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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뭐 속 좀 풀리게 시원한 거 없을까? 연일 마셨더니 속이 말이 아니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마시고 다니래? 이팔청춘도 아니고 나이 오십에 매일 술이니 위장인들 견뎌 내겠느냐고."

"낸들 술이 좋아 먹나. 다 먹고 살라니까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거지."
"아무렴 어련하시겠어요.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하나? 어젯밤에도 들어올 때보니 노래를 부르고 아주 신이 나셨던 걸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회다 망년회다 이런저런 이유로 멀쩡하게 들어오는 날 보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늘어가는 남편. 초반 며칠은 잘 견디어 내는가 싶더니 시간이 갈수록 숙취가 쌓여 가는지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앉은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새벽까지 달린 탓에 아침 식탁에서도 여전히 술 냄새가 가시지 않은 남편.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속이 무두질을 한다면서 술로 망가진 속을 달래줄 해장거리를 찾곤 하지요.

술 냄새, 안주냄새 심지어는 누구 것인지 모를 싸구려 향수냄새까지 풍기고 들어와 침대에 엎어져 코를 골며 잘 때는 정말 봇짐이라도 해서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답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여전히 일어나 무릎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도 아랑곳 않고 일하러 나가는 후줄근한 뒷모습이 안쓰러워 오늘은 마음먹고 해장거리를 준비합니다.

숙취해소에는 대구탕이 최고
 숙취해소에는 대구탕이 최고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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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예년에 없이 대구가 풍년이라더니 시장에 가보니 갓 잡은 듯 바다로 갈 것 같은 생대구가 여지없이 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대구라는 이름답게 몸집이 커다란 대구는 10kg 이상 되는 놈도 많지만 식구수가 많지 않은 가정에서라면 3kg남짓한 것이 적당합니다. 식구 수가 작더라도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은 국물 맛이나 탱탱한 살의 식감도 떨어지니 2.5kg에서 3kg 정도 되는 크기로 구입해 두어 번에 나누어 조리를 해먹으면 좋답니다.

많이 잡히지 않던 예전에는 워낙에 가격이 고가라 대구가 아닌 금구라고 불렸다는 대구. 하지만 남해안에서 수정 방류한 대구가 돌아와 풍어를 이루면서 요즘에는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100g에 1300원 이하로 구입 가능하니 술에 전 남편을 위한 속풀이거리를 찾던 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겠지요.

11월에서 1월이 산란철인 대구는 금어기인 1월 이전에 먹는 것이 가장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특히 산란을 앞두고 있는 대구의 경우 정소(곤)에 가장 많은 영양을 함유하고 있어 암놈보다는 수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지요.

3kg 정도 나가는 대구 한 마리면 시중에 판매되는 대구탕을 열 뚝배기 정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연말연시 가족모임에도 아주 유용한 쓸 수 있을 듯합니다.

제철맞아 싱싱한 대구
 제철맞아 싱싱한 대구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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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단백질이 17%를 차지하고 지방질이 적은 생선으로 전형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품입니다. 특히 알과 내장(곤)에는 비타민A와 D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몸보신에 으뜸이며 이런 이유로 임금님 수라상은 물론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애기엄마들에게도 먹였던 귀한 음식 이라고 합니다.

숙취해소를 위한 대구탕은 고춧가루를 푸는 매운탕보다는 맑은탕이 적당합니다. 맑은탕에는 아스파라긴산 뿐 만 아니라 숙취에 시달리는 간이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 비타민B군 등이 풍부하다는 콩나물을 충분히 넣어 줍니다. 콩나물은 아스파라긴산 뿐 아니라 칼륨 나이아신 비타민C 비타민K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숙취해소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하지요.

미나리 역시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입니다.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향긋한 향까지 음미 할 수 있는 미나리 역시 해독작용이 뛰어나 술독으로 인한 열을 내려주고 간 기능을 좋게 합니다.

대구 곤은 영양 덩어리랍니다
 대구 곤은 영양 덩어리랍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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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생선이라 특별히 조리 시 주의 할 점은 없는지만 다만 곤을 처음부터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잃을 수 있으니 채소와 함께 한소끔만 끓여서 먹는 것이 좋답니다.

진하고 풍부한 맛을 위해서는 식구가 적더라도 조금씩 끓이지 말고 커다란 냄비에 한 마리 정도를 한 번에 끓여 두고 조금씩 덜어 먹는 것이 또 하나의 요령이랍니다. 

지난밤도 여전히 술에 절어 들어 온 남편 앞에 대구탕 한 뚝배기를 내어 놓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아니면 아직도 술이 덜 깼는지 눈만 껌벅거리지 얼른 수저를 들지 못합니다.

대구, 콩나물,미나리 모두 숙취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대구, 콩나물,미나리 모두 숙취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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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탕이에요.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좋아하지 않는 술 드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대구탕 드시고 속 푸세요."
"으허허허! 시원하다 시원해. 속이 완전 확 풀리는 것 같은데. 역시 최고야. 최고라니까."

"그치, 내가 최고지?"
" 아니 당신 말고 대구말이야. 역시 속풀이엔 대구가 최고라니까. 하하하."

대구탕으로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줬더니 살만해졌는지 남편은 희죽이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대구탕 많이 남았지? 나도 아직 좀 남았거든. 거참 속 시원하고 좋네."   


태그:#대구탕, #숙취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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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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