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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

"네 번 밀어준 건 다른 동네 사람이었나? 열심히 했으니까 뽑아줬겠지."

 

18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 경기도 이천·여주 주민의 관심은 "다시 이규택이냐, 아니냐"였다. 이규택 친박연대 후보는 지난 14대 때부터 이 지역에서 내리 네 번 금배지를 달았다. 

 

이 후보는 14·15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소속으로, 16·17대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14~16대까지 이 후보의 지역구는 여주군이었다. 이천시와 여주군 지역구가 통합된 건 17대부터다. 그리고 올해 이 후보는 친박연대 소속으로 다섯 번째 여의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후보는 올해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졌다. '박근혜 계열'인 그는 보복공천이라며 반발했다. "지역 주민들의 뜻을 물어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후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바로 이규택 후보다. 18대 총선에서 이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총 8명.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 나섰다. 이 후보를 포함해 김문환 통합민주당 후보, 이범관 한나라당 후보, 이희규 자유선진당 후보, 김선정 민주노동당 후보, 김치중 평화통일가정당 후보, 각각 무소속으로 나온 신철희·유승우 후보.

 

이범관 한나라당 후보 "이규택 정신 차려라"

 

이들 중 이 후보에게 가장 날을 세우는 건 이범관 한나라당 후보다. 27일 선거사무소를 연 이 후보는 여주 중앙로 앞에서 연 첫 유세의 대부분을 '이규택 16년'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첫 정치연설이니 어색해도 봐달라"고 운을 뗀 그의 첫 연설. 하지만 이규택 후보를 비판할 때 그의 목소리는 까랑까랑했다. 

 

"이규택 후보가 공천을 강탈당했다고 한다. 정신 차려라. 무엇이 억울하다는 것인가. 도대체 지난 16년 동안 뭘 했기에 이천·여주가 경기도에서 가장 낙후됐나. 주민들은 허풍정치에 지쳐 있다. 5선이 되면 국회의장 하겠다고? 그게 마음대로 되겠나."

 

여주가 고향인 이범관 후보는 서울지검과 광주고검에서 검사장을 지냈다. 그래서 이 후보는 "33년 국정 능력이 검증된 여주가 낳은 아들"이라고 자신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이 코드가 맞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유세차량에 붙인 문구도 "범관이와 함께 우리 모두 성공시대"다. 또한 이 후보는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6·3 '감방동기'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나 이범관이 압승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실물경제가 성공한다"며 "이번 개혁공천에 주민들이 화답해서 집권 여당의 강력한 힘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천·여주가 경기도의 마지막 블루오션이 되도록 규제를 풀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이 후보의 강력한 힘은 바로 조직력이다. 이날 첫 유세에도 많은 전현직 도의원과 시의원이 참석했다. 또 방송인 손범수씨도 이날 선거 운동에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김문환 민주당 후보 "이젠 세대교체해야"

 

역시 처음으로 정치에 뛰어든 SBS 기자 출신 김문환 통합민주당 후보는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43살인 김 후보는 이규택(65)·이범관(64) 후보에 비해 20년 이상 젊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게 약점이다. 이 후보는 "인지도만 높이면 대역전이 가능하다"며 인지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유세 첫날 김 후보는 이천과 여주를 오가며 자신의 얼굴과 정책을 알렸다.

 

김 후보는 두 가지 전선을 펼치고 있는데, 세대교체와 한나라당 심판이 그것이다. 전자는 이규택 후보를, 후자는 이범관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먼저 김 후보는 이규택 후보를 겨냥해 "주민들은 철새 정치, 탈당 정치, 그리고 세몰이 정치에 지쳐 있다"며 "유권자들은 이제 새로운 젊은 정치인을 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대운하로 이천·여주에서 재미를 봤는데, 이번 총선 공약에서는 빠졌다"며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 정치에 지역 주민들은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는 "아직 50년도 안 살아온 나의 가치를 2주 동안 주민들이 알게 되면 지지율은 금방 올라 갈 것"이라며 "당선이 되면 이천·여주에 반도체 특구를 개발하고 지역의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규택 후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

 

이규택 후보는 이 같은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와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는 "결국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으로 내가 보복 공천을 받았다는 걸 증명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 후보는 27일 이천 시장 쪽에 머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5선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유권자들이 지역의 큰 인물 하나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앞선 것으로 나왔다. 지난 24일 KB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21.7%로, 이범관 후보(16.5%)와 김문환 후보(10.7%)보다 우세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그러나 앞으로 지지율이 어떻게 바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지역주민들 사이에는 "다시 한 번 이규택이 돼야 한다"와 "이제 바꿀 때도 됐다"는 견해가 팽팽하다.

 

이천 시장 상인 김규만(52)씨는 "이규택 후보가 한 일이 없다는 사람들의 견해는 너무 가혹한 것"이라며 "이만큼 우리가 먹고 사는 것도 이 후보가 노력한 덕분이다, 이제 국회의장으로 주민들이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주군의 김숙자(45)씨는 "16년 동안 했으면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도 선배 정치인의 도리"라며 "탈당해서 또 출마하는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태그:#격전지, #이천여주, #이규택, #이범관,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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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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