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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산골 외딴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김장용 배추를 수확하느라 분주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봉정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산골 외딴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김장용 배추를 수확하느라 분주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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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입개방이 확대되면서 우리 농촌이 시련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 온갖 정성을 다 쏟아 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곡성 봉정마을은 다르다. 1사1촌 자매결연으로 이러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하고 있는 것.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봉정마을과 자매결연한 곳은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무역진흥을 이끌고 있는 산업자원부.

이들은 농산물 판매뿐 아니라 직원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농번기 농촌일손을 돕고, 주민들은 이들의 여름철 휴양지를 자처하면서 우리농촌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봉정마을 풍경. 쉼없이 도는 물레방아가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봉정마을 풍경. 쉼없이 도는 물레방아가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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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마을 풍경. 이끼 낀 돌담이 정겹다.
 봉정마을 풍경. 이끼 낀 돌담이 정겹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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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봉정리는 보성강변에 있는 죽곡면사무소를 끼고 통명산 방면으로 4㎞가량 들어가서 자리하고 있는 산골마을이다. 통명산과 오봉산, 천덕산 등 그리 놓지 않은 산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고 마을 가운데로 계곡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동네다.

봉황이 머문 마을이라고 해서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민들은 현재 110가구 270여명이 살고 있다. 이 마을에서 고시합격생과 박사학위 취득자가 20여명 나왔다고 해서 주민들은 ‘박사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봉정마을 풍경. 늦가을 햇살 아래서 한 아주머니가 메주 만들 콩을 고르고 있다.
 봉정마을 풍경. 늦가을 햇살 아래서 한 아주머니가 메주 만들 콩을 고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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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봉정마을과 산자부가 자매결연을 한 건 지난 2005년 9월. 이 마을 출신으로 산자부에 근무하고 있는 조현훈(42)·안여선(29)씨의 주선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산자부 여직원모임인 ‘선우회’와 산하 기술표준원의 여직원회인 ‘해담회’가 중심이 됐으나 금세 산자부로 확대됐다.

자매결연은 첫해부터 결실을 거뒀다. 산자부가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사업비 1000만원을 지원해 봉정마을의 쌀 브랜드인 ‘꿈꾸는 가을햇쌀’을 탄생시킨 것.

직거래도 활발하게 펼쳤다. 첫해 산자부가 팔아준 농산물은 배 400상자와 쌀 450포대, 김치 450포기, 배추 2000포기 등 4000만원 어치나 됐다.

근심을 던 주민들은 연말에 선우회가 주최한 불우이웃돕기 일일찻집을 찾아 직접 만든 배즙과 식혜, 인절미 등을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8월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마을을 찾은 산자부 직원들이 토란 수확작업을 하다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8월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마을을 찾은 산자부 직원들이 토란 수확작업을 하다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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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활동은 해를 넘기면서 더 활기를 띠었다. 산자부 직원들이 봄과 가을 농번기 때면 마을을 찾아와 모판 제작과 토란수확 등 일손을 거들었다. 각 가정을 찾아다니며 전기시설을 점검하고 오래되거나 낡은 전선과 누전차단기도 교체해 줬다.

농한기 때엔 마을 어른과 어린이들을 초청, 포항제철, 원자력발전소, 항공우주연구원 등을 둘러보는 산업시찰도 시켜주었다. 면민의 날 행사에도 직접 찾아왔다. 지난해 10월엔 김종갑 당시 산자부차관이 직접 마을까지 내려와 ‘꿈꾸는 가을햇쌀’ 20㎏들이 250포대(1000만원 어치)를 사가기도 했다.

농번기 일손을 도우러 오거나 여름에 휴가를 온 직원들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고로쇠, 들기름, 고사리, 표고버섯, 매실, 감자 등 마을에서 난 것을 사가지고 갔다. 이렇게 주민들이 산자부 직원들을 통해 판 농산물만도 해마다 5000여만원에 이른다.

지난 여름 봉정마을로 휴가를 온 산자부 직원 가족들이 마을 앞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다.
 지난 여름 봉정마을로 휴가를 온 산자부 직원 가족들이 마을 앞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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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산자부 직원가족들이 피서를 즐겼던 마을 앞 계곡과 쉼터. 늦가을 한적한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지난 여름 산자부 직원가족들이 피서를 즐겼던 마을 앞 계곡과 쉼터. 늦가을 한적한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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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여름철 휴양소 운영으로 보답했다. 지난해와 올해 7∼8월 휴가철에 마을을 산자부 직원들의 휴양소로 만들어 운영, 직원가족 200여명의 여름휴가를 책임진 것.

2박3일 일정으로 수박, 참외 등 농산물 수확과 한봉·표고버섯 재배체험, 다슬기와 물고기 잡기, 옥수수 구워먹기, 감자떡 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대나무 뗏목타기 등을 해보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준 것이다.

급기야 지난봄에는 농협곡성군지부로부터 6000만원을 지원받아 직원가족들을 위한 펜션형 숙박시설까지 따로 지었다. ‘여울가 향기’로 이름 붙인 펜션은 원룸형 방 6개와 체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 봄 산자부 직원가족들의 휴가를 위해 마을 저수지 밑에 따로 지어놓은 펜션 '여울가향기'. 산자부 직원들이 쓰지 않을 땐 일반인들도 쓸 수 있다.
 지난 봄 산자부 직원가족들의 휴가를 위해 마을 저수지 밑에 따로 지어놓은 펜션 '여울가향기'. 산자부 직원들이 쓰지 않을 땐 일반인들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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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또 지난 5월 산자부 직원들의 체육대회 땐 돼지를 잡고 막걸리와 떡을 마련해 찾아가기도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자매결연의 모범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조광문(46) 이장은 “산자부와의 자매결연이 마을에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도움을 줄지 미처 몰랐다”면서 “산자부 직원들로 인해 마을주민들이 희망을 찾고 살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류를 주도한 박경원 선우회장은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서 “비록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 서로 도움이 되는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봉정마을 풍경. 산골마을답게 양봉도 많이 하고 있다.
 봉정마을 풍경. 산골마을답게 양봉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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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마을 풍경. 겉보기에 한적한 산골마을이지만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봉정마을 풍경. 겉보기에 한적한 산골마을이지만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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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봉정마을, #1사1촌자매결연, #전남곡성, #산업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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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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