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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는 '한국투렛병협회' 창립식이 열렸다.
ⓒ 한국투렛병협회 제공

지난해 9월 '사건'이 하나 터졌다. 한 그개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안면근육을 일그러뜨리고, 무의미한 소리를 반복하고, 눈을 찡긋거리고 머리를 긁적이는 개그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근육틱과 음성틱, 복합근육틱 등 틱·투렛병 환자를 흉내낸 것이었다. 문제는 개그맨들이 틱·투렛병을 '나쁜 버릇'이라고 명명한 데 있었다. 틱·투렛병이 질병의 일종인데도 이를 버릇으로 바라본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가 이를 보고 방송위원회와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올리고 틱·투렛병 환자와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방송사는 한 달 만에 공개사과 자막을 내보내야 했다.

19세기 말에 보고된 질환... 유병률이 4%

지난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의미있는 단체가 출범했다. '한국투렛병협회(Korea Tourette Syndrome Association)'의 창립식이 열린 것이다. 특히 만성틱·투렛병 환자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협회 창립을 주도해 그 의미가 더욱 빛났다.

낯선 용어인 '투렛병(Tourette Syndrome)'은 1885년 프랑스 신경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투렛 박사가 명명한 질환이다.

투렛병은 틱장애(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근육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킁킁거리는 등 소리를 내는 장애)가 가장 심한 상태로 근육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1년 이상 지속되는 질환을 말한다. 협회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장애(disorder)'라는 표현 대신에 '병(syndrome)'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 교수팀과 서울시 소아청소년광역정신보건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틱·투렛병의 유병률은 4%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향후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사업 대상 질환 우선순위'에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나 우울증 등에 이어 상위 5위의 질환으로 선정됐다.

김수연 회장은 이날 창립 인사에서 "저희 가족이 투렛병과 함께 한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며 "아이를 데리고 버스 타기가 힘들었던 때도, 쏟아지는 시선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던 때도,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아이의 병증을 설명하며 자존심상했던 일도 있었다"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그러나 어느덧 훌쩍 자라서 세상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로서의 부끄러움과 함께, 아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깨달았다"며 "협회는 틱과 투렛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홍보·정보수집·부모교육을 하고, 나아가 환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수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은 축사에서 "투렛병은 약물치료·행동수정요법 등을 적절하게 시행하면 상당 부분 조절이 되는 질환"이라며 "질병 자체는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증상들의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응에 많은 어려움이 동반되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조 과장은 "투렛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심리사회학적 적응 및 가족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요소"라며 "협회가 투렛병에 대한 적절한 이해, 치료대책의 수립, 장기적인 심리사회학적인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파' 김수연 회장 "심한 환자, 장애등급에 포함시켜야"

▲ 한국투렛병협회 창립의 산파역 김수연 회장.
ⓒ 한국투렛병협회 제공
한국투렛병협회는 틱·투렛병 관련 인터넷 카페인 '틱톡톡(환자·가족모임)'과 '틱과 더불어(부모모임)'에서 활동한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 카페들을 운영해왔고 협회 창립을 주도한 김수연 회장의 아들도 틱·투렛병 환자다.

15일 기자와 만난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아들이 신경정신과에서 투렛병이란 진단을 받았다"라며 "당시에는 번역서 2권, 국내서적 1권, 한 교수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등이 유일한 정보처였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이후 인터넷 카페 '틱톡톡'과 '틱과 더불어'를 개설하고 카페지기로 활동했다"며 "지난해 9월 <개그콘서트>에서 틱 장애를 나쁜 버릇으로 묘사한 사건이 터지면서 협회 창립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어떤 선생님은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벌을 세우는데 그러면 틱·투렛병은 더 심해진다"며 "이것이 병이라는 걸 알고 그 사람을 심리적으로 잘 배려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교육부에서 교사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틱·투렛병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교사들이 틱·투렛병 학생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를 꼭 얘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렛병으로 인해 (신체적) 기능을 잃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은데 아직은 정부나 사회의 배려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심한 틱·투렛병 환자들은 장애등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투렛병협회 홈페이지 http://cafe.daum.net/KoTSA


태그:#틱, #투렛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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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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