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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프로그램에 철학이 없다고 했더니 모두 어이없어한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 않나. 무슨 오락 프로그램에 철학이 있겠는가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사실 인포테이먼트 프로그램이나 공익 오락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락에 무슨 정보이며, 오락 프로그램에 공익적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겠는가? 아니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타민>이나 <느낌표>는 성공했다.

물론 오락 프로에서 단순히 오락 프로에 철학 사상가의 말을 범벅시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병욱 피디는 시트콤에 일관된 성찰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과 삶, 가족,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일관되게 그의 시트콤에 흐르고 있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항상 작가주의적 작품을 오락 프로그램에 도입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오락 프로그램이라도 일관된 자기의 통찰력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흥행한 요소들을 적당히 버무려 작품을 만들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관객들이 조폭, 코미디를 선호한다고 하니 조폭에 코미디를 결합시킨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거의 망했다. 당연하다. 자기의 통찰적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오락 프로그램에도 마찬가지이며 결국 또 하나의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하자Go> <정신통일>은 오락 프로그램의 변화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했다. 한 달여가 지났다. 기존의 연예인 짝짓기 오락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점은 있을 수 있다. 다양한 퀴즈와 대결 방식의 꼭지를 선보이기도 하고, 독특한 의상도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키덜트 혹은 유아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도 나타난다.

분명 키덜트와 유아적 요소는 근래에 대중문화 코드로 보인다. 다만 이는 아주 젊은 층들이 인터넷과 컴퓨터로 빠져나갔다고 한다면, 오히려 위험 부담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드라마만이 아니라 <웃찾사>도 30대가 가장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눈길을 끌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덧붙여질 수 있다. 출연진부터 다른 방송사와 너무 유사하다. 본질적으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 희소성이 있어야 시청자들은 주목을 한다. 하지만, 전혀 희소성이 없다. 이러한 제작 행태는 지능이나 학력, 감성 지능이 높은 것과는 관련이 없다.

'X맨'의 '당연하지'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일본의 오락프로그램의 틀을 그대로 들여온 경우도 있어 논란이 있었다. 이는 단지 표절 문제가 아닌데 단순히 흉내를 낸다 해도 시청자의 호응을 받는다면 그래도 문제가 덜하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이는 제작진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나 모험적인 시도에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방송의사결정자들의 문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통찰적 철학이 없으니 국내외 오락 프로그램의 흥행 요소들을 적당히 버무린 것은 아닌가.

검증되거나 이미 판명된 작품들에서 적당히 요소를 추출하는 것은 단순히 드레싱은 되겠지만 발효식품이 될 수는 없다. 단순한 드레싱은 지금도 많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드레싱은 아니다.

다만,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것은 시청자의 기호에 맞을 수 있다. 각본 없는, 아니 최대한 유연하고 우연적인 요소가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기호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장의 즉흥성과 출연자의 상황 대응은 흥미를 더한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우연적이어야 하지 이미 존재하고 검증받았던 요소들의 집약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자연스러운 생명성을 떨어뜨린다. 인위성만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의 라인이나 패밀리로 장악된 오락 프로그램의 판갈이가 필요하다는 반증인지 모른다. 물론 통찰적 철학으로 무장한 사람으로 제작진이 판을 갈아엎는 것과 함께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 서프라이즈에도 보낸 글입니다.


태그:#오락프로그램, #리얼 버라이어티, #하자GO, #정신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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