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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크게 5가지로 정리된다. 이 중 몇 가지는 청와대와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 때문에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의혹 1] 어디까지 전파됐나... "김석기 청문회팀에도 갔다" 주장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이성호 행정관이 보낸 이메일은 어디까지 전파됐을까. 이 행정관이 수신처로 적시한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부정하다가, 청와대에서 시인하자 뒤따라 인정했다.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지난 3일 이성호 행정관이 '홍보 관련 아이디어를 보내주겠다'며 e메일을 알려달라고 전화를 해와 개인메일 주소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박 홍보관은 더 이상의 '전파'는 없었다고 말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은 그렇지 않다. <경향신문>은 14일자에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본청(경찰청)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에 보낸 걸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석기 청문회팀에도 이메일이 전달됐다'는 것은 이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김유정 민주당 의원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이와 달리 경찰청 자체 판단으로 경기서남부연쇄살인사건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내일신문> 12일자는 경찰청 관계자가 "연쇄살인범 강아무개가 잡혔을 당시 경기경찰청에 대언론 홍보지침을 구두로 내려 보낸 적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지침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지만,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경찰의 해명과 달리 만약 경찰청 본청에서 하부 조직으로 청와대 이메일과 관련된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의혹 2] 이 행정관이 메일을 보낸 시점은?... "경찰은 3일이라지만…"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이 행정관으로부터 메일을 받은 시점을 '3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김유정 의원이 제보받은 시점을 4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경찰이 그보다 하루 앞선 3일이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경찰로서는 사건 파장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메일 수신 시점을 늦춰야 하는 입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서남부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보도는 피의자 강씨가 검거된 1월 25일부터 조금씩 늘어나다가 수사본부 기자회견이 있던 1월 30일 대폭 늘어났으며, 1월 31일 얼굴 사진 공개와 2월 3일 '인세 발언' 등으로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 이메일이 송수신된 시점이 3일이라면, 일단 그 이전의 보도는 이메일 지침과는 무관하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김유정 의원은 이 사건을 폭로한 지난 1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설 연휴를 전후해 이메일이 보내졌다"고 말했다. 설 연휴는 1월 25일(일)부터 27일(화)까지였고 강씨가 검거된 것은 25일이라는 점에서,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메일이 송수신된 시점은 28일 이후가 된다.

 

이 의혹은 상대적으로 규명하기가 쉽다. 박 홍보담당관 본인이 이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공개하면 된다. 송신자인 청와대가 공개하는 방안도 있다.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차원에서 청와대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해놨다"고 밝혔다.

 

[의혹 3] 사적 메일일까... "홍보수석실에서 경찰에 사적 메일?"

 

청와대는 줄곧 이 행정관의 사적 메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신자인 박병국 홍보담당관은 "이 행정관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사적 메일을 주고받았다는 것이 된다.

 

사적 메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발신처가 왜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홍보수석실이라는 의심은 여전히 남는다.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경찰을 담당하고 경찰에서 청와대에 파견공무원이 나와 있는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홍보수석실 산하 행정관이 그런 메일을 보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용산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하라'는 수준의 정무적 판단을 5급행정관이 독자적으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메일의 발신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이고, 수신자는 박병국 홍보담당관의 이름도 없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돼 있다. 개인끼리 주고받은 사신이 아니라 국가기관 담당자들이 보낸 전자문서임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운영위를 열어 청와대 관련자들을 불러내겠다는 계획에 따라 한나라당과 협의에 들어갔다.

 

[의혹 4] 한 총리, 김유정 질문 전에 알고 있었다?... "6일 경찰·국정원이 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이 확산된 데는 한승수 총리의 '공'이 컸다. 한 총리는 "설 연휴를 전후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실로 보낸 문건이 있다"는 11일 김유정 의원의 국회 질문에 "청와대에서 무슨 메일이 갔는지 뭐가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이 발언으로 국회 답변 이전에 이미 관련내용을 보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의 대상이 됐다.

 

이후 사건의 윤곽이 나오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 짙어졌다. 김 의원이 4일 제보를 받은 당일 경찰에 확인 요청을 했고, 6일 경찰과 국정원으로부터 김 의원에게 "대정부질문을 할 것이냐"는 문의가 왔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유정 의원이 처음으로 폭로한 11일 이전에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3차례나 이성호 행정관을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의 대정부질문 예상답변지에 이 문제가 올라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한 총리는 13일 국회 답변에서 "내가 말한  메일은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물이었다"라면서 의혹을 피해가려 했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의혹 5] 솜방망이 처벌, 왜?... "서상목 비판 글 올린 행정관은 직위해제"

 

이성호 행정관이 사직서를 내기 전에 청와대가 이 행정관에게 내린 징계는 '구두경고'라는 경징계였다. 개인 행동이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청와대 설명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그 수위가 너무나도 낮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서상목 전 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던 청와대 행정관이 직위해제된 것과도 크게 대비되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이 행정관을 손대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보통의 경우라면 이 행정관에 대해서는 징계위를 통해 파면 결정이 내려졌을 것"이라면서 "특징적인 것은 현 청와대가 사실상 그를 징계하려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정도의 메일은 청와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보내도 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청와대 업무 특성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는 역으로 그 메일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행정관의 사직서 제출은 '구두경고'라는 헛발질을 뒤늦게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태그:#청와대이메일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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