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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소재 십리포해수욕장에는 소나무가 없다. 일반적으로 해수욕장하면 소나무 숲을 연상케 하고, 그 숲에서 더위도 피하고, 진한 솔잎 향을 맡으며 휴식을 취하는데, 소나무가 없다니…. 그렇다면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을 어디서 피한다 말인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해수욕장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십리포해수욕장에는 아주 특별한 숲과 해변이 있다.
 

 

영흥도는 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의 월곳과 비봉I.C를 통해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도를 지나 선재(도)대교를 건너 5분여 직진하면 국내기술진에 의해 건설된 한국 최초의 사장교인 영흥대교에 올 수 있다. 영흥대교를 지나 십리포해수욕장 이정표를 보고 진입하다보면 장미꽃으로 단장한 도로를 만나게 된다. 그 길을 지나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안내소를 지나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하면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소사나무 잎이 무성하게 자라 햇빛을 차단하여 만들어낸 어두컴컴한 터널이다. 소사나무 터널을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은 먼 길을 고생하며 찾아온 고단함을 깨끗이 잊게 해준다.

 



 
터널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는 지치고 힘들었던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잊을 수 있게 해주고, 머물러 있는 시간만큼은 자유인을 꿈꾸게 해준다.
 

이제 주변을 돌아보자. 그러면 십리포의 특이한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십리포 해변은 길이 1km, 폭 30m 정도의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다른 해수욕장의 규모에 비해 작으며, 해변은 왕모래와 작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또 사람들이 통행을 하는 해변로에는 해수욕장에 꼭 이어야할 소나무 그늘이 없다. 소나무 그늘이 있어야할 자리에 자리 잡고 관광객을 붙드는 것은 소사나무 그늘이다.
 


작열하는 태양이 이글거리는 오후 준비해 온 그늘막이 없어도 햇살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 앉아 검푸른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소사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을 해안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남아 있는 벤치가 없으면 간이 돗자리를 깔거나 그것도 여유치 않으면 맨 바닥에 앉아도 좋을 듯싶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하는 식사는 아마도 꿀맛 일 것 같다. 오붓하게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치고 식사를 하려고 하고 있다.
 


길게 뻗은 소사나무는 서로 엉키고 엉켜서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로 해변로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사람들은 벤치를 만들어 주어 무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편안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왜? 해수욕장에 소나무는 없고, 소사나무가 자라고 있는가? 십리포를 고정활동지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 설명은 이렇다.
 
150여 년 전 소사나무 군락지가 조성되기 전의 십리포는 다른 해안가처럼 평범한 해변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바닷바람(해풍)이 심해서 바람을 막고자 옛 어르신들이 제방(현재 군락지 위치)을 쌓고 여러 종류의 나무를 가져다가 심었지만 척박한 해안가 지형의 특색인 모래흙과 기후, 거센 바람에 다 죽고, 유독 소사나무만 자리를 잡고 자라나 지금의 군락지를 형성했다고 한다. 소사나무가 자라가며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하며, 또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어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십리포해수욕장은 야간에 수평선 너머로 인천시의 월미도, 인천항, 연안부두의 화려한 가로등, 네온빛 정박해있는 선박의 불빛이 조화를 이루어 내뿜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십리포해수욕장을 왔던 관광객은 꼭 장승의 입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장승 가족은 십리포해수욕장의 명물이여서 인기도 많다. 저마다 다른 익살스런 표정으로 웃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보는 사람들도 장승의 웃음이 귀여운지 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소사나무 숲의 특별한 혜택 중 한 가지는 햇빛이 투과하지 못할 정도로 두텁게 진을 쳐서 어두컴컴한 터널을 연상케 하는 '숲길'을 걷는 즐거움이다. 소사나무 보호차원에서 형성된 울타리 사이로 만들어진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입가에서는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아~ 시원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네" 혹자는 숲길 한 모퉁이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앉아 명상에 잠긴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숲길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을 몸으로 받고 있다.
 

소사나무 그늘 벤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을 한다. 여행길 오느라 고단한 몸을 쉴 수 있도록 안락함을 준다. 소사나무 그늘을 지붕삼고, 해안가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 소사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 잠 청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안락한 침실이 어디 있으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안 쓰인다. 체면도 필요 없다. 난 이 순간을 만끽 하고 싶다.
 

 
소사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준다. 겨울이 시작되면 한 해 입었던 잎을 벗어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모습은 이리 틀리고 저리 틀리고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엉키고 설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은 괴목 수준이다.
 
왜 저리 뒤틀렸을까?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피하기 위해 고생한 흔적일까? 150여년 전에 옮겨 심겨지면서부터 소사나무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바람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서로 엉키고 설켜 서로를 보호하면서 자라왔기에 저런가 보다. 그 가지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오랜 세월 인고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왜 소사나무 숲 주위에 펜스를 쳐놓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을까?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울타리를 치지 않았다. 누구나 십리포에 오면 소사나무 숲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야영을 하고, 취사행위를 했다. 그러다 십리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에 의해 소사나무 숲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나무 밑에서 취사행위를 하는가 하면 나무에 오르고, 불 피고 고기류를 구어 먹는가 하면,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하니 나무인들 살 수 있겠는가? 결국엔 옹진군에서 울타리를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은 것이다. 울타리를 치고 나니 그나마 보호받으며,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왜 울타리를 쳤냐고 불만 섞인 말투로 물어보지만 소중한 자원을 소중하게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 한 처사가 아니냐 한다.
 
그러고 보면 소사나무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선물하고 있다. '방풍림'으로 조성되어 마을을 향해 불어오는 강한 해풍을 막아주었고, 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까지 만들어 주어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화합장소로 또 쉼터로, 휴식처로 만들어 준 소중한 산림자원인 소사나무를 우리는 아끼고 보호하고, 보살펴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중한산림자원이 있는 영흥면 십리포해변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가슴속 응어리 까지 쓸어 가버리는 시원함을 맞보기 바라며, 한적한 해변과 소사나무 숲길을 가족과 연인과 함께 걸으며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우리의 소중한 산림유전자원을 홍보하고, 보호해 주었으면 하며, 올 여름 피서는 낭만과 꿈이 있는 서해의 영흥도에서 보내 보길 권해본다.
 

본격적인 피서 철을 앞두고 많은 관광객들이 영흥면의 십리포해수욕장을 찾아 올 것을 대비해 영흥면 관계자들 및 주민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십리포해수욕장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즐거운 피서를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차공간이 부족했다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지적에 옹진군에서 추가로 주차장을 만들고 있어 그동안 부족했던 주차공간을 확보함으로서 주차장소를 찾는 불편함이 해소될 것 같다.
 
아울러 영흥면을 방문해 좀 더 특별한 여행을 원하면 영흥면의 자랑이라면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문화관광해설사 분들을 찾아보기를 권하다. 누구보다도 영흥면에 관하여 해박한 지식과 안내 능력을 갖춘 분들이다. 
 

 
소사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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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킴이, #소사나무, #십리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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