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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와 진주교육대학교의 역사학 전공 교수 14명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집필·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21일 경상대 사학과․역사교육과와 진주교대 교수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정 교과서 제작 참여 거부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는 경상대 강길중, 권오현, 김상환, 김제정, 김준형, 김해영, 박종현, 신종훈, 윤경진, 정재훈, 조영제, 차영길 교수와 진주교대 윤정, 하경수 교수가 참여했다.

부산지역 중고등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모형판을 만들어놓고 '싫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부산지역 중고등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모형판을 만들어놓고 '싫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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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작업에 대다수의 역사학자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편향되고 졸속한 교과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역사학계와 교육자들이 다양한 대안적인 형태로 이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역사의 평가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비롯한 일체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며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상대 교수 67명은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경상대와 진주교대 역사학 교수 선언문 전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국정 교과서 제작 참여 거부 선언

지난 10월 12일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하였다. 새로운 국정 역사교과서는 2017학년도부터 교육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지적이 있었다. 2013년 유엔 총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단일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나와야 하고, 교사로 하여금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학생들이 역사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는 올해 3월 베트남 정부에 국정교과서 폐지를 정식 권고하였고, 베트남 정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검정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국정제'보다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할 것을 권유하였는데, 특히 역사 과목에 대해서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역사 과목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정부의 국정화 발표 이후 많은 역사 연구자를 비롯하여 교사와 학생, 시민사회에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권고와 국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가 국민통합이 아니라 획일화로 귀결될 것임은 지난날 국내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관은 국가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와 사회가 치열한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나가면서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교육은 천편일률적인 역사관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작업에 대다수의 역사학자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편향되고 졸속한 교과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학계와 교육자들이 다양한 대안적인 형태로 이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 우리 진주 지역 대학교(경상대학교 및 진주교육대학교) 역사학 전공 교수들은 역사의 평가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비롯한 일체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아울러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2015년 10월 21일. 강길중, 권오현, 김상환, 김제정, 김준형, 김해영, 박종현, 신종훈, 윤경진, 정재훈, 조영제, 차영길(이상 경상대), 윤정, 하경수(이상 진주교대).


태그:#역사 교과서, #경상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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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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