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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인성 이승관 기자 = 전윤철 감사원장이 1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뒤 기자간담회를 자청, 작심한 듯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전 원장은 특히 40여년 공직생활을 해온 자신에게 언론 등 일각에서 '영혼없는 공직자' '양지만 쫓는 공직자' 등의 비판을 내놓은데 대해 "억울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으며, 간담회 도중 때때로 격앙된 어조로 자신의 퇴진을 '종용'한 새 정부와 일부 언론을 겨냥한 공격성 발언도 퍼부었다.

 

전 원장은 50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 중에 '영혼'이라는 단어를 무려 9번이나 사용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권에 '순응'하는 공직자들을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폄하하는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그동안 공직생활을 43년째 하고 있고 기관장 생활만 12년째 하고 있는데 그간의 행적에 대해 영혼없는 공직자상, 양지를 쫓는 공직자, 코드에 맞추는 공직자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들어봐서 상당히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 정부 출범후 재신임 여부를 묻지 않은 데 대한 비판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드 감사' 논란에 대해서도 "연임하기 위해 여러 부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통상적인 감사에 대해서도 언론사에서 코드감사라는 비판이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 원장은 김영삼 정부 초기에 물러난 김영준 전 감사원장에 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에 물러난 두 번째 감사원장이다. 다음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 헌법에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가는 원장이 됐다.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감사원장이 헌법을 지켜야 할 책무도 있으나 결국 국가발전에 어떤 방향으로 기여하는게 좋으냐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의사에 반해 퇴임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정부, 새로운 국회의 구성으로 신 정부가 원활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게 도리라 생각해 물러나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찌 보면 이것은 중립성을 떠나 국민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 정권 초에 물러났으면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  

"저로서는 헌법정신을 따라야 할 책무도 있고, 또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할 절박감도 있었는데 그 타이밍을 5월말로 잡은 것뿐이다."

 

- 대통령을 직접 만났는지, 사전교감은 없었는지 말해달라.

"오늘 오후 2시에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전교감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새로운 국회가 또 다른 감사원장과 함께 하는 것이 보다 나은 '팀 스피리트'를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

 

- 사의표명 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언급이 없었나.  

"한두 번 만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42년간 외길 공직생활을 정리키로 했다. 대통령께서 '연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더라. 제 연금이 대한민국 공직자 가운데 제일 많다. 공직자로서 여한도 없고, 새로운 대통령이 새롭게 팀을 만들어 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다."

 

-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할 가능성도 있나.

"42년간 뒤는 안 보고 앞만 보고 왔다. 기관장 생활 12년이라면 보통 생활이 아니다. 그동안에 제가 여기 오기까지 제일 고생한 사람이 집사람이다. 공직자 생활 42년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나의 긴장은 곧 집사람에 연결되는 것이었기에 집사람과 대화도 갖고 못 가본 데도 가 보고 할 생각이다."

 

- 새 원장이 현 정부 임기 말에 재임이 된다면 그 분도 팀워크 생각해 물러나야 한다고 보나.

"제가 물러나면 신 정부에서도 감사원장 임기가 1년 정도 남는 감사원장이 되고, 새 원장을 임명해야 하는 과제 생길 것이다. 그때 그 사람도 물러가야 되느냐 마냐는 그 때 가서 봐야한다. 팀워크는 새로운 사람이 개혁방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고, 또 그런 방향을 같이 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하는게 국가발전에 도움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 감사원장과 한국은행 총재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데는 팀워크보다는 권력견제의 의미도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헌법과는 관계가 없다. 헌법에 임기가 있는 행정부 소속은 대통령과 감사원장뿐이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것도 로마로 가는 길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대립과 대결·분열·배제의 차원에서 있는게 아니다."

 

- 공직자들을 매도한다고 언론 탓을 했는데 새 정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인가.

"개발연대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직자의 역할이 컸다.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척과 질시의 대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난날을 회고하면 자장면과 소주로 배고픔을 달래면서 살아왔던 공직자다. 지금도 주역은 공직자들이다. 단순히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고 배척되는 것은 앞으로 삼가야한다."

 

sims@yna.co.kr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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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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