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새벽 다섯시경, 검은색 승용차가 회사 정문앞 도로에 쌍라이트를 켠 채 멈춰섰습니다. 그런데 도로 중앙에 정차한 대다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사람도 없고 시동을 켠 채 한 30분이 지났을까요. 인근 주민이 새벽에 귀가하다가 큰차가 중앙에 떡 버티고 있는지라 빵빵 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순찰을 돌던 경비 아저씨가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자 그 차는 갑자기 굉음을 내며 그대로 돌진했습니다. 전속력으로 내달려 회사 건물 벽을 정면으로 들이받고서야 멈춰섰습니다. 에어백 양쪽이 다 터졌지요. 그 난리에도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습니다. 경비아저씨가 야광옷을 입고 있었고 붉은 방범봉으로 창문을 두드리니 만취한 운전수가 경찰로 오인하고 당황한 나머지 급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를 대자면 백가지가 넘을 것입니다. 화나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스트레스 쌓여서 마시고, 다퉈서 마시고…. 술이 가진 최고의 특성은 그동안 그렇게 힘이 세다고 얘기했던 '마음'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것입니다. 술 마신지 한 시간만 지나도 우리 마음 속에서 지금껏 으르렁대던 호랑이들을 한방에 날려버릴만큼 힘이 셉니다. 마음에 거리낌이 있던 사람에게나 감정이 쌓여서 마음이 불편했던 사람에게도 술의 힘을 빌어서 용기를 내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니까요.

문제는 술을 마셔야 속 얘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술을 마셔야 기분이 풀리고 술을 마셔야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고.... 그것이 심해지면 일주일에 6일을 마시고 나머지 하루는 집에 가서 혼자 마십니다. 중독이지요.

'술을 모르면 인생을 모르는 것이야.'

인생이 피폐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 술로 가는 길입니다. 술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술에 의존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지는 나약합니다. 주위에서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여럿입니다. 그 사람의 의지력이 약한 것도 있고, 담배의 중독성이 그만큼 센 이유도 있겠지요.

그러나 술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중독성이 강합니다. 위암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면 대번에 끊지만, 3개월 남은 시한부 알콜중독자는 술을 절대 못끊습니다. 그 손아귀에서 혼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우리의 '마음'보다 술이 백배 더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술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술이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는 이유는 술을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우리의 의식이 근심 걱정이나 불안이나 화난 상태에서 벗어나 기분이 좋아져서 굳은 마음이 풀리고 용기가 생기고 아내와 싸웠어도 사과하게 되고 사랑스러움이 생깁니다.

그 상태가 너무 기분좋은 경험이라 우리의 마음이 계속 그 상태를 동경하는지라 술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는 표면적인 백가지 이유 뒤에 우리의 마음이 그 기분좋은 상태를 갈망하는 것이지요.

즉, 술 자체가 우리에게 용기와 사랑스런 마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걱정이나 불안이 차단되면서 우리의 의식이 고양된 것과 같은 유사한 상태에 이르기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마음이 그 상태를 계속 원하는 것이고 그 마음을 좇아 몸이 따라가는 것입니다.

알콜 중독은 절대로 혼자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먼저 자신이 알콜 중독인 것을 인정하고 그 상태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중독자들은 대개 '나는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중독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헤어나오는 시작입니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술에 의존하여서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우리 안의 호랑이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의식이 고양되어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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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마음은 술을 못이깁니다. 술보다 더 힘센 그 무엇의 도움을 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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