릴 새라 선채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갈매기는 한가롭게 포구에서 배알도를 오간다.

 

볼에 스치는 섬진강의 찬바람은 봄기운이 스며있다.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잔뜩 긴장해서일까 생각보다 춥지 않아 모두들 안도한다. 정말 다행이다 싶다. 배알도를 뒤로 하고 운영호는 힘찬 엔진음과 함께 하얀 포말을 쏟아내며 섬진강을 거슬러 오른다. 회귀하는 힘찬 연어처럼.

 

뱃전에 부서지는 강물과 바람, 스쳐가는 산과 도로, 오가는 차량, 섬진강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섬진강 강가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물오른 나뭇가지는 파란 빛으로 물들어간다. 강가의 이끼와 푸른 대숲에도, 날아오르는 청둥오리 떼의 날갯짓에도, 봄이 아른대고 있다. 봄은 어느 결에 찾아왔는지 섬진강을 온통 에워싸고 있다. 

 

광양 진월의 돈탁마을 강어귀에 닻을 내렸다. 잠수부가 강물 속으로 들어간 지 10여 분여가 되자 강굴이 망태기에 가득 담겨 올라온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되는 지점에 산다는 강굴은 섬진강의 바다화로 서식지가 많이 바뀌었다. 섬진강 상류 댐과 광양만 개발로 인해 섬진강의 염분 농도가 높아져 재첩과 강굴 등의 생물도 점점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 

 

 

강굴은 비교적 염도가 낮은 강기슭에 주로 분포한다.

 

“염기는 가라앉고 민물은 뜨잖아요. 얕은 데가 민물이라 강굴이 얕은 데서 살아요. 바닷물이 올라와 섬진강이 죽어가고 있어요.”

 

섬진강은 고요하다. 물결이 잔잔하다. 하지만 물속은 물살이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거친 물살 때문에 강굴채취 작업이 여의치 않아 2시간여가 지난 뒤 장소를 이동해야만 했다. 강굴은 섬진강의 물속 돌멩이에 붙어산다. 잠수부가 따온 강굴은 배의 갑판에서 잘 손질을 하여 바구니에 담는다.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사이에 두고 흐른다. 섬진강의 강 중심을 가로질러 하얀 부표가 떠있다. 하얀 스티로폼 부표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이다. 부표 위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무료하게 앉아있다.

 

“갓 따낸 강굴 맛, 무작스럽게 좋습니다!”

 

 

섬진강에서 갓 따낸 강굴은 그 맛이 신비롭다. 강굴의 시원한 맛과 향이 입안에 가득 담기는가했더니 이내 가슴까지 진하게 파고든다.

 

“갓 따낸 강굴이 제일 좋아요. 맛도 좋고 영양가도 있고 무작스럽게 좋습니다.”

 

이 선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섬진강이 내 가슴속에서 출렁인다. 바다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크기나 맛도 그만이지만 강굴 특유의 향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싱그럽고 풋풋한 봄과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거북바위 기슭에는 다정하게 낚시를 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섬진강의 봄은 강굴에서만 오는 게 아닌가 보다. 봄의 새싹을 연인들이 겨우내 키워왔던 모양이다.

 

이 선장은 강굴이 노약자와 당뇨환자에게 좋으며, 여자의 피부미용과 남자의 정력에도 좋은 보약이라고 강조한다.

 

 

섬진강에서 선박의 도르래를 타고 올라온 강굴 망태기를 풀자 강굴이 봇물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곳에서 채취한 강굴은 씨알이 굵고 튼실하다. 섬진강 강굴이 맛과 크기에서 단연 으뜸이다.

 

“와! 씨알 굵다.”

“요것이 수놈이고, 요것은 작은 각시, 요것은 암놈이네. 굴이 7마리나 되네.”

 

돌멩이에 한데 모여 있는 굴 가족은 7마리나 됐다.

 

“요놈은 바람을 피운 모양이여. 각시는 가 불고 아들만 붙어있네“

 

이 선장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강굴 작은 것은 5마리, 큰 것은 3마리만 먹으면 그렇게 좋데요.”

 

섬진강 포구에는 드문드문 어선들이 보인다. 강굴(벚굴)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철에 가장 많이 난다 해서 벚굴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강굴은 비타민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즐겨 찾고 있다.

 

완전식품에 가까운 강굴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빈혈에 좋으며 단백질과 당질의 구성도 우수하다. 또한 아연과 타우린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진정한 자연의 선물이 섬진강 강굴이 아닐까. 천연비아그라 ‘섬진강 강굴’은 지금이 제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굴, #망덕포구, #섬진강, #천연비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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