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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교사는 지난 2012년, 학교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행정실장을 퇴직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근무하게 하고 그에 따라 인건비를 부당하게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구학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감사결과 제보내용을 포함하여 17건의 비리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자 학교재단은 공익제보자인 안종훈 교사를 파면했다. 학교 측은 성실의무와 복종의무 위반 등을 징계사유로 내세웠지만 누가 봐도 보복성 조치였다.

전경원 교사는 지난 2015년,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가 '신입생 선발 시 입학생 성적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고, 감사 결과 매년 30명씩 약 90명의 학생이 부정한 심사로 합격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전경원 교사는 2016년 10월 해임됐다. 학교 측은 비밀엄수 의무 위반, 직장 이탈 금지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을 징계사유로 내세웠지만 역시 누가 봐도 보복성 조치였다.

이전에도 사학비리를 공익제보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많다. 2003년 동일학원과 2008년 상록학원이 대표적 사례이다.

현행법상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사립학교가 공공기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학비리를 신고한 제보자의 경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사립학교법 위반 또는 회계부정에 따른 업무상 횡령 등은 공익침해 행위로 보지 않고 있고, 부패방지법도 공공기관의 부패행위만을 다루고 있어, 사립학교의 부패행위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학비리 공익제보자들은 학교 측의 보복행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연말까지는 내부제보자지원재단 설립을 목표로 스토리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 나는 입시비리 고발한 해임교사 올해 상반기 안에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연말까지는 내부제보자지원재단 설립을 목표로 스토리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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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제보자들이 직접 참여한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 출범

최근 교육 분야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에 기반하여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에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시킨 만큼, 사학비리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들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사학비리 공익제보 사례 발표 및 제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해 11월 1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부제보를 활성화하고 내부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발족식을 했다. 내부제보자들이 직접 참여해 새롭게 출범한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는 '내부제보자보호법' 제정과 내부제보자들을 돕는 공익재단 및 헌법상 독립된 내부제보 관련 수사 및 조사 기구 설립 등을 개혁입법과제로 적극 추진 중이다.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보복을 통해 사회적 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 진실을 말하는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보복을 통해 사회적 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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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사학비리를 비롯하여, 감사원-재벌 간 유착 비리, 군 부재자 투표 부정, 언론 보도지침, 군 본부의 군납 비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모두 공익제보자들의 용기 있는 선언으로 진실이 밝혀진 일들이다. 그러나 이들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고 충분히 보상하는 제도와 사회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출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권력자들에 의한 권력형비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 등에 맞서 양심을 걸고 내부 진실을 고발하는 '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 셈이다.

개설한 지 3일 만에 천만 원이 넘는 펀딩 금액

내부제보실천운동 백찬홍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보복을 통해 사회적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문을 연 뒤, "현재 내부제보에 대한 조사와 보호·보상에 관한 법률과 관련 기관이 존재하기는 하나 내부제보에 대한 조사권도 없고 보호·보상대책이 미흡하여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이 전혀 없어 정권의 눈치나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제보 활성화와 권력형 비리 예방 등을 위해 내부제보자와 시민사회, 종교계가 힘을 모아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백 상임대표는 "올해 상반기 안에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연말까지는 내부제보자지원재단 설립을 목표로 스토리펀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고, "기존 내부고발 관련 정부조직을 통합하여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내부고발사건 전담 조사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고, 내부고발사건 조사·처리의 공정성을 감시하기 위해 해당 운동단체들과 연대하거나 연결망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계적 활동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일 금요일 개설돼 4월까지 진행하는 '내부제보자, 진실을 말한 이유'라는 스토리펀딩은 불과 3일 만에 천만 원을 초과하는 펀딩금액이 적립될 만큼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금요일 개설돼 4월까지 진행하는 ‘내부제보자, 진실을 말한 이유’라는 스토리펀딩은 불과 3일 만에 천만 원을 초과하는 펀딩금액이 적립될 만큼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 스토리 펀딩 3일, 1000만원 모금 지난 10일 금요일 개설돼 4월까지 진행하는 ‘내부제보자, 진실을 말한 이유’라는 스토리펀딩은 불과 3일 만에 천만 원을 초과하는 펀딩금액이 적립될 만큼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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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차원에서도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 위해 힘쓸 것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내부고발자는 고발 과정에서 스스로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에도 공익제보자라는 자신감보다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내부고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건강한 내부고발 체제가 작동해야 하고, 내부고발자를 칭송하고 예우하고 보상하는 법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나도 고발의 쓴맛을 본 사람"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위해 애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에서는 노회찬(정의당), 김병욱(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과 내부제보자를 다룬 미국 영화 <스노든>을 단체 관람하는 행사를 했다. '스노든'은 미국이 테러방지를 위한 미명 아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감행하는 등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해왔다고 폭로한 전 미국 정보 요원 스노든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이 자리에는 하나고 입시비리와 청와대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은폐사건을 제보했던 전경원 교사 외에 이명박 정권 시절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국무총리실 장진수 주무관, 전두환 정권 시절 '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 등이 함께 자리했다.

내부제보를 활성화하고 내부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가 지난 달 16일 국회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 지난 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발족식 내부제보를 활성화하고 내부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가 지난 달 16일 국회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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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공익제보,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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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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