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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한의학계 뿐만 아니라 사회봉사단체 대표로도 이름이 나 있는 분입니다. TV가 없는 저희 집인지라 그 프로를 본 적은 없지만 'TV 동의보감' 진행자로도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신재용 원장님이 매스컴을 많이 탔다거나 강남의 한의사로 유명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사회봉사단체인 '동의난달'을 결성해서 매년 전국의 소외 지역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와 문화 공연으로 균형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데 열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분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제가 사역하던 옥천군 청성면으로 그가 이끄는 '동의난달'이 의료봉사를 왔을 때였습니다. 연인원 50여명의 봉사자들이 여름 휴가를 받아 3박4일,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에 의료시설을 갖추고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양한방 시술에 무료로 시약까지 해주는 봉사에 면민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의사, 한의사 그리고 간호사들을 비롯한 봉사자들은 농촌의 촌로가 되어 그들을 정성껏 돌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문화공연도 함께 따랐는데, 지금 그 이름은 잊었지만 당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던 아역 탤런트가 와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관계로 관중인 아이들이 몇 명밖에 모이지 않은 것입니다. 이 멀리까지 아무 대가 없이 봉사하러 온 아역 탤런트에게 지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또 그 탤런트를 초청한 '동의난달'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안 되겠다싶어 나는 각 마을을 돌며 아이들을 수송했습니다. 이렇게 30여분이 지나니 강당이 어느 정도 차더군요.

 

그 다음 날은 우리 교회 집사님이 직접 생산한 찰옥수수를 삶아 봉사하는 분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맛있게 먹어주는 그들이 무척 고맙더군요. 봉사를 마치고 떠날 때, 장소를 제공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함께 그들을 환송하며 나는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그 얼마 뒤, '동의난달' 대표를 맡고 있는 신재용 원장님으로부터 '봉사활동 기간 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내용의 친필 감사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후 '봉사'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동의난달'과 신재용 원장님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들의 봉사가 형식이 아닌 사랑과 정성의 봉사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린 연말에 연하장을 주고 받기도 하고 또 가끔 서신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제가 이곳 덕천교회로 와서 담임목사 취임예배를 드릴 때 그는 예쁜 화환을 보내서 축하해 주었고, 그 분이 남양주 강변에 한의수련장을 개장했을 때 저는 축하전보를 보냈던 적도 있습니다. 또 그가 읽은 책 중 감명 깊었던 것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열흘, 저는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습니다. 일년 과정의 영성훈련 졸업을 앞두고 훈련생들의 글을 모은 '문집'을 만드는 작업으로 인한 바쁨입니다. 그래서 며칠동안 도착한 우편물을 뜯어볼 틈도 없었습니다. 어제 밤 늦게 문집 완성본을 보내고 우편물들을 뜯어보았습니다. 그 중 해성한의원 신재용 원장님이 보낸 두툼한 봉투가 있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아직도 나를 잊지않고 이런 우편물을 보낸다는 것은 분명 감동받을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내용물이 뭔지 아세요? 내년 2009년을 의미있게 잘 보내라는 뜻이 담겨 있을 꽃 그림의 탁상용 달력과 제가 좋아하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신 원장님과 '동의난달' 의료위원회가 함께 지은 <놀라운 가정요법>이었습니다. '모든 병, 처음엔 흔한 증세로 가볍게 시작합니다!'란 글귀도 표지면에 박혀 있었습니다. 50대로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우리 부부에게 아주 안성맞춤의 책입니다. 아내는 어젯밤 책을 읽었는지 아주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라고 찬사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신재용 원장님을 생각해 봅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렇게 어려운 과정의 삶을 살아오지 않은 분일 것입니다. 강남에서 이름있는 한의원을 경영하는 분으로 또 TV 한의 프로의 유명한 진행자로 자신 나아가 자기 가족의 행복만을 추구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그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그런 환경을 이웃을 위한 그것도 소외받고 있는 이웃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산업문명 시대인 오늘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액세서리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앞섭니다. 이런 시대 조류를 역린하며 소외 계층과 함께 하는 삶은 그래서 더 빛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연말연시는 겨울과 맞물려 있어 소외계층에겐 어려움이 중첩되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 제2의 신재용, 제3의 신재용 원장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내가 봉사하면 '신재용 원장님'을 쉬 떠울리는 것은 이런 바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추워지는 겨울 신 원장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 옵니다.


태그:#신재용, #소외지역,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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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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